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별미음식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개 식재료와 조화를 이루는 부추음식 또한 별미 중의 별미이다. 부추는 소화작용을 돕는 달래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으로 연중 내내 구할 수 있으나 이른 봄부터 여름에 걸쳐 나오는 것이 연하고 맛이 좋다. 지역에 따라 부추는 불리는 이름이 달라서 ‘정구지’, ‘솔’, ‘졸’, ‘소풀’ 등 재미난 이름이 많다.

부추를 이용한 음식으로는 부추전, 부추김치, 부추된장국, 부추나물 등이 있다. 실파를 대신하여 부추를 잘게 썰어 고명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쓸모가 많다보니 과거에는 집 앞마당이나 집에서 멀지 않은 밭에 넓지는 않지만 부추가 심어져 있었다. 반찬이 없을 때는 부추를 베어와 손쉽게 나물, 생채, 부추를 넣은 계란찜, 부추양념간장 등을 만들어 먹었다.

필자도 어린 시절의 여름날에 반찬에 넣을 부추를 베러 심부름을 가곤 하였는데, 아무도 없는 밭에 가서 부추를 베어오는 일이 무척 싫은 일 중 하나였다. 여러 가지 채소와 곡식이 심어진 밭에서 무서운 괴물이 튀어나올 것 만 같은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부추는 간기능 강화, 혈액순환 및 만성요통 개선, 감기나 설사의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에게는 생리량을 증가시키고 생리통을 완화하며 냉한 체질을 개선하는 효능이 탁월하고, 남성에게는 간 기능을 강화시켜 정력을 증강시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과학적인 분석에 의해서도, 부추는 다른 채소류에 비해 비타민 A, B1, C  및 칼슘과 철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특히 특유의 향미성분인 알릴화합물을 함유하고 있어 생선이나 육류의 냄새를 제거하며, 소화기능을 도울 뿐 아니라 항균작용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김치의 우수성에 대해 다년간 연구를 한 부산대학교 박건영 교수에 의하면 부추김치는 항 돌연변이 효과와 암 발생감소효과(위암세포와 결장암 세포의 증식을 크게 억제)가 배추김치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부추의 알릴화합물과 엽록소 성분 등의 효과라고 설명하였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았던 1970년대에, 비오는 날이면 부침개를 부치는 냄새가 온 동네에 퍼지곤 하였는데, 모처럼 비가 오면 시골에서는 농사일을 쉬면서 이웃과 맛있는 부침개를 해먹었던 것 같다.
요즘에도 출출할 때나 노는 날 아이들에게 먹일 간식으로, 그리고 느닷없이 들이닥친 손님에게 술상이라도 차려내야 할 때에 가장 손쉽게 금방 만들 수 있으며, 볼품도 있고 맛도 있는 음식으로 부추 부침개를 꼽을 수 있다. 특히 경상도에서는 ‘정구지 부침개’라고 하는데 다른 지역과 달리 소금 대신 조선간장으로 간을 하는 게 특징이다.

경상도식 부침개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면, 기름에 부치는 방법과 ‘장떡’이라 하여 떡처럼 쪄먹는 방법이 있다. 경상도식 부침개를 부치려면 부추와 방앗잎, 풋고추, 빨간 고추, 조개들이 필요하다. 먼저 부추를 깨끗이 다듬어 씻어 조선간장으로 숨을 죽여 억센 기운을 없앤다. 풋고추 대여섯 개는 곱게 채치고 빨간 고추 두어 개는 굵게 채쳐놓고 조개는 곱게 다져 놓는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것으로 방아의 연한 잎을 듬뿍 씻어 곱게 채친다. 다른 지방 사람들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 방앗잎은 그 향이 화한 것이 독특하며 경상도 지역에서는 매우 즐기는 향료로서 부침개뿐만 아니라 된장찌개나 찜, 추어탕, 그리고 장어국에도 빠뜨리지 않고 넣는다.

모든 재료가 다 손질되면 부추, 조선간장, 밀가루, 조개, 물 등 재료를 넣어 반죽을 하고 기름에 지지거나 면포를 놓고 두껍게 떡처럼 찐다.

여름 장마철에 특히 별미로 먹기에 좋은 부추부침개는 외국인에게도 쉽게 권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모양이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피자 모양으로 맛 또한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고소함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열풍이 일고 있는 막걸리와 함께 비오는 여름날 세트메뉴로 권할만한 음식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