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初伏)이다. 중복, 말복과 함께 삼복으로 불리는 절기로 1년 중 가장 더운 날을 일컫는다. 초복은 하지 이후에 셋째 경일(庚日)이고, 넷째 경일은 중복,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이 말복이다.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의 천간(天干) 중 유독 경일이 복날인 것은 경의 속성이 약하고, 오행 상 금(金)이며, 계절로는 가을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음양오행에 의하면 여름은 불(火)의 기운이, 가을은 쇠(金)의 기운이 강한데, 더운 여름철 불의 기운이 너무 강해 가을의 시원한 기운이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한다는 의미로 엎드릴 복(伏)자를 써서 복날로 부른다고 한다. 조선 광해군 때 이수광이 지은 「지봉유설(芝峰類說)」에서도 ‘한서를 고찰하여 보면 복이라고 한 것은 음기가 장차 일어나고자 하나, 남은 양기에 압박되어 상승하지 못하고 음기가 엎드려 있는 날이라는 뜻으로 복일이라고 이름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복날의 유래를 찾아보면 조선 순조시대의 학자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상고하면 『사기(史記)』에 이르기를 진덕공(秦德公) 2년에 처음으로 삼복제사를 지냈는데, 성의 4대문 안에서는 개를 잡아 충재(蟲災)를 방지했다고 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중국 진나라 시대에 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흥미로운 것은, 동양의 복날과 같이 서양에서도 7, 8월경의 무더운 날을 ‘dog days(개의 날)’이라 한다는 점이다. 이는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큰개자리의 시리우스가 삼복시기에는 태양과 함께 떠서 함께 지기 때문에 시리우스의 열기가 더해져 가장 더워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복날은 개와 관련이 있으니 재밌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조상들의 삼복더위를 이기기 위한 대표적 음식은 개장국으로 「동국세시기」, 「열양세시기」에 ‘복날에 개장국을 먹으면 양기를 북돋우고 더위를 물리친다’라고 하였다. 고기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 서민들에게 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이었을 것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의하면 ‘개고기는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다.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무릎을 따뜻하게 하며, 장도를 일으켜 기력을 증진시킨다’고 하여 개고기의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개의 식용 역사는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신석기 유적에서 개의 뼈가 발견되고 있고,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개를 사냥하는 장면이 있으며, 고려시대에는 개를 구워 먹는 습속이 유행했다 한다.

그렇다면 복날음식으로 개장국만 있었을까? 궁중에서는 개장국뿐만 아니라 금린어탕, 민어매운탕, 양즙 등의 더운 음식과 임자수탕, 냉국, 규아상, 편수, 화채 등 차가운 음식을 동시에 먹으며 더위를 이겨냈다고 한다.

금린어탕은 쏘가리로 끓인 매운탕인데, 쏘가리는 천자가 먹는 음식이라 하여 ‘천자어’란 별명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양즙은 소의 양을 이용해 국물을 낸 다음 잣가루, 소금, 후추로 간을 해서 마시는 것이고, 임자수탕은 영계를 삶아 차게 식힌 후 참깨를 곱게 갈아 넣고 닭살과 고기완자를 띄워 내는 음식이다. 규아상은 여름철에 먹던 찐만두를 일컫는 것으로 해삼처럼 등에 주름을 만들어 빚는다고 하여 해삼을 부르던 ‘미’자를 붙여 미만두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이밖에도 초복에 팥죽을 쑤어 먹는 풍습도 있었다. 팥죽이면 동지팥죽만 생각이 나는데, 귀신을 쫓아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초복에서 말복까지 팥죽을 먹었다고 한다. 요즘에도 여름 별식이라 하여 팥칼국수를 일부러 찾아 드시는 분들이 꽤 된다. 팥에는 단백질과 당질의 열량 영양소뿐만 아니라 비타민A, 비타민B2, 칼슘, 인, 철, 섬유질 등이 함유되어 있고, 인삼에도 들어있는 사포닌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영양적으로 좋은 식품이다.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우리의 복날과 비슷한 토왕일, 일명 ‘토왕의 소’의 날이 있어 이날에는 장어를 먹는다고 한다. 일본에서 더위에 장어를 먹기 시작한 것은 에도시대부터라고 하는데, 장어 역시 대표적인 보양식품으로 단백질, 지방, 비타민A, 철, 인 등이 풍부하다.
올 여름 이제 치킨을 비롯한 닭 음식이 지겨우시다면 색다른 복날음식으로 여름을 이겨내시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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