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분야>
 1. 여건변화와 연구개발
 2. 농업 기초연구 부문
 3. 농업생명공학 분야
 4. 식량작물 분야
 5. 원예특작 분야
 6. 축산 분야
 7. 농업기술실용화 부문
 8. 국제농업기술협력 분야
 9. 성과와 과제 Ⅰ
10. 성과와 과제 Ⅱ

농업발전의 주요한 축으로 작용해온 연구개발(R&D) 부문을 잡도리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정책도, 쏟아 넣는 예산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녹색혁명, 백색혁명 같은 농업혁명의 산실은 바로 연구와 개발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다. 농업발전 역사가 연구개발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인신문과 여성농업인신문은 농업 연구개발의 대표기관인 농촌진흥청의 최근 성과를 집중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향후 10년 이상 농업현장에서 각광받을 기술들을 소개하는 한편 보완과제 제시를 통해 농진청의 분발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농업기초연구분야의 농업공학, 농식품 부문, 농업유전자원 연구와 농업생명공학 분야의 주요성과를 싣는다.


농업생명공학 원천기술 확보해 동식물 유전체 해독

기상이변 대비 가뭄, 병해충에 강한 형질전환 작물



◇ 기초기반연구, 선진국 따라잡는다

우리나라 농업기초기반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분야별로 세계최고 수준인 기술도 적지 않지만 대개 선진기술의 60〜80퍼센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농업기초기반 연구와 실용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농촌진흥청의 분발이 이뤄지면서 선진국을 따라잡을 날도 멀지 않았다는 평이다.

농촌진흥청(청장 박현출) 농업과학원에 따르면 농업환경분야의 경우 농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연구는 일본의 50〜60퍼센트 수준, 온실가스 감축기술 개발과 매뉴얼 작성, 국가표준 탄소배출 산정 등은 선진국의 60〜80퍼센트 수준이다. 토양조사, 토양정보화와 융복합 연구는 미국의 80〜100퍼센트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농업생물분야의 경우 친환경적 병해충 관리기술은 가장 높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 견줘 유럽은 93퍼센트, 일본 89퍼센트, 우리나라는 80퍼센트 수준이다. 양잠산물의 기능성 소재 개발연구 등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식품의학 소재화 연구는 선진국의 60퍼센트 수준이다. 미생물자원의 다양성 확보기술은 선진국의 50퍼센트, 미생물 제제화, 고정화 담체 개발은 80퍼센트 수준에 있다.

농산물안전성의 경우 우리는 어류 위주의 독성시험을 수행하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샘울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해미생물에 대한 위해관리지침을 이미 개발, 보급한 선진국에 견줘 우리는 농식품에 대한 미생물 위험평가지침 개발단계에 그치고 있다. 방충해 관리기술은 선전국이 윤작, 혼작 등 작업체계를 개선하거나 천적을 이용한 산업기술이 활성화돼 있으며, 우리는 식물추출물 등을 활용한 방제기술이 보급돼 있다.

농업공학분야의 밭농사 기계화의 경우 외국은 수확까지 일관기계화기술이 개발된 반면 우리는 경운, 정지, 방제 기계화가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시설원예자동화 기술은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에 올랐다. 과일 외관과 당도 판정기술은 실용화 됐으나 축산물 안전성 판정기술은 초기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유전자원의 경우 식물농업유전자원 다양성 확보와 이용기술 면에서 세계 7위로 평가된다. 세계최고수준의 미국에 견줘 기술격차는 2010년 9.7년에서 2015년 6.5년으로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업생명공학분야의 유전체 분석기술, 농업생명공학 기반기술, 실용화 촉진기술, 생명공학산물 평가기술 등은 선진기술의 70퍼센트 수준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문의 경우 농산물 고부가가치 가공기술, 맞춤형 식품 개발, 기능성 식품조제 개발은 90퍼센트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으나 미래에 대비한 친환경 가공기술은 선진국의 30퍼센트 수준에 그친다는 평이다.

◇ 현장에서 ‘화룡점정’ 되는 연구성과

가야할 길이 아직은 멀어 보이지만, 농업기초기반연구의 분야별 수준이 선진국의 턱밑에 까지 도달한 데는 농촌진흥청의 집중적인 노력이 한 몫을 했다는 평이다. 농업환경, 농업생물, 농산물안전성 분야는 물론 농업생명공학, 농식품자원 개발, 농업공학분야에서도 최근 4년여 동안 많은 성과를 얻었다.

