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북 포항의 한 식당에서 탤런트 현석 씨와 포항시의회 최영만 의장 부부가 복어를 먹은 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원인은 복어의 알집과 내장, 간에 분포돼 있는 강한 독성 물질인 테트로도톡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복어는 세계 4대 진미로 꼽히는 식품 중 하나로, 독성이 매우 강하지만 산뜻한 맛을 지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복어 중에서 복사꽃이 만발할 때 산란을 위해 강으로 올라오는 황복은 1년에 두 달만 먹을 수 있는 참복과의 고급어종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 있는 어종으로 값이 비싸고 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일 뿐만 아니라 영양가 또한 높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사쿠라복’, 중국에서는 ‘강돈’, ‘하돈’ 등 수많은 이름으로 불린다.

중국 북송 때의 시인 소동파는 ‘도화의 봉우리가 터지고 갈대가 싹틀 때 하돈이 하류에서 올라온다’고 읊었다. 복숭아꽃이 피고 갈대가 싹을 틔우는 시기는 딱 이맘때쯤이다. 그럼 하류에서 올라온다는 하돈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하돈(河豚)이란 하천에 사는 돼지를 의미하는 말로서, 다름 아닌 황복을 말한다. 복어를 돼지에 비유한 까닭은 배가 볼록하여 돼지처럼 보였다는 설도 있고, 중국에서는 돼지가 제일 맛있는 요리이므로 맛있기로 유명한 복어에 돼지 豚자를 붙였다는 설도 있다.

복어는 알집을 보호하기 위해 독을 생성하며 특히 산란할 때 독성이 강하다. 따라서 지금 잡히는 자연산 황복은 독성이 가장 강할 때다. 복어에 함유된 테트로도톡신은 청산칼륨보다 13배 이상 강력해 0.5〜2㎎ 정도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때문에 전문조리사가 없었던 옛날은 말할 것도 없고 요즘도 복어를 먹다가 독에 중독되어 사망했다는 기사를 가끔 접할 수 있다.

복어 알에 중독된 사람들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영국 제임스 쿡 선장의 항해일지에 나온다. 그는 항해 도중 선원들이 복어로 추정되는 열대어를 먹고, 내장은 배에서 키우는 돼지들에게 주었다고 한다. 이튿날 아침 선원들은 신체 마비와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내장을 먹은 돼지는 모두 죽었다.

다른 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서 복어는 맹독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독이 복어를 즐기는 미식가들의 발걸음을 잡아당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소동파는 복어를 먹으며 ‘그 맛이 가히 목숨과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라고까지 극찬하였을까.(소동파는 이맘때쯤 복사꽃 붉은 강가에 앉아 일 년 중 가장 맛있는 제철의 귀한 복어를 먹으며 춘풍에 취해 맛에 취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죽음과 맞먹는 맛’이라고 극찬하지 않았을까!)

독은 때론 약이 된다. 테트로도톡신은 꽤 오래 전부터 진통 완화 및 암세포 파괴 등의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왔다. 2006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복어에서 테트로도톡신을 추출하는 전문생산 단위까지 만들어 분리 정제기술을 확립했다고 하며, 북한 의약품을 취급하고 있는 중국의 한 무역업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복어 주사약’이라는 이름으로 ‘테트로도카인’의 주사법을 소개하고 있어 북한이 이미 제품화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캐나다의 한 제약회사는 복어 독을 효능 있는 진통제로 개발하고 있는데 동물을 이용한 연구 결과에서 테트로도톡신이 모르핀의 약 3천배에 달하는 진통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내성이 생겨 그 어떤 진통제도 듣지 않는 말기 암 환자의 진통제로서 아주 희망적이다. 더구나 복어 독은 천연물질이라 습관성과 축적성이 없으므로 부작용도 적은 편이다. 복어독이 약이 되는 그 날이 머지않아 올 것으로 보인다.

오늘 같이 찬란한 봄날 꽃그늘 아래에서 ‘목숨을 걸고 먹는 치명적인 맛, 복어’의 유혹에 살짝 빠져본다. 상상만으로도 시인 소동파와 마주앉은 기분이다.



※ 복어로 인한 중독은 생선을 많이 먹는 일본에서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복 중독으로 사망하는 예가 신문에 자주 오르내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1971~1986년 사이 복어독 중독 사건은 총 44건이 발생하였고, 147명이 중독되어 그중 51명이 사망하여 34.7%의 치사율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1991년부터 2004년까지 13년 동안 중독 사고는 45건, 무려 135명이 중독되었고 그 중 36명이 사망하여 치사율은 이전보다 약간 감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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