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책없는 FTA는 결사 반대한다. FTA는 모름지기 경쟁이 되는 상대끼리 자유무역거래를 해야 함을 의미할진데,…FTA가 타결된다면 미국돼지, 덴마크, 네덜란드 등과 경쟁해 결국 양돈농가는 몰락한다.”(2009년 7월 13일 성명서)

이랬던 양돈협회다. 헌데 지난 5일 발표한 한미FTA관련 성명서에는 “양돈농가를 위해 불리한 협상 여건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정부 대표단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한미FTA 재협상 타결 내용에 만족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간 줄기차게 요구했던 ‘선대책 후FTA’가 관철된 것인가. 14개에 달하는 양돈산업 대책을 정부가 들어준다는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한미FTA 타결을 인정하는 성명은 무슨 생각으로 냈을까.

일부 언론이나 혹자는 정부의 외압으로, 어쩔 수 없이 성명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부의 외압이 있었더라도 양돈농가들의 대표조직인 양돈협회가 그러면 안된다.

양돈협회가 이익단체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큰 틀에서 미래농업을 책임져야 할 전국단위 생산자단체가 이해득실을 따져봐도 별로 이득이 없는 ‘관세철폐 연기’에 대해 호들갑을 떨며 고맙다고 머리 조아리는 모습은 어딘지 결핍증세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현 상태대로 한미FTA가 발효될 경우 양돈분야만 최고 1조800억에 달하는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던 연구분석자료는 잊었는지 의문이다.

최근 축산관련단체들의 활동이나 논평, 성명서를 들여다보면 양돈협회같은 ‘이기적’입장 표명을 곧 잘 발견하게 된다. 농민이 주인이어야 할 농협개혁 요지는 빼먹은 채 축산경제사업을 존립시켜야 한다는 다소 편협한 주장에 매달리는가 하면, 공개적 토론장에서 논의 주제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속한 단체의 입장 전달에 열을 올리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농민단체, 축산단체 사이에는 이해관계가 얽힐 수는 없다. 분야와 원리가 같은 이유로 어울려 사는 것은 필연이다. 양돈협회의 주장대로라면, 아군과 헤어진 상태에서 홀로 적을 맞는 경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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