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불처럼 타올랐던 배추값은 가을배추의 조기출하와 중국산 수입배추의 긴급 유통 등과 맞물리면서 급격히 사그라들고 있다. 이제는 김장철 가격하락을 우려하는 시각까지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배추 경매가격이 상품 10kg망대 기준으로 평균 3만6000원에 거래되면서 온 나라가 배추값에 신경을 곧추세웠다. 소매가격은 한 포기 1만5000원을 육박했고, 대통령은 양배추 김치를, 정부는 김치를 덜 먹으라는 대책을 내놨다.

민생정치를 외치던 여야는 국정감사에서 배추를 단골소재로 등장시켰다. 중앙언론은 배추값 급등에 따른 원인을 분석하며 산지유통인의 포전매매(밭대기)를 지적했고, 야당은 4대강에 책임을 물었다. 정부는 부랴부랴 중국산 생배추 100톤의 긴급수입을 발표했고, 급기야 10월 14일부터 한시적으로 수입배추에 대한 무관세까지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배추값 폭등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을 동원, 산지유통인을 조사했다. 세무조사에 대한 엄포와 보관창고를 뒤지는 촌극까지 벌였지만, 배추꼬랑이 하나 찾지 못했다. 산지유통인이란 법적인 지위를 부여하며 정책자금을 지원하던 정부가 면책을 위한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면서 정착 책임을 통감해야할 농협은 한 발짝 물러서 있다.

최근에는 전문가들이 등장하는 토론회에서 정부는 수급관리와 관측조사의 소홀에 대한 추궁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관측조사를 진행해온 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센터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교체되기까지 했다.

배추가격은 10월 둘째 주를 지나면서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가락시장의 경매가격을 살펴보면 10월 11일 상품 10kg망대 평균시세가 1만6144원을 기록한 이후 12일부터 14일 현재까지 1만10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물량도 확실히 늘었다. 10월 5~9일까지 가락시장에서만 평균 440톤의 배추가 거래됐다. 11일에는 666톤이 거래됐고, 12일에는 650톤, 13일은 724톤의 배추가 거래됐다.

도매시장 유통 관계자들은 “날씨만 도와준다면 가을배추 출하가 빠르게 늘면서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이런 추세라면 김장철 가격폭락을 우려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도 대형유통업체를 통한 중국산 배추의 유통과 서울시농수산물공사의 70% 배추공급 등으로 인해 심리적인 안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농산물 가격급등락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정확한 관측 시스템이 작동돼야 품목별 파종과 정식 등에 대한 조절이 가능하다. 진정한 농협의 역할을 위해서는 계약재배면적도 늘려야 한다.

또한 저장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문제가 된 고랭지 배추의 경우 저장성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장온도에 대한 연구만 있다면 일정기간 저장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김치공장은 자신들에게도 저온창고에 대한 보조를 해준다면 산지에 저온저장시설을 마련할 용의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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