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비료 지원…벼농사 정착하면 밭작물 확대
올해는 맞춤형비료정책 원년이다. 맞춤형비료는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고 흙도 살리자는 취지로 농림수산식품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정책이다. 일부지역에서는 이미 맞춤비료로 톡톡히 효과를 얻고 있다. 비료사용을 줄여 생산비를 절감하는 농업인 입장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안전농산물이란 신뢰를 덤으로 안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나름의 농사 노하우를 지닌 농업인들의 태도다. 정확히는, 맞춤비료에 이어 추가로 비료를 더 주는 게 문제다. 제 논의 땅심을 가장 잘 알고 있기에 비료 사용도 제 척도가 있기 때문이다. 맞춤형비료에 대한 신뢰가 아직은 미진한 탓도 있다. 여주군 등 맞춤비료를 7, 8년간 사용한 농가들도 처음엔 미덥지 못해 비료를 더 뿌렸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들 농가들은 한결같이 “비료를 더 준 것은 돈을 쓸데없이 논에 뿌린 것”이라고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추가로 비료를 주지 않아도 생산량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경우도 많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이 맞춤형비료정책 원년을 맞이해 ‘추가비료 안주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맞춤비료 정착의 관건은 첫 해에, 제대로 비료를 사용함으로써 가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진청은 특히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과 맞춤형비료정책이 같은 궤에 있다고 보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대표적인 농업인단체가 공동캠페인을 벌인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와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가 협력해 ‘추가비료 안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의 말]
◇ 맞춤형비료 추진경과
맞춤형비료 정책으로의 전환은 지금까지 축적한 토양정보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농촌진흥청은 약 40여 년간 전국농지의 필지별 토양정보를 조사하고 검정결과를 축적해 ‘흙토람’이란 한국토양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토양의 화학성, 물리성 등을 분석해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필지별 재배에 적합한 농작물 선정, 시비처방 등에 활용해왔다. 올해 정부차원의 맞춤형비료 공급정책을 시행하기 이전에도 전국 36개 시군에서 자체적으로 맞춤형비료를 제작, 공급해왔다.
맞춤형비료를 공급해온 지역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지역별로 차이는 있으나 관행 화학비료 대비 약 14퍼센트 비용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확량의 감소사례는 없었고, 질소비료 감량에 따른 넘어짐(도복) 완화와 품질개선으로 농가의 호응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성공사례에 힘입어 맞춤형비료 공급정책을 현실화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농촌진흥청, 지방자치단체, 농협 등 비료담당자협의회를 거쳐 농어업선진화위원회에서 화학비료 보조를 맞춤형비료 지원으로 전환, 절감재원으로 친환경비료 지원확대 등의 정책전환에 합의했다.
맞춤형비료 비종설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구축한 토양정보시스템인 ‘흙토람’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토양정보시스템에는 지난 1964년도부터 2009년도 전국의 논밭에 대한 기본적인 토양검정결과 676만점(필지)의 자료가 구축돼 있다.이 토양검정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시군별 토양에 알맞은 대표비종을 설계했다. 밑거름 719종, 웃거름 455종을 대상으로 한 설계다. 이후 농촌진흥청의 비료전문가위원회에서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설계내용을 검토해 최종적으로 맞춤형비료 31종(밑거름 25종, 웃거름 6종)을 확정해 맞춤형비료를 생산, 공급하게 된 것이다.
