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짬이 텃밭에 ‘녹색여유’ 솔솔…‘사랑방’ 노릇 톡톡


◇ 시민과 함께하는 텃밭농원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서울시농업기술센터가 ‘파란 잎 고운 손’이라는 모임을 조직하며 도시농업의 첫발을 뗀 것으로 알려진다. 도시민들이 농업생산에 참여해 고향의 텃밭을 재현하고, 여가활동을 통해 농산물의 생산과정을 알 수 있다는 소박한(?) 개념으로 출발했다. 아파트 거주 주부 60명이 수경재배로 상추를 재배한 게 텃밭농원의 효시가 돼, 이후 서울 곳곳으로 확대했다고 한다.

같은 해 전국 시 단위 농업기술센터 소장과 농협조합장 1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서울시의 텃밭농원사업을 평가했다. 참석자들은 “도심지에서는 바로 ‘이런 사업’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이듬해 전국에는 주말농장, 텃밭, 관광농원, 가족농장 등의 이름을 걸고 ‘도시농업’ 바람이 불었다.
현재 서울에서 운영하고 있는 텃밭은 60여 곳. 개인이나 종교단체 등에서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매년 우수텃밭을 25곳 정도 선정해 시민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지난해 추천한 25곳에 8천170명의 회원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은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서울특별시 친환경농업 및 주말체험농장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를 2007년 7월에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관내 농업지역의 오염원 개선, 농업의 환경보전기능 증대, 친환경 농사체험 기회 제공, 친환경농산물 애용과 가족단위 여가선용을 위한 텃밭농원을 육성, 지원하고 있다. 2008년에는 1억3천만 원 어치의 친환경유기질비료와 친환경농자재를 텃밭농장 참여시민들에게 제공했다.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지역농업특성화사업 ‘도시농업 유형’에 선정된 2009년에는 국비 3억1천만 원을 지원받아 텃밭 가꾸기 25곳,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실버농원 1곳에 유기질비료와 친환경농자재 등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텃밭농원 참여회원을 위한 편의시설 확충 차원에서 육각 원두막 7곳 8동, 이동식화장실 9곳 9동, 시정홍보게시판 24개를 지원했으며 친환경농업기술 교재 5천 부를 제공했다.

◇ 노인전용 ‘실버농원’ 큰 호응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노인들이 자연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용농장으로 ‘실버농원’을 조성해 소일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노년기 건전한 여가문화 창달에도 힘을 썼다.

2008년 신규사업으로 센터 옆 6천200제곱미터 농지를 1천만 원에 빌려 이를 서울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312명에게 분양했다. 2009년에도 농지를 빌려 복지관, 노인회, 노인단체 등에 우선 배정하는 방식으로 400명, 80개조에 분양했다. 5인1조로 편성해 한 조마다 33제곱미터(10평)를 분양해 공동 경작토록 함으로써 협동과 친목을 도모토록 한 것.

에 대해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측은 “첫 해에는 개인별로 분양하다 보니 텃밭 관리가 천차만별이었다”며 “조를 짜서 공동 경작케 하니 밭 관리가 훨씬 깔끔하게 되고, 어르신들의 쉼터 겸 사랑방으로 발전했다”고 평했다. 작물재배로 노인들의 심신회복, 자아만족감 고취뿐 아니라 건전한 여가생활공간 제공, 사회참여기회 확대 등 삶의 질이 향상했다고 덧붙였다.

농업기술센터 옥상에 조성한 ‘옥상농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식물과 사람’이라는 유기적인 관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된 옥상농원은 방문객들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이 이뤄지면서 도시농업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센터는 올해 새로운 유휴지에 대한 활용방안으로 서울시 자치구별로 1곳씩 모두 25곳에 옥상농원을 설치,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2억 원의 예산이 책정된 이 사업은 자치구별로 시범효과가 높은 복지관, 어린이집, 학교, 공공단체 등 다중이용시설의 옥상과 베란다 등 식물재배가 가능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 채소 상자재배 가정에 보급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도시가정에서 채소를 직접 재배할 수 있도록 상자재배 보급 사업도 펼치고 있다. 어린이들이 자연과 농업의 소중함을 배우고 직접 몸으로 체험케 함으로써 우리 농산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환경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해 유치원 등 9곳, 주민자치센터 1곳 등에 작물재배가 편리한 상자와 모종, 종자, 소농기구, 농자재 등을 지원했다. 어린이 정서함양은 물론 자연교육의 장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작물재배상자 보급과 함께 서울시농업기술센터가 공을 들이는 사업 중에 하나가 ‘시민자연학습장’ 운영이다. 상자보급이 이른바 ‘방문영업’이라면 자연학습장은 체험명소가 되는 셈이다. 농업전시관, 자생화 전시포, 밭작물 전시포, 친환경학습장, 영농체험장, 식물터널, 과수원 등으로 구성된 자연학습장은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찾고 싶어하는 명소가 됐다.

봄부터 가을까지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자연체험교실에는 25회 1천여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다녀갔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여름방학 자연학교도 25회 940여 명이 참여하는 성황을 이뤘다. 여러 곤충과 식물에 대한 소개, 떡메치기 체험, 천연염색 등 전통문화체험, 미꾸라지 잡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용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이밖에도 도시소비자를 위한 ‘그린투어’ 교육, ‘병아리 농부’ 교육, ‘생활원예’ 교육 등 우리농업을 바로 알리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그린투어는 채소, 화훼, 벼, 과수 등 농업분야별 투어농장을 선정해 도시소비자들이 현지에서 직접 농사를 체험하고 농산물 직거래가 가능하도록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농촌진흥청의 도시농업 특성화사업 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도시민을 위한 소일거리 제공, 시민고객의 삶의 질 향상과 여가 선용에 기여하는 만큼 호응도가 높다. 지속적으로 도시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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