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유통 활성화 방해하는 ‘시군유통회사’

이명박 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기업적 방식의 도입을 선호했는데 그 대표적 사업들은 대부분 부실투성이로 전락했다. 사례를 살펴보자.
시군유통회사는 이명박 정부 들어 추진한 사업으로 2009년부터 올해까지 총 207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 하지만 시군단위에 새로운 주식회사를 설립해 농산물 판매유통을 강화하겠다는 명목으로 시작했으나 이미 2009년 사업초기부터 산지유통 활성화는 커녕 기존 시군단위 농협연합사업단, 조합공동사업법인 중심의 농산물판매사업과 경합하거나 갈등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시군유통회사 평가결과보고서’(2011.6)에 따르면 총 11개 시군유통회사들의 운영 성과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업실적 전무한 ‘대규모농어업회사’

대규모농어업회사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2009년, ‘국가가 관리하는 대규모 간척지를 장기임대(30년) 해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수출농기업 1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하에 추진됐고 그동안 기반조성사업으로 총 56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사용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추진실적을 보면, 사업자 지정만 돼 있을 뿐 수출 등 실질적인 사업실적은 전무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2012년 예산으로 50여억원이 편성됐다.

투자 저조한 ‘농식품전문투자펀드’ 출자사업

농식품전문투자펀드 출자사업은 ‘투자를 목적으로 결성한 농식품전문펀드에 정부가 출자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한다’는 명분하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총 1,507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사용됐다.
하지만 펀드의 특성상 민간 위탁운영이 될 수밖에 없고 결국 수익성 위주로 운영하게 돼 대기업위주의 투자가 될 것이 분명하므로 2009년 관련법 제정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실제로 현재까지 결성된 9개 펀드의 총 결성액 1,970억원중에 실제로 투자된 금액은 86억원(4.3%)에 불과하며 농업분야에 대한 투자 또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산물가격안정기금으로 외식업체,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 지원

한식세계화 사업 중 기업 프랜차이즈 해외진출에 대한 지원내역을 보면, 2010년 (주)카페베네, (주)롯데리아, (주)위두, (주)대대FC 등 4개 기업에 6,000만원, 2011년 CJ제일제당, (주)카페베네, 대상 FNF(종가집) 등 3개 기업에 2억원이 지원된 바 있다. 카페베네와 롯데리아의 경우 각각 커피와 햄버거를 판매하는 업체로 한식세계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지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CJ제일제당과 대상 FNF와 같은 대기업 계열사의 해외진출까지 지원하는 등 도를 넘어선 기업지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0~2011년 프랜차이즈 해외진출 지원 수혜기업>

▷ 싱가포르 프랜차이즈 박람회 지원
  - 지원금액 : 6,000만원
  - 대상업체 : (주)카페베네, (주)롯데리아, (주)위두, (주)대대FC
▷ 미국 외식산업박람회 지원
  - 지원금액 : 2억원
  - 대상업체 : CJ제일제당, (주)카페베네, 대상 FNF(종가집)

※자료 : 국회예산정책처, 2012 부처별 예산안 분석자료


뿐만 아니라 외식 식품업체에 대해 시설, 운영자금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농산물가격안정자금에서 식품외식종합자금사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2009년~2011년 융자금을 지원한 기업은 CJ푸드빌, (주)놀부, 아모제산업, 한솥영농조합법인, (주)케이앤비푸드시스템 등이다.
특히 농산물가격안정을 위해 사용하라는 농산물가격안정기금으로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인 CJ푸드빌, (주)놀부 등까지 지원하고 있는데, MB정부의 친기업적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공정거래 대형유통업체에 예산지원

2008년부터 정부가 진행중인 ‘산지-소비지 상생협력사업’은 대형유통업체에 연리 4.0%로 직거래 매입자금을 지원하고, 매장 등에서 생산자조직의 농산물을 홍보할 경우 판촉 및 홍보비용의 50%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2009년엔 10개 대형유통업체에 500억원, 2010년에는 12개 업체에 603억원을 지원했고, 2011년에도 500억원, 2012년 200억원 등 총 1,803억원의 직거래자금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

산지-소비지 상생협력사업은 유통업체와 산지의 상생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산지를 보호하는데 그 목적이 있지만 이 사업에 참여해 자금지원을 받는 대형유통업체들이 농민과 산지에 대해 판촉비용을 농민에게 부당강요하거나 경쟁백화점 입점방해, 부당반품, 판촉사원 파견강요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계속 일삼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행위 시정조치 내역에 따르면,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대형유통업체 3개소(롯데마트, 이마트, 이랜드 리테일) 모두 지난 3년간 불공정거래 시정조치를 받은 바 있다.

국내에 식량 도입하지 않는 해외농업개발 기업에도 지원

해외농업개발사업은 국제 식량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식량을 국내에 공급하기 위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식량을 국내에 도입하지 않고 현지에서 판매하는 업체에 지난 2년간 563억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한미 FTA 보완대책 농업예산 54조는 농민기만

다음으로 정부는 지난 1월2일 총 54조원 규모라는 한미FTA 추가보완대책을 발표했지만 이 또한 농민기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기존 피해대책 예산 22.1조원에서 2조원이 증액된 규모이며, 여기에 29.8조원의 세제지원 혜택을 포함하면 총 54조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기존 22.1조원의 예산조차 일반 농업 예산을 모두 끌어다 FTA라는 꼬리표를 달아놓은 수치 부풀리기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또한 2007년부터 10년간 22.1조를 투자한다 했지만, 연간 2조원씩 증액돼야 할 농업 예산이 국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대폭 감소돼 왔고, 정부는 2015년까지의 중기재정계획에서도 감소추이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면세유, 부가세 영세율이 FTA 대책?

더욱 가관인 것은 면세유와 부가세 영세율의 기한연장까지 FTA 예산으로 포함시켜 자그마치 29.8조원이나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농어업용 면세유 공급은 FTA와 상관없이 지난 1972년(어업용)과 1986(농업용)년부터 시작됐고, 농어민이 기자재를 구입할 때 부가가치세율을 0%로 하는 ‘영세율’ 제도도 1988년 도입됐다. 그리고 농어민 지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장돼왔다. 이것까지 FTA 딱지를 붙여 무려 30조에 가까운 예산을 ‘뻥튀기’하는 것은 정말로 억지에 가깝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거꾸로 가는 농업농촌예산편성

이명박 정부의 농업농촌정책은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 극대화된 농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농업농촌예산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축소해가고 있으며, 예산편성의 방향도 거꾸로 가고 있다.
국제적인 식량위기 속에서도 식량자급률 확대보다는 해외식량개발을 위한 기업지원 예산만 확대하고 있고, 가격지지예산을 사실상 폐지함으로서 농산물 가격대란을 방조했으며 부실투성이 친기업적 예산만 편성하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를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기본적인 농정의 방향조차 외면하고 있다.

갈수록 농민들은 고령화돼가고 농민내 양극화가 심화되며 농촌빈곤이 확대되는 등 10년후 농업농촌의 미래가 암담한 시점에서 더 늦기전에 농정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4대강 사업, 친기업적 예산이 아니라 식량자급률 확대, 기초농산물에 대한 정부수매제 부활, 생산비보장 계약재배확대를 위해 농업농촌 예산이 사용돼야 한다.

또한 로컬푸드 등 중소가족농의 안정적 생산·판매, 소득창출을 위한 생산과 소비 조직화, 지역농식품순환체계 등 새로운 경제영역을 창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
올해 4월과 12월에 있을 총선과 대선은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2012 임진년 새해, 농업농촌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가 우리 앞에 제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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