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현  농촌진흥청 에너지환경공학과 농업연구관


최근 나는 농촌현장을 많이 다닌다. 농촌 곳곳을 다니면서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본다. 우리가 생각하는 농촌은 한편으로는 포근하고, 정감이 넘실대는 곳인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힘들고, 못살고, 고통에 찌든 일상으로 다가올 것이다. 과거 농촌의 고단한 일상을 벗어나고픈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또한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최상의 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농촌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방문하는 많은 농촌에서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 희망을 본다. 그리 넉넉지 않은 토지에서 새로운 기술과 열정으로 억대 수익을 올리는 농업인들은 분명 우리 농업의 희망일 것이다. 열정이 있는 많은 농업인들은 작물을 재배해 농산물만 생산하지 않는다. 그들은 생산한 농산물을 다른 것들과 차별화하고, 가공하고, 유통을 한다. 지금은 농촌 어느 곳이나 이와 같은 열정을 가진 농업인들이 많다. 이들은 또한 자신의 기술을 혼자 독차지 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기술을 나누어 준다. 이것이 우리 농촌을 아름답고 경쟁력 있는 곳으로 바꾸는 원천일 것이다.

고창의 한 수박재배 농민은 수박 한 품목만으로 연 1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고, 진주의 파프리카 재배 농민은 6,600㎡ 남짓한 온실에서 연 3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으며, 양주의 딸기재배 농민은 자신만의 새로운 기술로 연 1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기술을 인근 농민에게도 전파하여 지역단위 작목반, 조합 등을 만들어 공동 브랜드로 출하를 하고 있다.

‘젊은 人’, 놓치면 ‘미래농업’ 없다

과거에는 농산물을 생산해도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또한 생산한 농산물이 조금이라도 과잉되면 가격이 폭락하여 투입한 자재비용도 건지지 못하여 애를 먹는 일이 허다했고, 농민이 직접 판매할 여력이 없다보니 싼 가격에 밭뙈기로 넘기는 포전거래가 성행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농촌의 생산과 판매시스템도 많이 변했다. 농민은 자신이 가진 기술력으로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면 지역농협, 생산자단체 등에서 공동의 브랜드로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 또한 지역농협, 생산자 단체 등에서 특정 작목에 대해 재배 전 사전 계약을 하여 재배하기 때문에 농민은 계획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고 생산 후의 가격 변동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도시의 많은 직장인들이 농업기술을 배우는데 앞장서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과거에 “할일 없으면 농사나 짓지”라는 말은 더 이상 옳지 않다. 요즘은 할 일이 없이 농사 지으면 반드시 망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농업은 기술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농사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면밀하게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철저하게 준비해야만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내가 농촌현장을 다니면서 만난 억대 수익을 올리는 농민들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기술이 세계 최고의 기술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자신의 기술보다 더 좋은 기술이 있으면 서슴지 않고 달려가 배우려는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농촌은 힘들고 고달프다. 많은 농촌마을에 젊은이가 부족하다. 노동력이 필요한 시기에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많은 땅이 쓸모없이 버려지고 있고, 그 부족한 일손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신하고 있다. 도시에는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젊은이 들이 많다. 이들에게 우리 농업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우리 농촌에서 희망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젊고 열정 있는 이들을 농촌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농촌이 도시보다 소득에서나 삶의 질에서나 더 매력 있는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고하게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전문가, 언론, 정부 등에서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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