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곡물 수급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언론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데, 정부는 ‘괜찮다’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7일 농식품부는 ‘애크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 낮다’라는 분석자료를 통해 “러시아 곡물 수출중단 발표에 이어 일부 국가가 수출제한에 나설 경우 주요 국제곡물의 수출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현재 상황은 2007~2008년도와는 수급여건이 다르다. 급등현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곡물가격이 꾸준한 내림세를 보이면서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자금이 곡물시장에 유입됐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 것이란 분석도 덧붙였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18일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에 국제 곡물가격이 밀을 중심으로 크게 상승하면서 곡물 가격 급등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지난 2008년 같은 곡물파동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이같은 진화작업이 어수룩해 보인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자연재해에 따른 러시아의 밀수출중단조치, 우크라이나의 수출 제한 조치, 중국의 곡물 대량 수입조치, 인도·유럽 등에 닥친 이상기후 등으로 인한 갖가지 곡물 수급상황을 ‘괜찮다’라고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농촌·농업연구소 관계자는 “밀의 주생산국으로 부상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량 감산과 수출 제한은 전세계 밀시장 공급에 불확실성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식량 수입을 세계적인 식량확보 전쟁의 일환으로 풀이했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옥수수를 대체에너지로 사용했기 때문에 벌어진 2년전의 곡물파동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정부의 분석도 일리는 있다. 또 차분하게 대응하자는 복안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허나 한번만 고개 돌리면 눈에 보이는 곡물파동의 위협들을 무시하라는 것은 억지스럽다. 사료업체나 전문가들은 10월쯤부터 국제곡물을 원료로 만드는 제품의 가격에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것을 괜찮다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60%이상 사료값이 폭등하면서 농가들이 ‘줄도산’하거나 ‘야반도주’하던 것이 바로 엊그제 일이다. 일이 벌어졌을 때 사료값에 휘둘리며 목숨까지 위태위태한 축산농가들은 절대 ‘안 괜찮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