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운영이 가관이다. 과유불급이다. 김재수 청장의 오버센스가 문제인 듯하다. 지난해 1월에 부임한 김 청장이 두 번째 ‘일괄사표’라는 극약처방을 냈다. 농진청이 정부업무평가 1등 했다고 자랑하던 게 엊그제인데 뭐가 문제인지, 아니면 평가가 잘못된 것인지.

김 청장은 지난해 9월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출범을 앞두고 민간인신분의 재단 ‘징집’에 응하는 간부공무원이 없자 본청과 소속기관 국장급 이상 20명에게 일괄사표를 받았다. 압박카드인 셈이다.

김 청장이 또 일괄사표 ‘카드’를 내밀었다. 이번엔 소속기관인 축산과학원 원장을 포함한 과장급 이상 전원이다. 청장이 일요일에 축산과학원을 불시 점검한 결과 당직자가 근무지를 이탈하는 등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이유다. 특히 구제역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직기강 해이는 묵과할 수 없다는 게 일괄사표 명령의 배경이다.

그러나 이번 일괄사표 사태는 여러 면에서 석연찮다. 당직자인 김 아무개 지도관이 사적인 일로 근무지를 이탈한 것은 마땅히 징계감이다. 나아가, 부하직원 관리에 소홀한 직속 상급자에 대해 경미한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그런데 기관장을 비롯한 타부서 과장 전원에게 사표를 제출하라니. 빈대 잡자고 초가 태우는 격 아닌가.

게다가 구제역 추가발생이니 확산이니 운운하며 그 책임을 묻겠다는 말은 또 뭔가. 당직사고즉시 감사를 통해 구제역상황실 근무와 운영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음에도 사후책임을 소급해 묻겠다니 참 어이없는 일이다. 직원들이 “졸렬하다”고 입방아 찧는 까닭이다.

김 청장의 조바심은 일면 이해할 수 있다. 구제역이 충남도축산기술연구소에 이어 축산연구와 종축보전의 막중한 임무를 띤 축산과학원에 발발할 경우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철통같은 방어막을 쳐야하는 이유다. 공직기강 확립도 합당하다. 그럼에도 일괄사표가 능사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그렇잖아도 구제역특별상황실 운영으로 집에도 가지 못한 채 파김치가 된 축산과학원 직원들은 분통을 터뜨릴 법하다.

극약은 자칫 목숨을 앗고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극단의 처방이다. 그래서 최악상황에 처치한다. 청장의 일괄사표 한마디로 축산과학원은 이미 쑥대밭이 되지 않았는가. 1천800여 직원을 거느린 청장의 신중한 처사가 아쉬운 대목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