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맞춤형비료정책 원년이다. 맞춤형비료는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고 흙도 살리자는 취지로 농림수산식품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정책이다. 일부지역에서는 이미 맞춤비료로 톡톡히 효과를 얻고 있다. 비료사용을 줄여 생산비를 절감하는 농업인 입장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안전농산물이란 신뢰를 덤으로 안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나름의 농사 노하우를 지닌 농업인들의 태도다. 정확히는, 맞춤비료에 이어 추가로 비료를 더 주는 게 문제다. 제 논의 땅심을 가장 잘 알고 있기에 비료 사용도 제 척도가 있기 때문이다. 맞춤형비료에 대한 신뢰가 아직은 미진한 탓도 있다. 여주군 등 맞춤비료를 7, 8년간 사용한 농가들도 처음엔 미덥지 못해 비료를 더 뿌렸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들 농가들은 한결같이 “비료를 더 준 것은 돈을 쓸데없이 논에 뿌린 것”이라고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추가로 비료를 주지 않아도 생산량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경우도 많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이 맞춤형비료정책 원년을 맞이해 ‘추가비료 안주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맞춤비료 정착의 관건은 첫 해에, 제대로 비료를 사용함으로써 가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진청은 특히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과 맞춤형비료정책이 같은 궤에 있다고 보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대표적인 농업인단체가 공동캠페인을 벌인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와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가 협력해 ‘추가비료 안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의 말]



◇ 화학비료 사용현황

우리나라는 비료사용량이 다른 나라에 견줘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OECD 국가 중에서 화학비료 사용량이 많고, 양분수지가 높아 환경오염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화학비료 사용량의 경우 지난 2000년에 1헥타르에 382킬로그램에서 2008년 311킬로그램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나 아직도 다른 선진국에 견주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농경지에 투입돼 작물이 이용하고 남은 질소의 잉여량을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1헥타르 240킬로그램으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이에 정부에서는 토양환경을 개선하고 친환경농업을 확산하기 위해 지난 2005년 화학비료에 대한 가격지원 정책인 ‘가격차손 보전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에 따라 화학비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는 농가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화학비료 가격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화학비료에 대한 가격보조는 중장기적으로 농업환경, 재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가격보조정책으로 일시적인 농가부담 완화효과는 있으나 결국 비료사용량을 늘림으로써 환경보전정책에 역행하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평이다. 아울러 화학비료 사용량을 감축해야 함에도 조건 없이,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재원의 낭비이며 정책방향과도 배치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 화학비료 절감목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부터 일률적인 화학비료 가격보조정책을 없애고 맞춤형비료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토양진단에 따라 토양특성을 고려한 맞춤비료를 주자는 취지다.

정부는 맞춤형비료 공급정책을 통해 농업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실질적인 화학비료 사용량의 감축을 통해 토양환경의 보전효과를 노리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비료사용량 30퍼센트를 줄임으로써 총 비료지출비용의 25〜27퍼센트를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맞춤형비료란 토양검정결과와 양분수지를 감안해 토양환경에 맞게 주요성분을 배합한 것으로 관행비료에 견줘 질소, 인산, 가리 같은 일반성분의 함량이 낮고 토양에 부족한 미량성분을 보강해 제조한 비료다.

정부는 맞춤형비료의 사용을 전체 화학비료 사용량 대비 2008년도 10퍼센트 비중 수준에서 올해 70퍼센트로 끌어올리고, 2011년 이후로는 80퍼센트까지 연차적으로 확대해 화학비료 사용량을 15퍼센트 이상 절감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와 함께 기존 화학비료 지원재원을 유기질비료로 전환하기 때문에 지력을 증진함으로써 화학비료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양분의 흡수효율을 높임으로써 화학비료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규산이나 석회질 비료와 같은 토양개량제 투자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럴 경우 화학비료 소비량을 15퍼센트 이상 자율적으로 감축토록 유도될 것이라는 게 정부당국의 설명이다.



   ‘맞춤비료’ 성공모델 경기 여주군

“금쪽같은 비료, 논밭에 마구 뿌려버린 셈”

농림수산식품부의 맞춤형비료 공급정책 원년을 이끈 지역으로 경기 여주군이 꼽힌다. 정부의 시범사업지역 선정에 앞서 이미 맞춤형비료를 사용해온 여주의 농업인들은 ‘선구자’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03년부터 맞춤비료를 사용해온 여주군은 성공모델이자 정책시행 초기 ‘오류’를 짚어볼 수 있는 곳이다.

