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벌교의 ‘꼬막정식’, 경북 안동의 ‘헛제사밥’, ‘이천쌀밥’ 등은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지역의 향토음식 브랜드이다. 이는 제품뿐만 아니라 문화상품으로도 인기가 높아서 꼬막정식은 소설 태백산맥을, 헛제사밥은 안동의 유교문화를, 이천쌀밥은 우리 역사 속에서의 쌀문화를 연상하게 하는 상품이다.  

과거에는 음식이 단순히 먹을거리의 개념이었다면 참살이(웰빙), 스마트 시대라는 요즘은 문화관광 상품으로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는 훌륭한 소재가 되고 있다. 지역 특산물과 향토음식을 소개하는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나면 해당지역에 음식여행을 하는 관광객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일본에도 ‘식려(食旅)’라는 단어가 있어서, 음식을 먹는 것 하나만으로도 여행객이 찾아오고 그 음식 하나가 곧 관광 상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바현의 풍토촌은 3년 전 150명의 마을주민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작은 음식점으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점심에만 600명이 찾는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고 한다.

이런 비슷한 사례로 유럽에서는 농촌관광과 별개의 개념으로 ‘푸드 투어’(음식여행 또는 맛 기행)가 보편화되어 있다.

이러한 국내외적인 현상에서 볼 때 소비자들은 더욱 새로운 향토음식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향토음식의 상품화 성공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잘 살펴보면 해답이 있을 법도 하다.

먼저 역사와 문화의 연계가 가능한 상품이 성공한다. 안동의 헛제사밥, 각 지역의 종가음식, 서울을 중심으로 한 사찰음식 등의 경우 양반, 종가, 사찰문화라는 독특함을 가지고 상품화가 이루어진 예라 하겠다. 특히 사찰음식의 경우 서울음식은 아니지만 자연친화적이라는 이미지가 지금의 웰빙 트렌드와 맞고, 사찰이라는 독특한 의미나 공간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두 번째로, 지역의 우수한 식재료와 특산물을 활용한다. 품질이 좋은 음식이나 가공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수한 식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수한 식재료는 필요이상의 조미료나 첨가물 등을 추가하지 않아도 식재료 자체의 맛과 풍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천의 쌀밥, 평창을 비롯한 강원도의 메밀국수, 남해 해안가에서 먹어오던 매생이국 등을 얘기할 수 있다. 향토음식의 식재료가 지역주변에서 많이 생산되고 지역민들이 일상적으로 먹어온 음식들을 상품화하여 성공한 사례이다.

세 번째로, 스토리를 연계하여 상품화하였다. 안동의 헛제사밥이 유교사회에서 선비의 이야기를 접목하였다면, 최근에 알려진 곳으로 익산의 마 음식은 선화공주와 서동의 사랑이야기를 마와 접목한 사례이다.

특히 ‘마약밥’이라는 마를 이용한 약밥은 독특한 어감으로 인해 즐거움도 주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네 번째로, 관광객을 통한 상품화 사례이다. 양평산채비빔밥, 춘천닭갈비, 남한산성닭죽 등을 들 수 있다. 양평은 골이 깊은 곳으로 산나물이 유명하기도 하지만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는 용문사라는 절로 인해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면서 관광객에 의해 상품화가 촉진되었다.

춘천 닭갈비나 남한산성 닭죽도 주변에서 닭을 많이 길러서라는 이유보다는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전한 음식이 아닌가 생각된다.

성공사례들을 보면 지역에서만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특징(only one)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것이 음식이야기일수도 있고, 우수한 식재료일수도 있다. 독특한 지역만의 맛일 수도 있고, 관광객이 많이 오는 지역 나름의 자연일수도 있다.

지금은 감성(感性)의 시대이다. 건물이나 하드웨어가 멋지다고 많은 사람이 찾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유일무이 독창적인 특징을 찾아내고 상품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꼬막정식, 헛제사밥, 이천쌀밥처럼.



연재를 마치며 - 농촌진흥청 세 여성전문가의 ‘3인3색 음식칼럼’을 100회로 마무리합니다. 김행란, 최정숙, 김양숙 박사에게 감사드립니다. 흥미로운 음식이야기, 인터넷 농업인신문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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