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이상기후로 인한 각종 농업재해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계속된 이상 한파, 여름철의 잦은 비와 일조량 감소, 병충해 발생으로 과수농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농작물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8월말 이후 기상여건이 좋아지긴 했으나 재해피해의 심각성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농업재해로 인한 피해복구비는 1조1,284억원으로 2009년의 1,222억원, 2008년의 1,089억원의 10배에 달하는 상황이다. 특히 UN FAO, OECD는 물론이고 각종 해외 연구기관들까지 이상기후, 기상이변의 심화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재해피해는 커져가고 있으나 지원제도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농업재해대책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방향과 대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재해대책의 종류

◇생계보장기능의 재해구호제도 = 현재 우리나라 농어업재해대책법의 주요내용이 바로 재해구호제도인데, 이는 농업재해로 인한 피해액에 관계없이 재해로 인한 생계곤란 문제를 해결하는데 목적을 둔 기초적인 재해대책이다.
따라서 피해에 대한 보상적 규정은 없다. 동법에 따르면 재해를 입은 농지에 대해 대체작물 재배를 위한 대파 종자대와 비료, 농약대를 지원하는 내용이 있으나 이는 농작물의 피해액과는 관계없이 재생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원이므로 정확하게 말해서 보상은 아니다.

◇피해보전기능의 재해보상제도 = 보상제도는 재해를 입은 농가의 농업관련 피해액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방법으로서, 피해농작물의 생산비를 보상한다던가, 그 기대 수확량의 일부를 보상해 줌으로써 농가의 재생산 능력과 생산활동의 기반을 보장해 주려는 것이다.
이같은 사례로서 대만의 농업재해구조 조치를 들 수 있는데, 일정한 수준 이상의 피해를 입은 농가에게는 그 피해 정도에 따라 생산비의 20%까지 보상해주고 있다.

◇소득보장기능의 재해보험제도 = 재해로 인한 피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험으로 보상함으로서 피해농가의 소득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농업재해 보험제도는 보상제도보다 높은 수준에서 피해액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하며 재해 발생시 피해조사와 손해평가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재해보상제도가 피해액에 대한 일부보상으로 피해보전 기능을 가진다면 보험제도는 피해액에 대한 완전한 보상을 추구하며 기대소득을 보장함으로써 생활안정과 확대 재생산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재해대책의 문제

◇농작물 피해 보상·지원 전혀 없어 =정부 재해대책의 기본방향은 이재민에게는 최소한의 생계를 지원하는 구호대책을 마련하고, 손실보전은 재해보험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해로 인해 농작물 피해를 입어도 재파종이나 재입식에 필요한 대파비용과 농약비용, 그리고 시설피해에 대한 일부 지원이 있을 뿐 작물피해에 대한 지원조치는 전무한 상태이다.
1996년 15대 국회시 김영진 의원이 농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농작물 피해를 입은 농가에 대해 그 피해가 이전 5년간의 생산량의 최고치와 최저치를 제외한 평균생산량의 3할을 초과하는 경우에 한해 피해의 7할 이상을 국가 등이 보상’하도록 하는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폐기된바 있다.
또한 2001년 16대 국회시 김영진 의원이, 그리고 2010년 18대 국회시 강기갑 의원이 ‘농작물과 가축 피해액의 일부를 지원’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이마저도 정부의 반대로 폐기된바 있다.

◇불합리한 복구 지원기준 =재해로 인한 정부 지원대상 피해규모도 농업용 시설의 경우 시·군당 3억원 이상으로 규정해 개별 농가가 수천만원의 피해를 입어도 전체 피해액이 이에 못 미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정부 보조금의 지원한도는 2006년 최대 3억원에서 지난해 5000만원까지 낮아져 정부의 지원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복구지원 단가, 시세의 60~70%에 불과
= 농자재 등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지만 대부분의 재해복구비 지원단가는 5~6년 동안 변함이 없다. 농경지 복구비를 비롯해 작물 대파비(과수·화훼 제외), 가축 입식비(한우 제외), 버섯 및 인삼 재배사, 우사·돈사 등의 축사 시설비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지원단가는 2010년 기준으로 시세의 평균 65%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농식품부는 올 하반기부터 작물별 대파대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했으나 이 역시 시세의 평균 7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복구비용 절반 본인부담 = 대파대도 보조율은 50%에 불과하고, 시설복구비도 보조는 35%에 불과하다. 결국 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액이 빚으로 남게 되고, 여기에 재파종.재입식 비용과 시설복구 비용도 절반 가까이 자부담해야 하다보니 고스란히 농가부채로 남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농작물 재해보험의 문제

