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팩커(축산물 생산, 도축·가공, 판매까지 합친 통합경영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건 정부의 축산분야 기업화 정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책 발표에 이어 최근에는 ‘(가칭)가축계열화사업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개별 축산농가와 계열화사업에 뛰어든 대기업간의 계약조건과 각종 장치를 설치하는 작업이다. 쉽게 말해 축산농가들을 대기업의 ‘소작농’으로 문서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인 것이다.

농식품부의 가축계열화 법제화는 현재 기업들의 사업등록, 상거래 규약, 농가와의 계약기준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를 다루는 정부측은 “농가들이 우려하는 대기업들의 횡포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또 축산분야가 국제경쟁력을 갖고, 효율적인 이득사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계열화사업이 ‘유일한 길’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허나 정부 설명대로 과연 기업들로부터 농가를 보호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일례로 정부 산하기관 ‘격’인 농협중앙회가 농민들에게 금융을 ‘미끼’로 보험을 팔거나, 사료를 강매하는 등의 일도 정부는 어쩌지 못하는 실정이다. 육계계열화사업으로 농가들에게 상당한 고통과 피해를 안겼던 대기업도 대형팩커 육성사업에 뛰어들었다. 계열화사업에 동참하지 않는 농가들은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대기업의 ‘계약직원’으로 채용될 날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축산농가들에게 선택권은 없다. 기업에서 새끼돼지를 주고, 또 사료도 준다. 판매권도 없기 때문에 출하시기엔 기업마크가 새겨진 특장차가 와서 실어간다. 언뜻 편하게 보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기업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해야 할 정도로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계열화사업은 농가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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