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만 있나…해외시장 겨냥한 명품 영동포도

농업인신문은 농촌진흥청 농촌지도사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지역농업 특성화사업’이 농촌현장에서 어떻게 추진되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짚어본다. 지역농업 특성화사업은 농진청 변화의 키워드가 종합된 사업이다. 연구·지도·현장을 연계한 수요자중심 기술 개발과 보급, 농업기술센터중심의 지역농업 활성화, 지도인력의 전문역량 강화, 연구결과의 현장실용화 등 현안을 오롯이 담고 있는 사업이란 평이다. 농진청은 12대 특성화 유형을 설정하고 지난해 50시·군 농업기술센터를 지원대상자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 33개 농업기술센터를 새로 선정했다. 지난해 유형별 우수사례 12회에 이어 올해도 우수지역을 소개한다. [편집자의 말]


◇ 포도 주산지 영동, ‘과일성지’로

포도와 사과의 주산지로 알려진 충북 영동군이 감, 배, 자두 등 여타 과일 재배면적이 늘면서 과일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고품질 포도로 성공시대를 연 영동군은 과일재배농가의 소득이 높은 데다 기후나 지리 여건을 살펴봐도 과일농사에 최적의 재배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영동군의 경우 2008년 포도 재배면적이 2천109헥타르로 전국 재배면적의 13퍼센트 비중을 차지했다. 충북도내 포도면적에 견주면 무려 84.5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은 4만 톤이 넘고 소득액으로 따지면 1천억 원을 상회한다. 국내 최고소득을 올리는 포도에 힘입어 영동군은 감, 사과, 배, 자두를 포함한 과수가 군 전체 농업소득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영동군농업기술센터는 과수농업의 강점을 살리는 일뿐만 아니라 연구사업 부문에서도 남다른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연구보다는 농촌지도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대개 농업기술센터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영동군농업기술센터는 2008년까지 10건 이상의 현장애로기술 과제를 완료했으며 지난해에는 17개 과제를 수행했다. 농업인의 현장애로기술 5개 과제는 물론 농촌진흥청과의 공동연구사업도 12건에 달한다. 이는 2004년 정원 조례를 개정해 현재 5명의 농업연구사를 채용하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평가다.

영동포도가 국내최대 주산지로서 기반을 갖추게 된 것도 이 같은 농업기술센터의 끊임없는 현장연구와 기술보급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과수분야 업무를 전담하는 과수개발팀에서는 연구와 기술 지도를 병행하고 있어 시너지를 얻고 있다. 기존의 울타리수형과 적은 엽면적, 무분별한 시비와 물주기 등을 고품질 포도재배기술로 탈바꿈하게 된 것도 현장과 밀착한 연구와 컨설팅, 교육이 장기간 이뤄진 덕이다.

영동군은 고품질 포도 생산기술 확대, 보급과 내수시장에 그치지 않고 해외수출을 타진해왔다. 세계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시장을 개척해 90톤의 포도 수출을 한 것은 첫 개가였다. 영동군은 이후 캠벨얼리에 국한하지 않고 만생종인 MBA(Muscat Bailey A) 품종도 수출길을 열었다. 농업기술센터는 지금도 미국시장에 적합한 규격품의 포도를 생산하기 위한 시험연구사업에 투자와 인력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 농진청 지원에 수출포도단지 ‘탄력’

영동군농업기술센터는 포도의 경우 이제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수출을 위한 집중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7년 영동 황간에 캠벨얼리포도 수출단지를 지정한 것은 그 시초다. 사용이 금지된 농약을 철저히 차단하고 수출검역에 위반하지 않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했다. 2007년 미국에 26톤을 처녀수출한 이후 이듬해에는 미국, 홍콩에 78톤을 수출했다.

수출포도의 품질향상은 지상과제가 됐다.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 LAGO상표의 나이아벨 포도에 견줘 한국산 포도의 맛이 상대적으로 싱겁고 당도가 낮기 때문에 수출포도는 맛이 진하고 신맛이 적으면서 당도가 높아야 하는 품질조건을 충족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영동군농업기술센터는 △과방중과 착과량 조절에 의한 품질향상기술 △신초관리 개선에 의한 품질향상기술 △가리와 고토분시방법에 의한 당도향상기술 개발을 2008년부터 3년간 연구과제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영동군은 2007년부터 2년간 캠벨얼리 104톤을 수출한 데 이어 2008년에는 MBA 포도 10톤을 미국에 수출했다. 그러나 MBA 포도도 미국시장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노균병에 의한 농약방제 횟수, 기본적인 봉지재배, 당도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수출확대는 어렵다는 점을 간파했다.

영동군농업기술센터는 캠벨얼리 품질향상과 별도로 MBA와 관련해 2009년부터 3년간 3개 세부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노균병 발생을 줄이는 동시에 농약살포 횟수와 강풍에 의한 내구성을 검증하기 위해 적정 비가림시설 규격 개발에 나섰다. 고당도와 수량성 확보를 위한 직접 생산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수출용 포도는 봉지 씌우기를 기본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반투광지, 투명지, 유공투명지 등을 이용해 착색과 품질을 시험, 평가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지역농업특성화사업 ‘고품질과실 생산’ 유형에 선정된 영동군농업기술센터는 2009년부터 이뤄진 지원에 따라 수출포도 생산단지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0곳, 1.8헥타르 면적에 연동형 비가림하우스 시설을 갖추고 해당농가를 대상으로 고품질 포도 생산기술 교육과 컨설팅을 추진했다. 올해는 12곳, 3헥타르 규모로 고품질 수출포도 생산단지를 조성하는 한편 생산재배 매뉴얼에 따라 농업기술센터와 영동포도 수출협의회 소속 농가들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영동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앞으로도 충북 포도특화산학연협력단과의 유기적인 협력으로 영동포도산업의 발전을 앞당겨나갈 계획”이라며 “농진청의 지역농업특성화사업 취지에 맞게 현장중심의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고품질과실 생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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