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혼천의, 해시계, 물시계, 측우기 등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들을 남긴 세종대왕. 최근 종영한 ‘뿌리깊은 나무’라는 드라마에서 그런 업적을 일궈낸 세종대왕의 비결을 엿볼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 세종은 일명 ‘경연’제도를 통해 각종 현안 정책을 풀어갔다. 삼정승을 비롯한 주요 요직자들과 논어의 한 구절을 놓고 음미하면서 그 구절과 국가 현안을 연계해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현재 미국 백악관이 성경 구절을 읽으며 국사와 연계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세종실록을 보면 세종은 제위기간 동안 무려 9천여 회의 경연을 펼쳤다고 한다.

또 조선의 대표적인 인재등용문인 과거시험도 남다르다. 드라마 초기에 잠깐 소개됐는데, 과거시험에서 외워서 쓰는 문제를 내지 않고 직접 세종이 현안에 대해 문제를 냈다. 예를 들면 세제 개혁을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국방 개혁은 어떻게 하면 하면 좋겠는가 등 당면 정치 현안에 대해 문제를 내고, 답을 쓰게 함으로써 시험 응시자들의 아이디어를 듣는 곳으로 활용했다.

또 세종은 주요 요직에 인재를 등용할 때 친분이나 계파를 따지지 않고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들을 찾아서 등용하고 그들을 다른 변수가 없는 한 끝까지 신뢰했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입장과 다른 영의정 황희를 활용해 훈민정음 반포와 같은 중요한 정책을 결정한 것이나 한낱 백정을 지금의 국가과학수사대 ‘검시관’으로 발탁한 것, 궁녀의 특별한 암기능력을 높이 사서 한글을 만드는데 있어 핵심인물로 등용한 것 등이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었다.
세종의 이러한 인물등용과 국정을 이끌어가는 철학은 결국 백성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아니 반대로 백성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그같은 철학이 가능했다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 국정을 이끌어갈 대통령과 정책을 입안할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국가 중대사가 예정돼 있다. 우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능력을 발휘할 인물들을 선택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정치권에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판’ 짜기 작업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26살짜리 하버드대학 출신 사업가를 불러 개혁의 칼자루를 쥐어줬고, 몇몇 야당은 하나로 합쳐서 정권교체를 위한 ‘대의’ 만들기에 나섰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이용한 ‘미디어 정치’가 새로운 정치바람을 일으키면서, 구세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정치는 이제 10대, 20대를 막론한 전국민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같은 ‘정치바람’의 원천은 무엇일까. 바로 기존 정치인과 정치를 신뢰하지 않는 국민정서와 더 이상 자신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 정치력을 발휘하는 부정하고 부패한 정치인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국민정서다. 또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뿌리깊은 사랑’을 가진 인물을 갈망하는 국민정서다.

특히 농업계에 부는 정치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신자유주의’라는 미명아래 그토록 반대했던 한EU·한미 FTA가 최종 타결됐고, 대책마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겪은 농업계는 이제 더는 정치권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올해는 정치농사를 잘 짓자’라는 구호가 나온다. 농업과 농촌에 대한 올바른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정치인을 뽑자는 뜻이다. 또 더 이상 농업정책을 정치인에게 맡기지 말고 농민 스스로 ‘정치세력화’해서 직접 정치농사를 짓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농민정치인 강기갑 의원은 “만날 뒤통수 맞으며 살아왔는데 이제 깨어 일어설 때다. 올해 총선·대선은 그야말로 ‘종자갈이’를 대폭 하도록 주체로도 나서고, 한표 한표 제대로 종자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뿌리깊은 농업사랑’으로 꽃 피울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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