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 한미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날치기 강행처리 됐다. 한미FTA 발효 후 우리 농업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압박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22조원 지원계획을 통해 충분한 피해대책을 마련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피해직불금 요건 완화 외에는 기존에 있던 정책들을 모아놓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해온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을 통해 이미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는 농가경제의 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도농간 소득격차 심화

명목상의 농가소득은 상승하고 있으나 도시가구와의 소득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1990년 도시가구소득 대비 농가소득은 97.4%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1994년 UR협상 타결과 본격적인 수입개방으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여 IMF 이후에는 계속해서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최근에는 농가소득이 도시가구소득의 65~66%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매우 심각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농가간 양극화 심화

소득의 분배상태를 통해 양극화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소득 5분위배율(소득수준 상위 20% 가구의 소득을 하위 20% 가구의 소득으로 나눈 것)을 비교해 보면 도시보다 농촌의 격차가 훨씬 심각하다. 이는 우리나라 농촌이 대다수의 중소가족농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농업생산주체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가족농이 붕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소득이 가장 낮은 5분위로 내려갈수록 도시와의 격차가 더욱 심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소가족농의 하향분해 추세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으로 인해 중소가족농이 전반적으로 하향분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농축산물 판매금액 구간별 농가수를 보면 연간 매출액이 1천만원 이하인 농가가 798,784가구로 전체 가구의 67.85%나 차지하고 있다.

농촌 빈곤율의 상승

정부에서 절대 빈곤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얻고 있는 ‘빈곤선’ 아래의 농가비율을 살펴보면, 2004년 전체 농가중 빈곤농가 비율은 9.1%였으나 2005년 14.9%, 2006년 13.6%, 2007년 15.4%, 2008년 17.5%, 2009년 19.6% 등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최근 빈곤율의 상승은 2005년 추곡수매제 폐지, 쌀수입 확대, 2008년 국제곡물가격 및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생산비 인상, 농산물 시장개방에 따른 농업부문의 수익성 저하와 고령화 등으로 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농가실질소득 감소

농가소득은 전체적으로 1995년 21,803천원에서 2010년 32,121천원으로 1995년에 비해 4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1995년 대비 2010년의 물가상승률은 66.1%에 달해 실질 소득은 오히려 20% 가까이 감소했다.



농가교역조건의 악화
농가가 생산해 판매하는 농산물과 농가가 구입하는 농자재 또는 생활용품의 가격상승폭을 비교해 농가의 채산성을 따져볼 수 있는 농가교역조건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농가판매지수는 1995년 대비 2010년에 32.5% 증가한데 반해 농가구입가격지수는 94.6%나 증가했고, 이로 인해 농가교역조건은 1995년 129.9에서 2010년 88.5로 급격히 악화되었다.(2005년을 100으로 본 지수) 농가교역조건지수가 1백이 넘으면 농산물 가격의 상승폭이 농가 구입물품의 가격상승폭보다 커 그만큼 농가의 채산성이 좋아진 것을 의미하며, 1백 이하이면 거꾸로 농산물 가격보다 농가구입물품의 가격이 더 뛰어 농가의 채산성이 악화된 것을 의미하는데, 1995년 130에 달하던 상황에서 2010년 88까지 농가교역조건이 악화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농가의 채산성이 악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가부채의 심화

농가부채는 2010년 현재 27,210천원으로 1995년 대비 197.0%나 늘어났다. 특히 농업용 부채의 경우 15년전보다 103.6% 상승한데 비해 가계용 부채는 560.7%나 늘어나 농가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정실패로 인한 농가경제의 위기

현재의 농가경제 위기는 농산물 시장개방을 전제로 개방된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농업구조조정을 강행했던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의 실패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농산물 시장개방을 대세라고 이야기하며 WTO 수입개방 협정과 동시다발적인 FTA 협정을 통해 전면개방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수입개방에 대한 대응방향을 소수의 전업농과 기업농에 대한 선택적 육성에 의한 국제경쟁력 강화로 잡고 농업구조조정정책 시행을 통해 가격지지정책을 폐기하는 등 농가경제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수입개방의 전면화와 농업구조조정을 통한 대응은 농가경제의 위기, 식량자급률의 심각한 하락 등으로 귀결되고 있다.

농가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방향

한국 농업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가족농이 하향분해를 거치며 붕괴되고 있는 현황을 고려할 때 농가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고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농가소득 증대와 복지/공공서비스 영역에서의 도농간 격차해소의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농가소득의 측면에서는 농업소득의 증대를 중심으로, 농외소득의 증대와 농가부채의 해결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선 농업소득의 증대를 위해 식량자급률을 중장기적으로 50%까지 높인다는 국가적 목표 하에 기초식량에 대한 국가수매제의 실시 등을 통해 가격지지정책을 펼치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평가에 기반해 고정직불금을 현실화하는 등 중소가족농이 농업생산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과 농업재생산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농외소득의 측면에서는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 중심의 발전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농외소득원 조차 농촌에 남아있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내적 발전을 통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농가부채의 측면에서는 장기분할상환 방안 마련, 실질적 감면조치 시행, 경영회생자금 확대 등을 통해 부채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농가경제의 어려움을 소득의 측면만을 중심으로 바라봤던 관점에서 벗어나 복지/공공서비스의 측면에서 도농격차의 해소를 통해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소득의 도농간 격차 뿐 아니라 복지와 공공서비스 측면의 도농 격차도 농가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복지/공공서비스의 확대는 경제적 문제로 인한 삶의 불안정을 일정하게 감소시키고, 최저생활을 보장하며 생산의욕의 고취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보편적 복지 확대의 사회적 흐름 속에 도농간의 격차를 줄이고 농촌의 빈곤 문제 완화 등을 통해 농가경제의 회복 및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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