◇일부 품목에만 국한 =2011년 현재 30개의 보험 대상품목중 전국적 단위로 본사업이 진행중인 품목은 12개(이중 5개 품목은 올해부터 본사업시작)에 불과하며 그 외 18개품목은 시범사업으로 진행중인 상황이다. 갈수록 재해피해가 커져가고 있고 농작물 피해에 대한 지원 조차 전무한 상황에서 지난해까지는 과일류 7개 품목에 대해서만 본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는 재해보상에 대한 농민 요구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미흡한 수준이다

◇재해보험 가입률 저조
=재해보험이 도입된지 10년이 됐지만 사과, 배를 제외한 농가가입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2010년 현재 면적대비 가입률 평균은 36%. 농가수대비 가입률 평균은 21%를 나타내고 있다. 그것도 사과, 배를 제외하면 면적대비 13.1%, 농가수대비 8.3%에 불과한 가입률을 나타내고 있다.

◇대상재해가 너무 제한적 = 사과와 배를 제외하면 가입률이 저조한데, 대상재해(주 계약)가 태풍과 우박에 한정돼 있고, 품목별 특정재해는 특약형태로 돼 있어 품목별 재해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지역특성을 고려한 상품설계가 부족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농촌경제연구원 2010)에 따르면, 현재 농작물재해보험에 다시 가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34.3%가 ‘제한적인 대상재해’라고 응답했다.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부담되는 보험료=1헥타르의 과수원을 가지고 있는 농민이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할 때 내는 보험료는 75만 원 가량.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보상범위는 태풍과 강풍, 우박으로 한정돼 있다. 특히 동해나 집중호우 피해 등을 추가하려면, 각각 몇 십만 원씩을 더 내야 한다. 또한 재해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낙과율이 20% 미만이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이같은 사실을 고려하고 한국 농촌이 대다수 중소농 중심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보험료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현재 지역별 보험료 부담비율을 살펴보면, 자부담 비율이 21~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지자체의 부담률을 확대해 농가자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보험가입을 확대하고 농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재해대책 방향과 과제

우선, 재해에 대한 사전예방은 물론이고, 재해 발생시 피해를 입은 농민이 부채 더미에 눌려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재생산에 나설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작물피해 손실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농어업재해대책법을 개정해야 한다. 과거 재해보험이 도입되기전 농민단체의 요구는 ‘5개년 평균 생산량의 30%이상 피해를 보았을 때 피해액의 70% 이상을 보상하라’는 것이었는데,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재해대책의 경우, 시군당 일정금액?면적 이상 피해시에만 복구비를 지원하고, 보조금 지급을 5천만원 이내로 제한하는 등 불합리한 지원기준을 개선해야 하며, 시세의 60~70% 수준에 불과한 지원단가는 실제가격을 반영해 매년 결정해야 하고, 복구비용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융자와 자부담비율을 낮추어야 한다.

재해보험의 경우 대상품목을 전품목으로 시급히 확대하고, 보험료 지원을 더욱 늘려야 하며, 대상재해를 품목별 특성에 맞춰 확대해 농가가입률을 더욱 높여야 한다. 또한 농작물재해보험은 일반 보험상품과 달리 자연재해를 예측하기도 어렵고 피해규모가 막대해 일반보험사가 담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해외 사례처럼 궁극적으로는 국가 주도로 운영하는 국가 차원의 공보험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