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쌀직불금 파문은 우리나라 농지 소유와 이용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준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헌법에 경자유전의 원칙이 명문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재지주에 의한 농지소유가 광범위하게 진행됨에 따라 실경작자인 임차농민에게 지급되어야 할 쌀직불금이 부재지주에게 지급되는 사례가 실제로 확인되었던 것이다.
농지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식량주권을 보장하는 근본 토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량농지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식량자급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제적 식량위기 시대에 국가차원에서 식량자급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근거하여 적정 농지면적을 산출하여 농지를 보전하는 일이 식량주권 보장을 위한 일차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농지의 소유·이용 관계는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임차농은 농업소득과 경영안정성 면에서 자작농보다 불리하며 농지가격 상승에 따르는 지가차익을 누릴 수 없고, 토지개량투자나 고정자본투자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친환경유기농업에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전한 농산물 생산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농지의 소유·이용 관계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농지훼손

하지만 현행 농지제도는 식량주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데,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비농업인의 농지소유 요건을 더욱 완화하는가 하면 농업진흥지역을 대폭 해제하고, 4대강 사업으로 농지를 훼손하는 등 식량자급의 기반을 심각히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2009년 농지법 개정으로 평균 경사율이 15% 이상 되는 농지의 비농업인 소유를 전면 허용했고, 부모에게 상속받은 농지라면 농업에 종사하지 않아도, 넓이에 관계없이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한 세금혜택, 정부보조금, 농지소유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농업회사법인의 구성요건도 업무집행권을 가진 농업인 비율이 3분의 1이상만 되도록 완화했고, 한국토지공사가 계획관리지역과 자연녹지지역 안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비농업인의 농지소유 요건을 완화해 농지의 소유와 경작을 더욱 분화시키는 한편, 농지전용도 가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토지공사가 소유하게 될 농지는 이미 농지가 아닌 용도로 쓰겠다는 것을 공고하는 것이고, 평균경사율 15% 이상의 한계농지의 비농업인 소유를 허용하겠다는 것 역시 한계농지의 전용을 염두에 둔 것인데, 이 농지를 모두 합하면, 우리나라 전체농지 176만ha의 38%에 해당하는 67만ha에 이르기에 농지훼손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비농업인의 농지소유 완화 및 농지전용 완화를 큰 폭으로 진행해왔는데, 2008년 12월, 전국의 농업진흥지역 농지 6만5,743ha를 일제히 해제했고, 2009년에는 비사업용 토지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60%) 폐지를 발표, 농지투기를 부추긴 바 있다. 농지중심으로 조성해왔던 새만금 간척지는 하루아침에 산업단지 70%, 농지 30%로 뒤집기도 한 바 있다.

비농업인의 농지소유와 농지임대차 확대

헌법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표명하고 있으나 농지법은 예외규정을 통해 비농업인의 농지소유와 농지임대차를 광범위하게 인정함으로써 2010년 현재 임대차 농지가 전 농지의 47.9%에 달하며, 임차농가가 전 농가의 62.2%를 차지하고 있다. 농지임대차의 확대는 주로 비농가의 농지소유 증가에 기인하는데, 임차한 농지의 소유자 현황(통계청 2008)을 살펴보면 비농가가 61.0%에 달하고 있다.

농지전용의 확대

농지전용허가 면적은 2000년 9,883ha에서 계속해서 증가되는 추세다. 2001년 10,209ha로 1만 ha를 넘어서기 시작하여 계속 증가하더니 급기야 2007년 24,666ha로 급증하였고, 2009년  22,680ha, 2010년에 18,732ha가 전용됐다.

농지전용은 농지면적을 감소시키고 농지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필지별 소규모 분산 전용으로 인한 난개발을 야기하는 등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또한 현행 농지전용제도는 용도지역별 행위제한에 위배되지 않는 한 대체로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허가가 아니라 법적 절차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대규모 농지전용보다 소규모 농지전용을 유도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필지별 소규모 분산 농지전용은 농지전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없을뿐더러 난개발과 훼손이라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진흥지역의 해제면적 증가

