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분야>

 1. 여건변화와 연구개발
 2. 농업 기초연구 부문
 3. 농업생명공학 분야
 4. 식량작물 분야
 5. 원예특작 분야
 6. 축산 분야
 7. 농업기술실용화 부문
 8. 국제농업기술협력 분야
 9. 성과와 과제 Ⅰ
10. 성과와 과제 Ⅱ

기후변화에 따른 세계 곡물위기, 농산물시장 전면개방, 기존 농업경영방식의 한계, 나아가 농업경시풍조의 만연까지 한국농업은 파도에 휩쓸리고 비바람에 흔들리며 난파위기에 처했다. 안팎의 여건이 불리해지고 농업이 위축되면서 농업기반은 붕괴위기라고 할 만큼 앙상해졌으며, 농업인 삶의 질 향상은 고사하고 생존권까지 걱정해야하는 지경에 몰렸다. 도농격차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격차는 커지고 농촌은 경제파탄을 우려할 정도로 암울하다.

농업의 틀,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봇물을 이룬다. 이른바 대선정국에서의 농정공약을 비롯해 학계와 농업인단체의 요구안이 ‘새 틀’에 비견된다. 농산업을 이끌기도 하고 규제하기도 하는 정책의 중요성은 애써 부인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농업발전의 주요한 축으로 작용해온 연구개발(R&D) 부문을 잡도리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정책도, 쏟아 넣는 예산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노동집약적인 우리 농업이 자본집약의 여타 산업이나
농업강국의 농산업과 그나마 맞서고 경쟁할 수 있었던 것은 짧은 기간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농업기술이 든든하게 자리 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녹색혁명, 백색혁명 같은 농업혁명의 산실은 바로 연구와 개발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다. 농업발전 역사가 연구개발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 시장개방, 곡물위기, 기반위축, 경제파탄을 우려하는 백척간두의 한국농업이 속수무책 당하고 주저앉은 것인가, 이왕의 새 틀 논의와 다짐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전하고 도약의 기회를 노릴 것인가. 갈림길이라면 갈림길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농업인신문과 여성농업인신문은 경험적으로 농업발전의 주요축이 돼왔으며 향후 새로운 틀을 짜고 성장을 견인해낼 수 있을 농업 연구개발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특히 농업 연구개발의 대표기관인 농촌진흥청의 최근 성과를 집중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향후 10년 이상 농업현장에서 각광받을 기술들을 소개하는 한편 보완과제 제시를 통해 농진청의 분발을 촉구할 계획이다.


기후변화, 시장개방, 곡물위기 등 세계농업 요동

국내 농업기반 붕괴, 농촌경제 파탄으로 백척간두



◇ 불가항력, 속수무책인가

해 한반도를 강타한 대형 태풍의 위력과 그 상흔은 한국농업과 농촌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농업현장에서 온갖 기술력을 동원하고 정성을 다해 가꾼 식량작물과 과수, 시설농산물의 상당량이 소비자 식탁에 오르지도 못하고 큰비와 강력한 바람에 스러지고 말았다.

기상이변에 따라 농업재해는 이제 이변이 아닌 일상이 됐다. 기상이변은 불가항력이고 인간은 속수무책인가. 농산물시장 전면개방이라는 시대 흐름도 불가항력이고 그래서 속수무책인 것인가. 제대로 따져볼 일이다.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농업이 이왕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도 불가항력이고 속수무책인지 더 치열하게 따져볼 일이다.

각계에서 ‘한국농업 재건’ 외침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처절한 외침은 농촌현장에 울려 퍼진다. 농축산물 생산을 도맡고 있는 농업인들의 재건 외침은 눈물겹다. 이 땅 사람들의 먹을거리를 책임지고 있다는 자존감은 옅어지고 위정자들에게서 비롯한 농업경시풍조에 생존의 비통함은 격해지고 있다. ‘땅의 사람들’이 재건을 외치고 있다.

다음으로 농산업계에 종사하는 이들, 농업농촌 관련 학자들, 농업가치의 훼손을 가슴아파하는 시민들, 그리고 수권에 도전하는 정치인들이 한국농업의 재건이 필요하다, 내가 새 판을 짜겠노라 외치고 있다. 각자 진정성에 차이는 있어도 한국농업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는 현실인식은 일치하는 듯하다.

예컨대 성진근 한국농업경영포럼 이사장은 최근 펴낸 저술에서 “삼각파도에 휩쓸린 한국농업”, “고장 나고 힘 빠진 농업정책과 경영 시스템”이란 표현으로 우리 농업의 현실을 진단하는 한편 부분적인 ‘수리’보다는 전면 ‘개조’ 차원에서 새 판을 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시장개방, 전통적 경영시스템의 지속, 현상대응 위주의 정책수단 선택이 각각 제1, 제2, 제3의 파도로서 삼각파도를 이루고 있어 한국농업은 전면적으로 개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편 선거정국은 농업농촌 관련 정책을 양산해내고 있다. 농업 경쟁력 강화, 농업인 삶의 질 향상, 잘 사는 농촌 같은 구호들이 대통령후보들의 입을 통해 공약이 될 것이다. 그러나 농업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새로운 틀을 제시하고 그에 맞는 세부실천계획을 내놓은 일만큼 중요한 것은 무너진 농업기반을 복구하는 일이다.


농업발전 견인차는 튼실한 연구기반, 선진기술 보급

안팎 위기 넘을 ‘새 틀’ 필요…동력은 R&D 집중투자


◇ 연구개발은 농업의 ‘기둥’

농업기반 복구든 미래농업의 새 틀 짜기든 ‘기둥’이 돼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연구개발(R&D) 분야다. 이는 경험적으로도 입증된다. 한국농업의 역사는 농업연구와 기술개발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식량자급 달성의 주역이자 녹색혁명을 이끈 통일벼 탄생과 보급, 사시사철 채소와 과일을 국민밥상에 올릴 수 있도록 한 백색혁명과 원예기술, 생활수준 향상과 육류 수요증가에 조응한 축산업의 발전 등을 톺
아보면 농업연구개발사가 곧 농업발전사임을 알 수 있다.
연구개발의 중요성은 농업분야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투자활동만 봐도 쉽게 안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은 연구개발에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제품시장을 선점하고 미래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연구개발 사업비 비중에 따라 성장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경제평론가들의 상식이 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영원한 첨단산업’이라는 농업의 경우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규모의 경쟁력을 강조한 시대는 저물었다. 기술의 경쟁력, 협력의 경쟁력이 농업강국의 우열을 가르는 시대인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올해 5월 농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혁신방안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현실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핵심 분야 집중투자, 민간 연구개발 투자 활성화 같은 세부전략의 치밀성은 별도로 따져볼 일이다.

농촌진흥청이 주요목표로 내걸고 있는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미래 성장동력 창출연구 강화 △농촌 활력과 농업인 역량 향상 △글로벌 농업기술협력 강화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농촌진흥과 농업경쟁력의 ‘종자’는 연구개발일 수밖에 없다. 세부적으로는 유전자원, 친환경기술, 기계화와 자동화, 농자재 관리 같은 농업기초기반 기술 개발과 식량작물, 원예특작, 축산, 수확 후 관리와 수출 지원 같은 우량품종 및 생산기술 개발이 결국 향후 농업발전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