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인의 서자 환웅이 인간세상을 구하고자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세상을 다스리고 교화할 때,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있어 같은 굴속에 살면서 항상 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빌었다. 한번은 환웅이 이들에게 신령스러운 쑥 한 자루와 마늘 스무 쪽을 주면서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된다고 했다. 곰은 이것을 받아먹고 근신하여 3·7일(21일)만에 여자의 몸이 되고 호랑이는 이것을 참지 못하여 사람이 되지 못 하였다. 웅녀가 환웅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으니 그가 곧 단군왕검이다.”

요즘 동네 뒷동산, 개천가, 도로가 곳곳에서 챙 넓은 모자나 보자기, 마스크를 쓰고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뭐 하시나 가까이 가서 보면 대부분 손에 호미나 가위를 들고 열심히 쑥을 캐고 계신다. 쑥으로 국도 끓이고, 개떡과 버무리도 해 잡수신다고 한다. 그 모습이 어찌나 즐거워 보이는지 필자도 한 자리 차지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봄의 전령사, 이맘때 양지바른 곳이면 우리나라 어디서나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쑥이다. 오죽하면 아무데서나 쑥쑥 잘 자란다하여 ‘쑥’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하고 ‘쑥대밭’이라는 단어까지 나왔을까? 1945년 원폭이후 일본 히로시마에서 가장 먼저 피어난 식물이 쑥이라고 하니 그 생명력은 놀라울 정도다.

쑥은 앞서 말한 단군신화의 주요 소재로 등장할 정도로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애용해 온 먹을거리이다. 그렇다면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식용으로 먹어왔던 나물 종류가 3백여 가지가 넘는데, 그 중에서 쑥은 어떻게 단군신화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게 되었을까? 어떤 이는 우리 주위에서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하나 대체적인 의견은 쑥의 약효 때문이라고 한다. 쑥은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하는데 특히 여자들에게 좋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쑥은 독이 없고 모든 만성병을 다스린다. 특히 부인병에 좋고 자식을 많이 낳게 한다.’하였고, 「본초강목」에서는 ‘쑥은 속을 덥게 하여 냉을 쫓으며 습을 덜어준다. 기혈을 다스리고 자궁을 따뜻하게 하여 모든 출혈을 멎게 한다. 배를 따뜻하게 하고 경락을 고르게 하며 태아를 편하게 한다.’고 하였다. 곰이 웅녀가 되었다는 것도 이러한 효능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쑥은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 다른 나물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풍부하고 무기질과 비타민 역시 풍부한데, 특히 비타민A와 비타민C가 많이 들어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비타민A는 눈에 좋고 피부를 튼튼하게 하며 면역효과가 있고, 비타민C는 감기의 치료와 예방에 좋고 노화방지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고혈압 환자에게 좋은 칼륨과 칼슘과 철분 함량도 많은 편이다. 쑥의 독특한 향기는 치네올이라는 정유성분 때문인데 치네올은 소화액 분비를 왕성하게 하기 때문에 소화작용을 돕는 역할도 한다.

쑥은 항균작용도 강하여 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이질균과 같은 식중독균과 결핵균 등의 발육을 억제시키고 피부 진균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급성 세균성 이질에 쑥을 물에 달여 복용시켰더니 완치되었다고 한다.

여느 산나물이 그렇듯이 쑥은 우리민족의 애환과도 함께 해 왔다. 다산 정약용은 채호(采蒿, 쑥을 캐다)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쑥을 캐네, 쑥을 캐네. / (중략) / 쑥은 캐서 무엇 하나. / 눈물만 쏟아지네. / 독에는 쌀 한 톨 없는데 / 오직 쑥만 자랐으니 / 둥글고 넓적하게 / 말리고 또 말려서 / 담갔다가 소금에 절여서 / 죽 쑤어 먹어야지. / 달리는 살 수 없네.” 먹을 양식이 없었던 보릿고개에 쑥으로 죽을 쑤어 연명해야 만 했던 우리 민족의 아픔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시로, 이와 같이 쑥은 약용뿐만 아니라 구황식품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또한 「동국세시기」에는 삼짇날에 부드러운 쑥잎을 따 쌀가루에 섞어 쪄서 떡을 만들어 먹었고, 단오에도 쑥떡을 해 먹었다는 풍습이 기록되어 있다. 특히 우리 조상들은 5월 단오 전후의 쑥이 가장 약효가 좋다 하여 단오 오시(午時, 12시)에 쑥을 채취하여 말려 약으로 썼다고 한다.

쑥으로 만드는 음식 중에서 고급음식에 속하는 것이 애탕국인데, 살짝 데쳐 다진 쑥을 다진 쇠고기와 섞어 양념한 후 밀가루와 달걀을 씌워 완자를 만들어 장국에 넣어 끓이면 완성된다. 아이들이 아주 좋아할 것이다. 아니면 쑥에 튀김가루와 다른 채소를 섞어 쑥튀김을 하거나 쌀가루와 섞어 쑥화전을 부쳐 아이들의 간식으로 준비해 보자. 향긋한 봄기운에 기분도 몸도 상쾌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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