<글 싣는 순서>
 1. 여건변화와 연구개발
 2. 농업 기초연구 부문
 3. 농업생명공학 분야
 4. 식량작물 분야
 5. 원예특작 분야
 6. 축산 분야
 7. 농업기술실용화 부문
 8. 국제농업기술협력 분야
 9. 성과와 과제 Ⅰ
10. 성과와 과제 Ⅱ

농업발전의 주요한 축으로 작용해온 연구개발(R&D) 부문을 잡도리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정책도, 쏟아 넣는 예산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농업 연구개발의 대표기관인 농촌진흥청의 최근 성과를 집중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향후 10년 이상 농업현장에서 각광받을 기술들을 소개하는 한편 보완과제 제시를 통해 농진청의 분발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원예특작 분야의 최근 연구개발 성과를 짚어본다.

위협적인 존재, 중국의 농산물= 현재 국내 농산물 수입의 14%, 약 40억 달러어치가 중국산이다. 게다가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발효할 경우 양념채소 등 원예작물을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중국산과 국산 채소작물의 가격을 견줄 경우 불리한 품목이 92%에 이르고 우리가 우위에 있는 품목은 8%에 불과한 실정이다.

무, 배추 등 일부품목의 종자 부문에서 경쟁력 우위를 보일 뿐 고추, 마늘, 양파 같은 주요 양념채소 대부분이 상당한 가격열위를 보인다. 특히 중국산 고추와 마늘의 가격은 국산의 10분의1〜10분의3 수준이기 때문에 속수무책이라는 평가다. 양념채소를 비롯한 중국농산물에 대한 시장분석이 미흡한 점, 모든 채소작물의 대중국 경쟁력 강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 딸기 국산품종 보급률
이에 따라 일정수준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는 작물이나 국내 ‘기간채소’라고 할 수 있는 고추, 마늘, 배추 등에 연구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가격경쟁력 요소뿐 아니라 국내 수급 안정화, 재배 생력화, 품질 고급화에 집중 투자하는 연구개발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현장 농업인들이 과수와 채소, 화훼, 인삼을 포함한 약용작물과 버섯 등 원예특작 분야 책임연구기관인 원예특작과학원(원장 최동로)을 예의주시하는 까닭이다.

화훼, 딸기의 ‘품종독립운동’= 원예특작과학원 연구개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꽃과 딸기라고 할 수 있다. 화훼류와 딸기의 경우 더는 외국품종에 의존하지 않도록 국산품종 개발과 보급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이른바 ‘품종독립운동’을 적극 벌여온 결과다. 원예특작과학원은 최근 4년간 장미 81품종, 국화 67품종, 난 72품종, 딸기 8품종 등 모두 228품종을 육성했다. 이 품목들의 경우 향후 5년간 260여의 우수품종 개발 계획이 수립돼 있다.

▲ 저온에 강한 딸기 ‘대왕’.
품종 육성에 그치지 않고 로열티 지급대상 작물에 대해서는 특별사업단을 구성해 우수한 국산품종의 신속한 보급에 앞장섰다. 이에 따라 장미의 국산품종 보급률, 즉 전체 재배면적대비 국산품종 재배비율이 2012년 현재 25%로 치솟았고 국화도 23%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갈길 먼 난도 보급률이 6.2%로 껑충 뛰었다. 딸기는 ‘품종독립’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일본 품종 의존도가 과도했던 딸기는 원예특작과학원과 현장 농업인의 지속적인 노력 덕에 국산품종 보급률이 2008년 43.0%로, 다시 4년이 지난 현재 73.0%까지 올랐다. 일본품종과 국산품종 간의 전세역전이자 확고한 종자주권 실현인 것이다. 국산품종 보급률 상승은 결과적으로 딸기 21억2000만 원 등 올해만 해도 51억8000만 원의 로열티 부담을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채소연구 주요성과= 원예특작과학원은 안정생산을 위한 재배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상기후로 피해가 큰 고추의 경우 비가림재배를 위한 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했다. 온난화, 집약재배에 따른 원예작물의 토양전염성 병해가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해 고추, 배추, 마늘, 토마토 등과 관련해 내병성 품종을 다수 개발했다. 특히 배추에 발병하면 상품생산성이 30〜100% 감소하는 뿌리혹병에 대해 저항성을 지닌 배추종자(원교20042호)가 개발돼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 무 우수품종 원교 0033호, 0035호
건강기능성 채소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틈새시장을 겨냥한 선홍색 육질의 무 품종(원교10048호) 육성도 기대가 크다. 기능성채소로서 지역특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마늘의 경우 생산비 절감을 위한 대주아 재배기술을 개발해 보급하는 한편 대주아를 이용한 그물망재배 이후 트랙터로 수확하게 함으로써 종구생산비를 74%나 줄이는 기술을 보급해왔다. 기능성채소 개발과 함께 신선편이 채소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살균세척, 포장 등 수확 후 처리기술 개발, 보급도 호응이 크다.

