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여행을 할 기회가 오면 가장 궁금한 것이 기내식이다. 어떤 메뉴가 나오는 지, 맛은 어떠할 지 등등 인터넷을 뒤지며 사전에 정보를 얻기 위해 바빠진다. 기내식은 장시간, 거의 꼼짝없이 앉아만 있어야 하는 지루한 비행동안 중요한 활력소로, 간혹 맛없는 기내식에 고단함이 더 해지기도 한다. 항공업 관계자에 의하면 승객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서비스가 기내식이기 때문에 최근 들어 각 항공사마다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차별화된 기내식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기내식의 처음은 어디서였을까? 초창기의 비행기 승객들은 중간 기착지의 공항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했으나 항공기의 몸집이 커지고 장거리 운항이 가능해지면서 기내식이 발달했다. 세계 최초의 기내식은 1919년 런던-파리 간 정기 항공노선에서 샌드위치, 과일, 초콜릿 등을 상자에 넣어 승객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기내식의 메뉴는 승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두 가지 정도가 제공되는데, 주로 이용하는 승객의 국적이나 목적지, 또는 출발시간대 등에 따라 달라진다. 기내식을 구성하는 패턴은 대개 에피타이저, 메인음식, 빵과 음료, 그리고 과일, 타르트, 케이크 같은 디저트가 나온다. 이렇게 기내식의 식단 구성은 거의 유사하나, 사실 분기별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여 제공하고 특히 자국의 문화가 담긴 독특한 기내식을 개발하여 제공함으로써 승객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려 애쓰고 있다.

따라서 기내식 메뉴를 구성할 때는 저명한 전문가들이 합세한다고 한다. 최근 아시아나의 경우 두바이 7성급 호텔 조리장 경력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권이 만든 메뉴를 선보였고, 싱가포르 항공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영국 조리사 고든 램지의 자문을 얻고 있다고 한다.

기내식은 독특한 창의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위생이다. 기내식은 기내에서 직접 조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서 조리가 된 음식을 냉각시킨 후 제공 시 데워서 승객들에게 서비스되기 때문에 제조에서부터 위생관리가 관건이다.

보통 비행기 출발 4~6시간 전에 조리된 음식은 더운 음식의 경우 72시간, 찬 음식의 경우 48시간 이내에 배식과 식사를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승객에게 배식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에 대해 철저한 대비가 필수적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에서는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의 기내식이 부적절하게 제조되고 관리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까다로운 기내식에서 위생관리가 어려운 신선한 채소를 사용한 우리나라 두 항공사의 대표 기내식인 ‘비빔밥’과 ‘쌈밥’은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기내식 개발과 서비스에 대한 노력은 세계적이라 할 만한 것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기내식에 관한 세계적 권위지인 팩스인터내셔널이 주관한 ‘팩스 인터내셔널 리더십 어워드’에서 2007년에 이어 2009년까지 두 번이나 대상을 수상한 바 있고, 기내식의 오스카라고도 불리는 머큐리상을 1998년 비빔밥, 2006년 비빔국수로 수상하였다. 아시아나의 경우에도 2007년 ‘영양쌈밥‘으로 머큐리상을 수상하였다.

앞서도 언급하였지만 기내식은 자국의 음식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창구로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노력은 한식세계화를 위한 큰 밑거름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인 톱스타 마이클잭슨이 1998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국내항공에서 기내식으로 나온 비빔밥을 먹어본 후 한국에 머무는 동안 내내 비빔밥만 먹고 갔다는 일화가 있다. 또한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한국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한항공에서의 비빔밥을 꼽은 것도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기내식이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한식을 널리 알리는데 첨병이 되고 있는 것은 아주 고무적이고 반가운 일이지만 아쉬운 점 역시 있다. 첫째, 기내식의 위생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져 있으나 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한 한식을 이용한 기내식에 대한 선호도와 인식, 포지셔닝, 맛의 포인트 등 다양하게 세분화된 연구는 많이 부족한 편이다. 둘째로 기내식에 사용되는 우리나라 식재료에 대한 홍보 역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간략하게라도 한식에 사용된 식재료의 원산지, 영양 및 기능적 우수성 등에 대한 설명을 메뉴판에 제시한다면 기내식이 한식세계화뿐만 아니라 국내 농산물의 수출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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