한편 최근에는 농업진흥지역의 지정 면적보다 해제 면적이 많아지면서 농업진흥지역 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2007년에 농업진흥지역 농지 58,065ha에 대해 농업진흥지역 지정을 해제한데 이어 2008년에도 65,000ha의 농지에 대해 농업진흥지역 지정을 해제했다. 이와 별도로 2008년 경기도에서도 14,274ha의 농업진흥지역 지정을 해제함으로서 농업진흥지역 농지전용 외에 농업진흥 지역 지정 해제에 의해서도 농업진흥지역 면적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효성 없는 농지보전관리제도

현재 농지취득자격증명은 실제 경작하는 농업인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데 별 효과가 없으며, 농지처분명령은 농지이용실태조사를 통해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경우 적용되는데, 농지이용실태조사의 범위가 제한되어 성과 또한 제한적이다.

농지전용허가를 받으려면 전용하려는 농지의 개별 공시지가의 30%에 해당하는 농지보전부담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농지보전금부담제도는 감면 적용범위가 넓어 농지보전부담금이 부과되는 농지전용 면적이 전체 농지전용면적의 40%도 되지 않고 있다.

농지와 농지임대차를 관리하기 위해 시·구·읍·면에 10~4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농지관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있고 농지 소유, 이용실태 파악과 효율적 이용, 관리를 위해 시·구·읍·면에 농가별로 농지원부를 작성하여 비치하고 있지만, 농지임대차 실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변동사항 정리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와 부합하지 않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농지공개념제도’의 전면 도입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농업구조조정은 궁극적으로 농지거래자유화를 통해 농지의 공공성을 제거하고 농업을 해체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농지공개념제도’의 도입을 통해 농지의 공공성을 확대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국민농업의 실현에 필요한 토대를 확보해야 한다.
식량주권, 다원적 기능, 상호보완적 농업공동체 등 국민농업의 공공적 기능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식량자급률 목표수준을 설정하여 적정수준의 농업외연 규모를 유지해야 하는데, 여기서 적정규모의 농지를 보전하고 계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농지공개념제도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쌀생산비의 약 45〜50%가 토지용역비일 정도로 우리 농업의 생산비 가운데 농지가격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농지공개념제도의 도입을 통해 토지용역비를 대폭 낮춤으로써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훨씬 싸게 공급하여 식량주권을 보장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농지공개념제도의 도입을 통해 토지용역비를 크게 낮출 경우 대폭의 생산비 절감효과가 발생하여 농가소득이 증대되고 농가경제가 호전됨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농가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농지공개념에 기초한 농지정책 대안
첫째, 농지공개념의 기본이념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현행 농지법 전문에 농지공개념의 기본이념이 담겨 있으나 사실상 추상적 선언에 그치는 실효성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미 사문화된 헌법 제121조 경자유전의 원칙 조항을 농지공개념의 기본이념으로 대체하여 최상위법으로 농지공개념의 실효성을 명문화해야 한다.

둘째, 농지에 대한 규제제도를 유지·강화해야 한다.
우선 현행 농지의 소유·보전·이용·관리에 관한 규제제도를 유지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점차적으로 농지농용(農地農用)의 원칙에 따라 농지의 계획적 이용 및 보전을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함으로써 농지공개념제도를 점차적으로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셋째, 국가매입에 의한 농지공유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농지공개념제도의 정착을 위해 우선 농가부채 청산과 연계한 농지 및 향후 상속·이농으로 발생할 비농민의 소유농지부터 공유제를 도입하고, 점차적으로 기존 비농민의 소유농지까지 공유제의 대상농지를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넷째, 농지은행제도를 전면개편해야 한다.
현행 농지은행을 농지관리전담기구로 전면 확대개편해 농지관리체계를 강화하고, 향후 이 기구를 통해 국가매입에 의한 농지공유제 확대를 추진하며, 국가가 매입한 농지는 낮은 임대료 수준에서 장기간 공동농사조합 등에 임대하여 경작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적정 식량자급목표에 근거하여 필요 농지면적을 산정하고 농업진흥지역의 면적을 유지하는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농지전용의 내용을 엄격하게 하고, 전용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농업진흥지역 지정해제 요건도 강화하여 농업진흥지역의 감소를 막아야 한다.
여섯째,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 등 농지규제에 따라 농지소유자가 감수하게 되는 상대적 손실에 대해 사회적으로 보상하는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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