과수연구 주요성과= 기상재해 발생으로 큰 해를 입는 분야가 바로 과수. 동해와 상해는 물론 일조량 부족 등으로 지난 2년간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내재해성 품종 개발, 안전재배지대 설정, 기상재해 위험정보 실시간 제공 같이 재해경감을 위한 재배시스템을 확립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과수농가의 고령화와 일손 부족에 대응해 노동력과 비용이 적게 드는 재배기술 개발도 요구된다. 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작목별 재배한계지도, 사과 밀식재배기술, 배 주요병해충 방제, 포도 친환경 비가림시설, 양앵두(체리) 다수확 와이(Y)자 수형 등에 현장호응이 크다.

▲ 틈새시장 개척용 적색무
수확 전에 비가 와도 단맛을 유지할 수 있는 복숭아 품종 ‘수미’ 육성을 비롯해 틈새시장을 겨냥한 자두, 살구, 양앵두, 플럼코트 등 소핵과류 품종 육성과 고품질 안정생산기술 개발, 보급도 호평이다. 아울러 과수부문 주요수출품목인 배의 수출물량 정체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적정 크기의 배 품종 육성과 병해충 방제기술 보급도 성과로 꼽힌다. 감귤 부산물을 이용한 화장품원료, ‘감귤바이오겔’ 개발은 수입오렌지 증가에 대응한 경쟁력, 부가가치 향상 차원에서 시의적절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인삼, 약용작물, 버섯 연구= 민간 중심에서 2004년 농촌진흥청 연구부문으로 편입된 인삼의 경우 안정생산, 생산비절감, 친환경방제 등 농업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적용 가능한 기술들이 개발, 보급돼왔다. 지난해에는 국가기관에서 처음으로 신품종 ‘천량’을 육성했다. 이 인삼품종은 염류저항성이 강하고 수량성이 기존품종에 견줘 10% 많아 농가에 보급될 경우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산 인삼품종 인증을 위한 바이오칩 개발도 외국산과의 과학적 구별은 물론 종자의 균일성 확보, 대내외 지적재산권 보호 등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6년근 인삼의 논 재배에 적합한 배수등급 선정, 미생물제제를 이용한 방제효과 구명, 친환경 생산을 위한 종합재배기술 개발, 유기농 인삼 재배모델 구축도 성과로 꼽힌다.

약용작물의 경우 수입대체와 신수요 대응 품종 육성, 보급이 눈에 띈다. 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지황과 삽주 신품종은 병에 강하고 수량성이 높아 수입대체효과가 클 것이란 예상이다. 약용작물 종자의 생산보급체계 구축을 통해 10작물 16품종의 종자를 106헥타르 면적에 증식한 일도 성과다. 친환경 재배기반을 통한 48작물의 우수 약용작물 생산기술(GAP) 개발과 오미자, 참당귀, 황기 등 지역특산 약용작물의 품질고급화 기술은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해왔다. 이와 함께 이상기후에 대응한 약용작물 안정생산 기술 개발, 약용자원의 식품의약분야 다용도 소재 개발도 주목받는 성과다. 버섯의 경우 고품질 느타리 품종 ‘만추리’, 수출용 팽이 ‘백작’과 ‘우리1호’, 순백색 양송이 ‘새정’ 육성이 성과로 꼽힌다. 2010년에 개발된 양송이 신품종 ‘새아’는 최단기간 농가보급, 통상실시 계약이 이뤄졌다. 연구개발에 힘입어 버섯 재배품종 국산화율이 2011년 40%로 올랐다.


인터뷰-최동로 원예특작과학원장


“10년 내 세계5위 원예특작 기술강국 목표”


농산물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원예특작분야 대응 연구는?

= 수입농산물 중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4퍼센트에 달한다.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한중 에프티에이(FTA)가 발효될 경우 우리 농업 전체에 큰 타격이 불가피한데, 그 중에서도 양념채소 등 원예작물 피해가 클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시장개방, 특히 중국에 대비한 장기적 기술개발 로드맵 작성이 시급하다. 관련 태스크포스(T/F) 운영을 통해 기술개발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먼저다.

즉 품목별 한중 농업현황과 기술수준 분석, 투자우선순위 설정, 주요양념채소의 중국 주산단지 현장조사를 통해 국내 대응전략을 세워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한 핵심기술개발 강화노력이 절실하다. 농가소득 안정화를 위한 품목별 안정생산기술과 생산비 절감,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한 품질고급화와 가격경쟁력 향상이 실질적인 핵심기술이라고 본다.

원예특작분야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향후 방향은?
=큰 목표는 2022년 세계5위 수준의 원예특작기술 강국이다. 원예특작산업 생산액 30조 원 달성을 위한 기술개발과 신선원예특작산물 수출액 20억 달러 달성을 위한 애로기술 지원이 연구개발의 목표이자 원예특작과학원의 임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품종로열티나 에프티에이에 대응한 국제수준의 국산품종 육성과 보급이 필요하다. 원예특작 수출경쟁력 확보기술 개발도 최우선과제라고 할 수 있다. 고부가가치의 식품의약소재로서 원예특용작물의 잠재력을 깨우고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도 연구개발 과제다. 아울러 세계적 이슈인 이상기상에 대응하는 한편 친환경 녹색기술 개발을 통해 선진 원예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미래에 대부분의 산업은 첨단기술들의 융합과 조합을 통해 인간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다. 따라서 기술개발 없이는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으며, 기술을 가진 자가 주도권을 행사할 것이다. 우리의 모든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 원예특작자원의 기능성을 발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소재산업으로 나아가도록 연구를 강화하고 수출시장을 확대해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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