▲ 농업생명공학 분야= 농업생명공학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농산물, 가축에 대한 유전체 해독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과학원은 세계최초로 배추 1, 2번 염색체를 완전 해독함으로써 기능성 배추 등 다양한 맞춤형 배추품종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식물에서 석유대체 산업원료를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피마자의 종자 속 오일에서 하이드록시 지방산을 25퍼센트까지 생산하는 기술이다. 가뭄이나 병해충에 강한 형질전환 작물을 개발했다. 작물의 병 저항성 증진을 위한 유전자 발굴은 2007년 1종에서 2012년 9종으로 대폭 늘었으며 이에 따라 벼, 감자, 배추 등 병해충에 강한 작물개발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유전자원 확보와 자원의 국가관리체계 구축을 통해 품종개발, 지적재산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세계 ‘종자전쟁’ 대비 차원에서도 식물 농업유전자원 19만2000점 보유(세계6위)는 눈부신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유전자변형(GM) 작물과 농식품에 대한 안전성, 위해성 평가기술과 평가체계 구축도 주요성과로 꼽힌다.

특히 동물부문 농업생명공학 연구는 놀라운 성과를 거듭하고 있다. 고령사회로 장기이식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공여자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이종장기 이식용 형질전환 복제돼는 2종을 생산한 것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사람의 치료용 단백질(바이오 시밀러) 시장이 고속 성장하는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형질전환 닭은 계란에서 사람에게 유용한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을 닦았다. 당뇨질환 치료나 항바이러스 약품 등 바이오 신약을 생산할 수 있는 돼지와 닭을 개발한 것도 원천기반기술 확보의 주요성과라는 평이다.



▲ 농업공학 분야= 금간 계란을 찾아내는 선별기, 계란 세척기, 계란 저온유통 축냉식 컨테이너 개발 등을 통해 안전하고 신선한 고품질 계란 공급기술을 궤도에 올렸다는 평이다. 고춧가루에 빛을 비춰 일정 파장대역에서의 빛의 흡수정도를 측정해 캡사이신 함량을 알아내고 순한 맛부터 아주 매운 맛까지 등급을 매기는 고춧가루 매운맛 측정기 개발도 농업현장에서 호평이다.
미래농업을 이끌어갈 차세대 농업생산기반의 하나인 ‘식물공장’ 연구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상토충전기, 정식장치, 채소접목 로봇 등을 갖춤으로써 식물공장의 작업공정은 로봇이 투입된 자동화 단계에 올랐다.

▲ 식품의약 분야= 첨가물이나 화학처리 없이 ‘굳지 않는 떡’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떡의 유통과 저장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국가연구개발 100선에 뽑혔다. 녹파주, 아황주 같은 전통주를 복원해 실용화한 것으로 눈에 띈다. 쌀 등 우리농산물 소비촉진과 전통주산업 활성화가 기대된다. 샴페인처럼 입안에서 톡 쏘는 ‘샴페인 막걸리’, 맥주처럼 하얀 거품이 이는 ‘거품 막걸리’ 개발도 시장 확대와 우리농산물 소비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다.

잠사, 양봉산물이 새로운 신소재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도 농업기초기반연구에서 파생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실크단백질을 이용한 인공고막, 치주뼈, 차폐막, 뇌경막 등이 의약분야 활용을 눈앞에 두고 있다. 봉독(벌침)은 가축에 적용하는 천연항생제나 여드름 전용 화장품, 의약품 등에 활용되고 있다. 누에도 컬러누에, 인간의 조혈촉진제를 생산하는 누에, 형광누에 등으로 거듭 변신하고 있다.

곤충자원도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 신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동애등에를 이용한 환경정화, 자원화는 꽤 높은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지는 비용이 연간 8조 7000억 원, 그 처리비용이 2조 원 안팎에 이르는 상황에서 음식물쓰레기를 환경친화적으로 처리하고 자원으로 개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고품질 안전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으로서, 화분매개곤충을 작물별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도 현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농축산 부산물을 활용한 신소재 개발도 성과가 크다. 감귤 부산물로 얻은 바이오셀룰로오즈 감귤겔을 이용해 화장품 원료와 의료용 소재를 개발했으며, 돼지 껍데기로부터 뼈 생장을 촉진하는 기능성 콜라겐 펩타이드 제품을 개발한 것도 눈에 띈다. 수수 부산물로부터 합성색소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색소를 분리하고, 기능성을 보유한 인체 친화형 제품을 개발했다. 이와 함께 단교42호, 단교46호 같은 유채 품종과 거대억새1호는 물론 수수와 수단글라스를 교잡한 품종이 개발돼 바이오에너지 소재로 쓰이는 것도 주요성과로 꼽힌다.

한편 농촌진흥청의 농업기초기반연구는 응용, 실용연구와 결합해 농업현장에 보급된다. 라승용 농업과학원장은 “연구개발한 결과들이 농업현장에 효율적으로 접목돼야만 기초연구, 실용연구의 성과는 ‘용의 눈을 찍어 마침내 완성하는 화룡점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라 원장은 양적인 연구성과에 견줘 영농 현장이나 실용화, 산업화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수요에 대한 대응이 흡족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했다. 이에 따라 농업과학원은 연구결과물의 활용상황을 점검하고, 현장에서 적용할 때 발행하는 문제점을 신속히 파악해 다시 연구사업에 반영하는, ‘체계적인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장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신속이 보급될 수 있도록 기술보급지원체계 차원에서 올해 6월 기술지원팀을 신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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