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는 유난히 꽃에 대한 이야기가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 같다. 기상이변으로 4월에도 눈이 내리는 이상한(?) 날씨 탓에 꽃의 개화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봄을 알리는 꽃의 순서는 가장 먼저 봄을 알린다는 산수유를 시작으로 매화,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등으로 개화시기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올해는 모든 꽃들이 4월말 경에 함께 만발하여 꽃을 보는 기간은 짧았지만 울긋불긋한 예쁜 꽃을 한꺼번에 볼 수 있던 특이한 봄이었다.


동시에 만발한 꽃으로 인해 눈이 즐겁긴 했지만, 한편으로 꽃의 개화시기 변화는 우리 일상생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걱정할 수밖에 없다.

냉해로 인해 배꽃은 피었다가 모두 떨어져서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되었고, 사과꽃 등 다른 과일 꽃들도 개화시기가 늦어져 농업인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꽃이 피지 않으면 곤충에게 충분한 먹이를 줄 수 없어서 화분 매개체 역할을 하는 곤충이나 벌들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과일 수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꽃은 우리가 보고 즐기는 단순한 화초가 아니라 우리의 먹을거리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소중한 생물자원이다. 꽃은 실제로 음식소재로도 활용도가 높아서 식용 꽃을 재배하는 농가도 늘어나고 있다. 사실 인류가 꽃을 먹은 지는 오래 전부터다.

중국 당나라나 서양 중세 요리책에서부터 꽃을 이용한 온갖 조리법이 등장한다. 샐러드로 가볍게 즐겨 먹거나, 차·스프·향료 등에 이용되었고, 꽃 즙을 낸 젤리, 잼, 아이스크림, 사탕도 있다. 우리나라 또한 예로부터 주류, 떡류, 전류, 차, 화채 등에서 꽃을 다양하게 이용하였고 대표적인 음식으로 진달래 화전, 국화차, 소나무 꽃가루로 만든 송화다식 등이 전해 온다.

또한 꽃은 동서양 어디에서나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서양의 허브(herb)차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특히 사과향이 나는 캐모마일 꽃은 유럽에서 가정상비약처럼 보편화되어 있으며 감기 기운이 있거나 피로를 느낄 때 뜨거운 물을 부어 차로 마시면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우리 꽃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효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연자의 우리차 우리꽃차』라는 책자에 의하면, 원추리꽃차는 스트레스를 없애고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좋고, 무궁화차는 내열을 발산시켜 가슴을 시원하게 하며, 유채꽃차는 눈을 맑게 한다고 한다. 또한 제비꽃차는 살균효과가 뛰어나고, 패랭이꽃차는 더위에 지친 몸의 기운을 돋우며, 칡꽃차는 열독을 풀어주며, 배롱나무꽃차는 해산 후 지혈에 좋은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전통적으로 이용되었던 식용 꽃 22종을 채취하여 영양성분을 분석한 적이 있다. 이들 식용 꽃은 비타민 C, 무기질, 유리당, 유기산 등을 함유하고 있었다. 또한 꽃은 종류에 따라 단맛, 신맛, 쓴맛, 비린 맛 등의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함께 식용 꽃은 기능성 물질이라 할 수 있는 안토시아닌(붉은색계통), 카로티노이드(노랑계통), 플라본(흰색계통)등의 다양한 색소를 함유하고 있어서 독특한 생리활성을 나타낸다.

식용 꽃으로 다양한 음식도 개발하였는데, 조리법으로 샐러드나 화전, 튀김, 술, 차, 아이스크림 등을 꽃자체로 또는 건조분말을 첨가하여 만들 수 있다. 꽃은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만드는 매개체로, 그 자체가 먹을거리로 소중한 존재이다. 내년 봄은 올해와 같은 특이한 봄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대로 꽃이 피고 지는 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