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도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 경기의 승패와 함께 회자되었던 것은 경기가 있는 날 저녁 치킨 주문의 성공여부였고, 주문에 성공한 사람은 마치 승자가 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새벽에 경기가 있었던 나이지리아전에서는 아예 치킨집에 모여 경기를 관람한 이들도 있다고 한다. 월드컵 열기에 의해 서울지역 치킨 가맹점의 매출이 그리스와의 경기에서는 평소보다 76%, 나이지리아전에서는 무려 125%나 증가했다고 한다. 2010 월드컵 응원의 대표 아이템은 치킨이 아닐까라는 추측도 해본다.

우리나라의 닭 사육 역사는 꽤 오래전부터라고는 하나 문헌에서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확실치 않다. 다만 신라 건국신화에 닭이 등장하고 경주 천마총에서 달걀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그 당시부터 닭을 길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시대 가축으로 가장 많았던 것이 닭이었고, 가정마다 사육되어 닭을 이용한 조리법도 다양하여 조선시대 출간된 음식 관련 문헌에서 나타난 닭 조리법은 중국 문헌을 인용한 것보다는 우리나라 고유의 것이 더 많았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즐겨 먹었던 닭을 이용한 음식은 닭찜, 닭국, 닭구이 등이다.

「산림경제」에서는 “닭찜은 닭으로 만든 음식 가운데 으뜸가는 것이다”라고 하였고, 「해동죽지」에서는 도리탕(桃李湯)을 평양의 명물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닭을 반으로 갈라 향신료를 섞어 반나절 동안 삶아 익힌 것으로 닭곰국의 일종이라 하였다. 구운 닭으로는 「증보산림경제」에서, 닭의 내장을 꺼내고 청장(淸醬)과 마유(麻油)를 채워 젖은 짚으로 싼 후 모닥불에 묻어 굽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고, 「음식디미방」에서는 닭에 물을 발라 굽다가 다시 기름간장을 발라 굽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양계업은 주로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형태이었으나, 20세기 초 일본에서 개량종 닭이 들어오면서 농가의 부업 또는 겸업형태로 바뀌었다고 한다. 1960년대부터 닭 사육을 전문으로 하는 양계농가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산란계가 아닌 육계를 전문으로 사육하는 양계장이 등장하였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마니커, 하림 등과 같은 대형 닭고기 생산업체의 출현으로 닭고기의 생산과 유통이 대량화, 규격화되었고, 그와 함께 닭고기의 소비도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전에 한 방송사에서 ‘치킨’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치킨에 대한 애정은 깊은 편인데, 소위 치킨으로 통칭되는 프라이드치킨은 언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소개된 것일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960년대 양계업이 시작되면서 육계생산량이 13배나 성장하였으며, 전기구이 통닭과 쇼트닝에 튀긴 시장통닭이 유행하였다. 1970년대에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프라이드치킨의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였는데, 1977년 림스치킨이 신세계백화점 내에 1호점을 개장하며 프랜차이즈 치킨의 시대를 열었다. 1984년에는 인심 좋은 할아버지 형상으로 유명한 미국의 전문 프라이드치킨업체 KFC가 서울 종로에 1호점을 내며 시장을 확장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에는 ‘페리카나’에서 맵고 달콤한 양념치킨을 선보이면서 멕시칸, 처갓집 등 브랜드의 체인점이 생겨났다.

1990년대 이후로는 프라이드치킨, 양념치킨 외에도 다양한 메뉴들이 시장에 나타났는데, 전기구이 통닭이 다시 유행을 하기도 하였고 찜닭, 바비큐, 닭갈비 등이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교촌치킨’의 경우 다른 곳과 달리 간장을 바탕으로 한 고유의 소스로 차별화하였고, BBQ의 경우 튀김기름으로 올리브유를 사용하면서 건강의 이미지를 강조하여 차별화를 이루어내었다. 요즘에는 참살이 열풍과 건강에 대한 관심증가로,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운 치킨이 선호되고 있다. 특히 닭가슴살은 풍부한 단백질에 비해 열량은 낮은 편이므로 체중 감량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이다.

그렇다면 영양적으로 닭고기는 어떨까? 닭고기는 좋은 단백질의 급원으로 필수아미노산도 풍부하다. 다른 단백질 급원인 쇠고기, 돼지고기에 비해 지방이 적은 데다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고 필수지방산은 많은 편이다. 또한 다른 육류에 비해 비타민 A도 풍부한데, 닭날개에 많다. 닭날개 부위에는 콘드로이친황산을 함유한 콜라겐 성분도 많이 들어 있어 피부미용, 노화방지 등에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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