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메카’ 금산에 새 소득작물로 뜨는 ‘지황’

농업인신문은 농촌진흥청 농촌지도사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지역농업특성화사업’이 농촌현장에서 어떻게 추진되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짚어본다. 지역농업특성화사업은 농진청 변화의 키워드가 종합된 사업이다. 연구·지도·현장을 연계한 수요자중심 기술 개발과 보급, 농업기술센터중심의 지역농업 활성화, 지도인력의 전문역량 강화, 연구결과의 현장실용화 등 현안을 오롯이 담고 있는 사업이란 평이다. 농진청은 12대 특성화 유형을 설정하고 지난해 50시·군 농업기술센터를 지원 대상기관에 선정한 데 이어 올해 33개 농업기술센터를 새로 선정했다. 그 중 우수사례를 뽑아 소개한다. [편집자의 말]


 농진청, 약용작물 종자보급 확대

최근 국무총리실 주관의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한약재 생산과 유통·관리체계 개선방안이 논의되면서 농촌진흥청 주도의 ‘약용작물 종자생산 및 보급체계 구축방안 수립’이 확정됐다. 약용작물을 원료로 하는 국내 한방시장은 건강기능성 식품, 한방화장품, 관광체험 등 관련 산업을 포함하면 약 5조 원에 이르는 미래 농산업의 주요 성장동력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약용작물 생산액은 2005년 5천237억 원에서 2009년 6천458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나 식품의약분야 국내시장 수요량 16만 톤 가운데 국내 생산량은 6만 톤, 약 40%에 불과하다.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토종 약용작물의 재배생산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그간 우수종자 생산과 보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약용작물은 종류와 증식방법이 다양해 종자 생산체계나 유지관리가 복잡하기 때문에 뚜렷한 개선책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농진청과 지방연구기관에서 지금까지 구기자 등 22작물 62품종을 육성했으나 국가주도 종자보급체계가 없어 약용작물 신품종 보급률은 7%에 그치고 있다.

이번에 수립될 약용작물 종자 생산보급체계의 뼈대는, 농진청이 품종육성을 주도하되 농업기술원 산하 특화작목시험장도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신품종을 육성하고 권역별 ‘약용작물종자보급센터’나 시·군 농업기술센터, 생산자단체 등이 원종과 보급종을 생산해 보급하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용작물 우수종자 생산·보급 확대는 2011년부터 5년 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현재 수요량이 많아 전국적으로 100헥타르 이상 재배되는 당귀, 황기, 길경 같은 약용작물과 함께 감초, 지황 등 수입대체 품목이 사업대상이다. 신품목 발굴 차원에서 백수오 등도 추가됐다.

정부의 이 같은 조처를 크게 반기는 지역 가운데 한 곳이 충남 금산군이다. 국내 최대 인삼유통시장을 형성하며 ‘인삼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금산군은 최근 몇 년간 인삼뿐 아니라 고소득 작물로 떠오르는 각종 약초에 주목해왔기 때문이다. 농가의 약용작물 재배가 계속 증가하면서 인삼약초연구센터, 약초물류센터, 인삼약초시험장 등 관련 인프라도 구축해왔다.

약초가 ‘향토 산업’…지황이 주도

금산군은 지난 9월 약초산업을 향토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향토산업 육성사업단’ 2차 회의를 개최했다. 일명 ‘푸드 투어(식품관광)’로 일컫는 이 사업은 약초를 활용한 명품음식 개발, 이를 여행상품과 결합해 금산의 특화산업인 한방약초의 통합적인 발전기반 조성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금산군은 인삼을 비롯한 약용작물의 최대유통시장이지만 사실 약용작물 재배면적은 다른 지역에 견줘 많은 편은 아니다. 약용작물 1일 거래량 65톤, 거래금액은 6억7천만 원으로 연간 4천735톤, 483억 원이 거래된다. 지황, 둥굴레 95헥타르를 포함해 금산군 약용작물 재배면적은 309헥타르에 불과하다. 반면 지황은 82헥타르로 전국 재배면적의 67%를 점유하고 있다.

금산군농업기술센터는 2010년 농진청의 지역농업특성화사업 ‘신소득 작물 개발’ 유형에 선정됐다. 전면에 내세운 작물이 바로 지황이다. 지황은 국내자급률이 32%에 불과해 연간 1천230톤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통보약재 경옥고 등의 원료로 널리 이용되지만 뿌리썩음병 발생 등 재배가 쉽지 않은 탓에 농가들이 재배확대를 꺼리는 틈을 과감히 파고든 것이다.

금산군농업기술센터는 지난해 지황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 인증을 받았으며 올해 관련 생산단지를 48곳, 21헥타르로 확대 육성했다. 농업기술센터는 지황 재배농가에 친환경 농자재를 지원하는 한편 지황 GAP 인증과 공동브랜드 ‘비단뫼’(금산의 순우리말) 출하를 주도해 부가가치를 10% 이상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건지황(말린 지황) 25톤 수매계약을 시작으로 올봄에는 한국인삼공사에 10% 인상된 가격으로 50톤을 납품하는 계약을 성사한 것도 농업기술센터의 공로로 인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황 생력화 수확기 개발과 보급, 지황 제습·건조기술과 종근 저장법 시현을 통해 농가들이 안심하고 지황농사를 짓도록 하고 있다. 특히 지황 수확기는 1헥타르에 150명이 필요한 노동력을 3분의 1 수준인 50명으로 크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조기술과 수확 즉시 섭씨 0도로 저장하는 종근 저장법은 썩음 방지와 상품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금산군농업기술센터는 지황이 안정적인 소득작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연구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재래종 출아율이 80%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황 품종퇴화 방지기술 개발을 자체연구로 진행하고 있으며 충남대, 중부대 등과 함께 지황 식품소재 및 가공식품 개발, 건조 시 벤조피렌을 줄이는 기술 개발 등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모든 지황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GAP 교육을 실시하고 현장컨설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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