그간 화학비료 사용량은 30퍼센트 이상 줄어든 반면 맞춤비료 사용농가의 소득은 최소 15퍼센트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주 농업인들은 무엇보다 ‘금쪽같은 비료’를 아낄 수 있는데도 초기에 믿음이 부족해 논에 추가로 뿌린 것에 대해 후회막급이라고 증언했다.

“토양 정밀검정을 통해 필요한 성분과 적정량만 뿌리는 맞춤형비료를 도입하면서 화학비료 사용량이 상당히 줄었다.”

“비료사용량이 줄어드니 인건비도 그만큼 절약하고, 농자재 비용도 눈에 띄게 줄었다. 쌀 생산량은 기존에 견줘도 줄지 않고 비슷하게 나온다. 결국 비료를 더 뿌린 만큼 돈을 논에 버린 셈이다.”

“질소비료 과다시비가 없으니 도복(벼 쓰러짐)도 거의 없고, 쌀 품질도 훨씬 좋아졌다. 땅심도 살아나는 것 같다. 그러니 여주 쌀 재배농가들은 이제 맞춤형비료가 없으면 안 될 정도다.”

여주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와 농업인들은 맞춤형비료의 장점을 알리느라 입에 침이 말랐다. 딱히 단점이라고 할 만한 게 없을 정도로 토양특성에 맞는 적정시비의 필요성과 그 효과를 역설했다.

여주군은 2003년부터 ‘여주쌀 맞춤비료사업’을 추진해왔다. 기존 토양분석실을 보강해 종합환경정밀분석실로 전환하면서 여주관내 논 8만2천여 필지의 토양검정자료를 전산자료화한 게 사업추진의 단초가 됐다. 곧이어 맞춤비료 생산프로그램에 따라 복합비료 성분을 달리한 맞춤비료 4종을 생산, 보급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여주군 모든 벼 재배농가가 맞춤비료를 쓰고 있다.

맞춤비료제도 시행 8년차를 맞이한 여주군농업기술센터는 고품질 여부를 가리는 완전립 비율, 밥맛을 나타내는 식미지수 등의 두드러진 향상을 먼저 장점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농가의 비료종류 선정과 구매, 시비량 결정 등 현장에 필요한 과학영농체계 구축 △여주 쌀의 미질 향상 △화학비료 감축과 노동력 절감에 따른 농가경영비 감소 △땅심 살리기 같은 토양보전 △안전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신뢰 확보 등 여러 이점을 소개했다.

여주군 점동면에서 약 10만 제곱미터(3만평) 벼농사를 짓는 권혁재(54세) 씨는 “맞춤비료 사용전후로 쌀 생산량에는 별 차이가 없고 미질은 훨씬 좋아졌다”며 “마을전체가 맞춤비료를 쓰면서 이젠 농업기술센터 처방대로 속편하게 농사짓고 있다”고 말했다. 권 씨는 “보통 200평 한 마지기에 비료 두 포를 썼는데 지금은 한 포로 줄었다. 도복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여주군 능서면에 약 5만 제곱미터(1만5천평) 논농사를 하는 김준식(56세) 씨도 “맞춤형비료를 쓰면서 인건비와 농자재비가 현저하게 줄었다”며 “생산량은 물론이고 미질이 향상되는 걸 생각하면 그간 관행농가들은 사실상 불필요한 비료값을 논에 뿌려버린 것이나 진배없다”고 말했다.

한편 여주군농업기술센터 측과 농업인들은 맞춤형 비료가 전국에 확대,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필지별 토양정밀검정과 정보전산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맞춤형비료와 관련한 전 단계 ‘공정시스템’ 구축을 첫 과제로 꼽았다. 이와 맞물려 분석검정 전문인력 확충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들은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중요성을 조언했다. 여주군의 경우도 사업초기에는 맞춤비료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관행대로 비료를 더 주는 농업인들이 없지 않았다. 몇 년 지나서는 모두 추가비료가 덧없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 맞춤형비료정책의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농업인의 의식전환과 현장컨설팅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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