◇ 맞춤형비료 지원내용
이렇게 토양검정을 통해 설계된 맞춤형비료 31종은 논밭 구분 없이 지원하되 과수나 시설원예 등 원예전용 비료는 현재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원 단가는 20킬로그램 1포에 1천800원 수준으로 결정됐으며, 지원 규모는 총 82만 톤으로 731억 원 수준이다. 기존 화학비료 지원제도의 경우 20킬로그램 1포에 평균 1만6천480원으로 정부의 가격보조 4천100원을 제외하면 농가의 부담은 1만2천380원이다. 반면 맞춤형비료의 경우 1포 1만2천380원의 부담 중 1천800원을 빼면 농가는 평균 1만580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농협중앙회는 조합별 지원한도액과 배정기준 등 세부추진계획을 수립해 운영하는 한편 지역농협을 통해 비종별 대상물량을 조사해 구매물량을 확정한 후 비료생산업체에 일괄 입찰, 생산토록 했다. 비료생산업체는 지역조합에서 요구한 물량을 농협창고나 마을 현지에 공급해 농업인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 맞춤비료정책의 중요성
맞춤형비료 지원정책의 실효를 살리려면 맞춤비료 이외에 추가로 비료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시행 원년에 토양에 알맞게 설계된 맞춤형비료에 추가로 줄 경우 설계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은 추가비료를 주지 않도록 농업인을 지도해 실천토록 하는 것이 정책성공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상상황 등이 좋았기 때문에 벼농사 풍작이 되고 결국 쌀값이 하락한 탓에 농업인과 정부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정부는 기상여건의 호조뿐 아니라 농업인들이 쌀 수량을 높이기 위해 호품벼 등 다수확 품종을 선호하고 있는 데다 비료를 많이 주는 ‘다비재배체계’를 유지하는 것을 풍작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다수확 품종은 질소비료를 적정량 시비했을 때는 고품질 쌀 생산이 가능하지만, 질소를 많이 줄 경우 밥맛과 외관품위가 저하되고 기상여건이 좋지 않을 때는 수발아 발생이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호품벼의 경우 2007년 재배면적 54헥타르에서 2008년 1만416헥타르, 2009년 8만2천143헥타르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무려 20만 헥타르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수확 품종은 벼의 쓰러짐과 병해충 대량발생이 우려되는 품종이기 때문에 적정량 이상의 추가비료는 ‘약이 아닌 독’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다비재배에 따라 품질이 떨어지는 쌀이 과다하게 생산되면 쌀값 하락과 적정재고 초과량 발생의 악순환이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충청남도 / 맞춤비료 적극 지원
정부지원 별도로 2ha 미만 100% 보조
맞춤형비료 공급 원년을 맞아 중앙정부 시책에 맞춰 시·도, 시·군별 맞춤비료 지원계획이 수립된 가운데 충청남도의 ‘환경보전형 저농도(맞춤)비료’ 지원정책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충남도는 2002년부터 시행해온 저농도비료 지원사업을 올해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변경지원계획을 2월에 확정했다.
충남도의 지원계획에 따르면 2헥타르 미만 농가의 맞춤형비료 자부담 30퍼센트를 지방비로 100퍼센트 보조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질소성분 13퍼센트 수준의 저농도비료의 경우 2헥타르까지는 전액보조가 이뤄지고 2헥타르 이상 10헥타르 미만까지는 50퍼센트 보조를 받는다. 이럴 경우 충남도의 비료지원사업은 국비 13억원, 도비 68억원, 시·군비 160억원이 지원됨으로써 농가의 자기부담이 크게 완화된다.
충남도는 “정부의 맞춤형 화학비료 입찰결과 충남도의 주요 지원비료인 저농도비료의 가격이 2009년에 견줘 52퍼센트 정도인 20킬로그램 1포, 7천700원 수준으로 인하됐다”며 “그만큼 당초 비료지원 소요예산의 여유가 생겨 정부지원과 별도로 지방비 보조를 대폭 확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충남도내 벼 1헥타르 재배농가의 경우 저농도 비료 23포, 20-18-15(질소인산칼리) 비료 15포, 기타비료 15포를 자부담 없이 100퍼센트 지원받게 된다. 비료별 판매가격과 지원수량을 곱하면 각각 17만7천100원, 23만9천250원, 20만1천원으로 모두 1헥타르에 62만원 수준의 지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충남도는 2011년부터 환경보전형 저농도비료 지원사업을 중단하고 기존 비료지원 사업비를 고품질 쌀 생산과 연계해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료지원사업으로 농가경영비가 줄어들고 병해충 발생이나 도복 등 기상재해가 감소하는 효과를 얻는 반면 투자액에 견줘 충남 쌀의 가격과 인지도 향상이 미흡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2001년 쌀값 하락 때 벼 재배농가의 소득보전 차원에서 비료지원사업이 결정된 후 9년간 적잖은 투자가 이뤄졌음에도 충남 쌀의 가격약세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다른 도에 견줘 비료, 상토 등 농자재 지원이 많은 반면 농업인의 자생력과 재정효율성이 낮아졌다는 게 충남도의 자평이다.
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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