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28일부터 12월9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7)가 열린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도 새로운 협정이 도출되기는커녕 대부분 선진국은 2016년 이전에 협정이 마련되더라도 2020년까지는 발효될 수 없도록 규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에는 선진국들에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한 교토의정서 시한이 만료된다. 따라서 이를 대체하기 위한 새 협정이 마련돼야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유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의 새 협정 연기 움직임에 대해 “무모하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과학자들도 협약 연기 추진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페이스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까지 국제협약이 마련돼 시행되지 않으면 지구온도를 섭씨 2도 이하로 묶어놓기 위한 가능성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진국들은 코펜하겐 회의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지난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80년 만의 최악의 경기 침체에도 5%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기후변화 위기와 농업의 위기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먹거리 위기의 양면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의 걸림돌로 이야기되는 3F(food먹거리, fuel연료, financial금융)의 위기 혹은 3대 위기(기후변화, 먹거리, 에너지)는 모두 인류 생존의 최소 조건인 먹거리의 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와 농업의 관계,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기후변화 위기를 초래한 자본주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4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부터 전세계적 온실가스(Green House Gas; GHG) 배출은 계속적으로 늘어났으며 1970년부터 2004년 사이에는 70%까지 증가하였다. 산업혁명 이후부터,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배출은 증가하였으며, 이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했던 것이다. 1970년부터 2004년 사이의 전세계적 온실가스 배출 중 가장 두드러진 증가는 에너지 공급 부문에서 14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직접 배출에 의한 증가는 수송수단에 의하여 120%, 산업에서 65%, 토지이용, 토지 이용 변경 및 산림에서 40%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증가의 주된 원인은 화석 연료의 연소인데,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자본주의화로 인한 대량생산, 대량소비형 경제활동으로 온실가스배출이 증가했으며, 이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현재의 기후위기를 초래했다. 2007년 IPCC의 ‘기후변화에 관한 제4차 보고서’는 지금과 같이 인류가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생활을 계속하면 21세기 말(2090~2099)에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최대 6.4℃ 추가로 상승하고, 해수면은 59cm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농업의 산업화와 에너지·자본 집약적 농업의 출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농업의 산업화는 영국에서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처음 비롯되었다. 영국은 열대의 식민지나 온대에 위치한 식민지로부터 농산물을 수입할 수 있었던 조건을 기반으로 ‘세계의 공장’으로서 공업을 특화해나갔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은 자국은 공업화하고 식민지 나라들은 식량과 원자재를 공급하는 수출 농업과 채취 산업으로 특화하는 ‘국제분업’을 추구했다. 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권 국가들과 이들의 산업화를 지원하기 위한 비유럽권 국가들의 수출 농업으로의 특화가 국제적인 분업 관계로 형성됐던 것이다. 이 때문에 자본주의, 개발주의 하에서는 농업이 중심부의 공업을 보조하는 하찮은 존재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20세기에 들어 미국은 식량을 외부에서 조달했던 영국과는 달리, 자국 내에서 제조업과 농업 부문이 함께 발전하는 새로운 개발 모델을 추진했다.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는 적으면서 넓은 경작지를 가지고 있었던 미국은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는 에너지-자본 집약적 농업을 추구했다. 석유·비료·종자·기계·농약 등의 기술적 자재와 집약적 축산을 위한 옥수수·대두 사료 등을 모두 시장에서 구입해서 농업에 투여하게 됐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재와 사료 등을 공급하는 농업관련기업들이 급속하게 발전했으며, 한 국가 내지는 지역차원에서 이루어졌던 자본에 의한 농업의 지배는 1980년대 이후 식품 및 농업부문에서도 세계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지구적 규모로 광범위하게 확대됐다. 그 결과로 현대의 ‘세계농식품체제(global agri-food regime)’는 곡물, 육류, 가공식품을 취급하는 초국적 농식품기업들이 생산자인 농민으로부터 최종소비자까지를 묶는 중심적 역할을 하며 지배하는 구조로 자리잡게 됐다.

기후위기와 농업위기, 먹거리 위기의 심화

무분별한 자본주의적 개발주의가 초래한 지구온난화와 산업적 농업은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기후위기와 농업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심각한 먹거리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식량안보와 기후변화: 2050년과 그 이후에의 도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구와 경제성장(소득), 그리고 기후변화라는 요소를 고려한 몇 가지 예견되는 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해 15개의 시나리오를 계산한 결과 2050년 기온은 20세기보다 6.4도 높아지고 식량가격은 옥수수는 87~106%, 쌀은 31~78%, 밀은 43~58% 정도 각각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산업화된 농업은 석유에의 과도한 의존으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다. 농업과 관련해서 배출되는 주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2)와 아산화질소(N20), 그리고 메탄(CH4)등인데, 화학비료 제조 과정에서 연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4100만톤에 달하고, 인간활동에 의해 생성되는 아산화질소의 60% 가량이 화학비료의 사용으로 인해 생성되며, 50%의 메탄이 공장식 축산에 의해 생성되고 있다.

산업화된 농업은 ‘농장에서 식탁까지’에 이르는 전반적인 과정이 초국적 농식품기업의 영향력하에 편입되면서 극도로 석유에 의존하는 생산체계를 가지게 됐다. 또한 이들에 의해 농업이 식품 생산을 통해서 이윤을 획득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식품이 농장으로부터 식탁에 이르기까지 평균 2,000마일이나 이동하는 시스템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산업화된 농업은 기후변화 위기를 촉진하고, 기후변화 위기는 농업의 위기를 초래하면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악의 먹거리 위기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국제기후변화협상의 시작

세계 각국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1992년 리우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였다.  기후변화협약이 1994년 공식 발효되면서 기후변화가 국제기후정치 무대의 공식의제로 등장하게 되었고, 이후 1995년부터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Parties; COP)가 매년 개최됐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대표적인 국제 협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교토의정서

그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도출된 가장 유의미한 결과는 1997년 COP3(교토 총회)에서 체결된 ‘교토의정서’이다. 2005년에 공식 발효된 교토의정서는 부속서Ⅰ에 속한 선진국과 경제이행국들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평균 5.2%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토의정서는 탄소배출권거래를 통해서 다른 나라의 탄소배출권을 구입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효성에 있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에 실패하고 말았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CO2배출량은 매년 3%까지 증가하였는데, 이는 교토의정서가 체결되기 전 10년 동안과 비교하면 4배나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되었던 15차 당사국총회는 장관급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120명에 가까운 국가 정상들이 참가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 중 하나라고 평가받았지만, 결국 강제력이 없는 ‘코펜하겐’협정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지난해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되었던 1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칸쿤합의’는 2020년까지 연간 1천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녹색기후기금 조성을 비롯, 지구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억제키 위한 ‘긴급한 행동’ 촉구안 등이 담긴 칸쿤합의를 도출하였으나 비록 낮은 수준이지만 ‘성공적인 합의’였다는 평가와 ‘차라리 합의가 없는 것이 잘못된 합의보다 낫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편 2010년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는 ‘기후변화와 지구 대지의 권리를 위한 세계 민중 총회(CMPCC)’가 개최됐고, 전세계 각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세계식량정상회의에 맞서 병행포럼을 통해 식량주권을 처음 천명했던 것처럼, 무능한 정치인과 관료들의 협상을 비판하며 기후위기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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