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입맛 사로잡는 잡곡…지자체도 파격 지원

농업인신문은 농촌진흥청 농촌지도사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지역농업 특성화사업’이 농촌현장에서 어떻게 추진되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짚어본다. 지역농업 특성화사업은 농진청 변화의 키워드가 종합된 사업이다. 연구·지도·현장을 연계한 수요자중심 기술 개발과 보급, 농업기술센터중심의 지역농업 활성화, 지도인력의 전문역량 강화, 연구결과의 현장실용화 등 현안을 오롯이 담고 있는 사업이란 평이다. 농진청은 12대 특성화 유형을 설정하고 지난해 50시·군 농업기술센터를 지원대상자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 33개 농업기술센터를 새로 선정했다. 지난해 유형별 우수사례 12회에 이어 올해도 우수지역을 소개한다. [편집자의 말]



 
◇ 잡곡의 ‘재발견’…소비자 급증


부산광역시 기장군농업기술센터는 ‘잡곡의 재발견’에 주목했다. 참살이(well being)에 대한 도시소비자의 관심이 증폭하면서 주곡인 쌀에 대해서도 깐깐한 안목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건강한 식문화의 대표작물은 잡곡이라는 데 모아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장군은 부산 근교농업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농촌진흥청 지역농업특성화사업 중 웰빙잡곡 프로젝트 유형에 선정된 기장농업기술센터는 지난해 잡곡 선진지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지역농업특성화사업 시행과 동시에 기장군에는 웰빙잡곡연구회가 창립했다. 출발부터 55농가가 참여하는 성황을 이뤘다.

거의 같은 시기에 웰빙잡곡 프로젝트 지역협의회도 발족했다. 동아대학교,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기능성작물부, 동래원예고등학교 등 대학과 연구기관이 기술자문을 맡고 잡곡연구회, 농촌지도자회 등 8개 농업인단체가 사업에 참여하는 구조다. 여기에 농업기술센터, 군청 농림과, 동부산농협, 부산동부수협, 기장우체국 등이 예산과 유통부문 지원에 나섰고 기장군여성단체와 요식업 관련단체 등 소비자단체가 홍보와 판매를 담당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잡곡단지 조성과 재배기술 지도, 지원사업도 활발히 진행됐다. 대학찰 등 찰옥수수 53.5헥타르, 대원콩 10헥타르, 기장 0.5헥타르 등 3개 품목의 단지가 64헥타르 면적에 조성됐다. 기장군농업기술센터는 잡곡단지를 중심으로 우량퇴비 공급, 병해충관리 등 현장컨설팅에도 힘을 쏟았다.

잡곡 홍보와 판매망 구축을 위한 잡곡유통사업단 조직도 지난해 특성화사업의 주요성과로 꼽힌다. 방문객이 많은 해운대 해수욕장, 부산경륜공단, 스포원파크, 임랑해수욕장, 일광·철마 등지에서 홍보·판매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경륜공원의 경우 방문객이 많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아예 잡곡판매장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 잡곡체험마을 등 농업 새판 짜기


기장농업기술센터는 잡곡프로젝트와 관련해 “기존 사업과 달리 현장수요자 중심의 사업계획과 연구, 지도, 행정 등 다양한 지역계층과 연계함으로써 농업현장의 파급력이 상당히 높다”며 “더욱이 지자체장의 적극적인 관심유도로 사업에 대한 지속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장농업기술센터는 농진청 지역농업특성화사업과 웰빙잡곡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에서 “잡곡에 대한 높은 관심과 다양한 기능성이 건강한 식문화를 추구하는 도시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며 “특히 찰옥수수는 우량품종 보급과 재배기술 교육 등으로 품질개선이 이뤄져 판매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잡곡의 고급화, 상품화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관심은 커졌으나 잡곡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부족으로 상품화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기장농업기술센터는 “현재 실적부문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전망치에 대한 측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장농업기술센터는 농진청과 농업인단체 등이 벌이고 있는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과 연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도시근교농업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잡곡체험마을’을 조성하고 잡곡 홍보관과 판매장 설치, ‘팝콘 프로젝트’ 추진, 기장특산주(농주) 제조 등 부가가치 향상이 기대되는 각종 사업을 통해 지역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당찬 의지를 밝혔다. 기장군 농업의 새 판을 짜는 일에 지역농업특성화사업이 필수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기장농업기술센터는 잡곡재배단지도 지난해 64헥타르에서 올해 100헥타르로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잡곡단지를 규모화, 생력화, 브랜드화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농산물 안전성을 확보함으로써 외국산과의 차별화, 소비자 신뢰를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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