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전국의 전통향토음식을 조사하여 집대성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한 음식들이 있구나’라는 사실에 놀랍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특히 지금까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나물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나물밖에 몰랐던 필자에게 부지깽이, 가죽잎, 쑥부쟁이, 곰취 등은 맛의 신세계를 열어주었고, 현재의 일상 속에서 그 맛을 갈구하게 하였다. 그래서 얼마 전 한 음식점에서 당시 농가에서 맛 봤던 나물을 발견했을 때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바로 방풍나물이다.  

방풍나물은 주로 바닷가 바위틈이나 절벽에서 자생하는데, 건조한 모래흙으로 된 풀밭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바닥에 붙어서 자라기 때문에 해안가의 강한 바람도 잘 이길 수 있다하여 바람을 막는다는 뜻의 방풍(防風)이라 불린다고 한다. 따라서 강한 해풍을 견디며 자란 해안가의 방풍을 가장 상품으로 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강원, 경기, 경북 등지에서 야생하며, 일본, 대만, 중국, 만주 등에서도 분포한다고 한다.

한편 방풍이라는 명칭이 나물의 뿌리로 만든 약재가 중풍과 같은 각종 풍증 치료에 좋다하여 붙여졌다고도 하는데, 「동의보감」에서도 방풍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고 매우며 독이 없고 36가지 풍증을 치료한다고 하였다.

오장(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을 좋게 하고 맥풍(脈風)을 몰아내고 어지럼증, 통풍(통풍), 전신통을 치료하며 식은땀을 멎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킨다고 한다. 혈액을 맑게 하고 비타민, 무기질 함량이 높아 나른한 봄철 기력 회복에 좋다고 한다. 또한 예로부터 태교음식이라 하여 태아가 총명한 두뇌를 가질 수 있게 하고 임산부의 산후풍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방풍나물은 독특한 향이 별미인데, 이 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쌈으로 먹는 것이 제일이다. 생으로 초고추장에 무쳐 먹어도 좋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된장으로 무쳐 먹어도 좋다. 몸에 좋은 방풍으로 죽을 쑤어 먹어도 좋은데, 어린 방풍 잎을 이용할 수도 있고 방풍의 뿌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

조선시대 허균은 그의 저서 「도문대작(屠門大爵)」에서 ‘나의 외가인 강릉에서는 방풍이 많이 나는데 2월이면 새벽이슬을 맞으며 방풍 새싹을 따서 햇빛을 쏘이지 않는다. 쌀로 죽을 쑤어 반쯤 익으면 방풍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차가운 사기그릇에 담아 따뜻할 때 먹으면 입안에 단맛과 향기가 가득하여 3일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참으로 속세의 최상의 상품이다’라고 극찬하였다.

「증보산림경제」에도 이른 봄에 나는 방풍의 새싹으로 죽을 쑤면 그 맛이 매우 향기롭다고 하였고 육당 최남선은 「조선 상식」에서 평양의 냉면과 어복장국, 개성의 엿과 저육(?肉), 해주의 승가기(勝佳妓), 의주의 왕만두, 전주의 콩나물과 비빔밥, 대구의 육개장, 강원도 회양의 곰의 기름 정과, 삼수갑산의 돌배말국, 함남 차호의 홍합죽과 함께 강릉의 방풍죽을 전국의 유명한 음식의 하나로 소개하였다. 이 외에도 방풍으로 전, 탕평채, 장아찌를 만들거나 술을 담가 먹어도 좋다.

원래 방풍은 야생으로 채취하였으나 여러 가지 건강에 좋은 점이 알려지면서 그 수요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재배에 성공하여 충남 태안, 전남 여수 등의 농가에서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어 가까운 마트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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