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좌담회…‘한국농협의 나아갈 방향’

좌담회 참석자 (사진 좌로부터)

 김진범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농민연합 집행위원장)
 유한기  북전주농협조합장
 정재돈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농어업선진화위원회 공동위원장)
 이대식  본지 편집국장
 김창수  농협중앙회 경제구조개편부장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지난 2009년 11월 2일자부터 연재된 ‘기획시리즈-농업협동조합의 이해’가 대단원을 맞는다. 총 6개월 동안 진행된 연재에서는 협동조합의 이론과 농협의 구조개편 내용, 경제사업과 민주적인 조합운영 등의 우수사례 발굴 등이 번갈아가며 소개됐다. 총 24회로 기획된 시리즈를 마감하며 지난 20일 전문가 좌담회가 개최됐다. 농민단체와 농협, 관계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한국 농협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본다.


김진범 - 그 동안 농촌지도자회의 경우 농협에 몸 담고 있는 분들이 많음에도 관심이 부족했다. 이번 농업인신문의 기획시리즈를 통해 관심이 높아졌다. 이·감사나 조합장에 뜻을 둔 회원들로부터도 많은 호응이 있었다. 다만 지면을 통해 소개된 곳은 이미 성공한, 이름난 곳들이다. 차츰 성공으로 달려가고 있는 조합을 찾고, 작지만 내실있는 운영을 꾀하고 있는 조합에 대한 발굴이 아쉬웠다.


정재돈 - 담아야 할 내용이 많았다. 한정된 지면에 모두 담아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미처 다루지 못했던 점들을 좀 더 소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고 등의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대식 - 농협에 대해 가지고 있는 피상적인 지식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 자료조사와 방문취재를 통해 새로운 내용을 전달하려 노력했고, 기획 의도에 맞게 독자층에서도 좋은 반응이 있었다.  아쉬운 점들은 차후 보완 취재 등을 통해 지면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김창수 - 제시된 성공사례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주로 리더(조합장, 조합직원 등)를 통해서 만들어진 성공담이다. 이런 경우 조합장이나 연합사업단장이 바뀔 경우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나주 세지농협의 메론사업은 15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그 동안 조합장이 바뀌고, 담당자가 변하는 과정에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농협이 나서기 보다는 농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교육이 진행됐기에 이어질 수 있었다. 농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기가 매우 힘들다.

김진범 - 품목별로 지역농협을 활성화하는 것이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일 듯 보인다. 지역 실정에 맞아야 한다. 지역에서 올라오는 의견들을 들어보면 ‘돈이 되는 것은 중앙회가 하고, 나머지는 지역에 떠 넘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간과해선 안된다. 잘하고 있는 것을 중앙회가 나서는 것이 문제다. 심지어는 금융도 그렇다.

농민연합이 경계하는 것이 시군유통회사다. 경제사업 활성화를 명목으로 하는 시군유통회사의 빚을 농협이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중앙회가 조정할 수 없으면 각 지역이나 품목조합이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

유한기 - 상호금융은 손해볼 것이 없다. 그러나 경제사업은 다르다. 경제사업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농협의 지도파트를 도 단위, 각 작물별로 묶는 것이 한 방법일 것이다. 도 단위의 지도사업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농협 이용율이 85%다. 농민은 농사만 짓고, 판매는 농협이 전담하기 때문이다. 일본 농민은 수확한 농산물을 대문 앞까지만 내놓는다. 나머지는 농협의 몫이다. 조합에서 출하와 선별포장까지 책임진다. 직원을 많이 써도 조합원들이 반발하지 않는다. 농협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기 때문이다. 노력해야 한다.

김기태 - 북해도의 경우를 말하신 것 같다. 그 곳은 농가의 평균 경작면적이 15ha나 되는 전업농 농협의 사례다. 일반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분명 시사하는 바는 크다. 공선출하를 조직하고, 품목부회를 통해서 선진지 품목부회를 견학할 수 있도록 연수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좋은 교육방법으로 보인다.

김창수 - 영농지도업무는 판매사업과 직결된다. 일본의 경우 농업 종사자는 우리의 3배다. 그러나 조합은 700여개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조합은 조합원수가 1만명이 넘는다. 우리는 규모가 작다. 1990년대 중반에 군단위에서 영농지도사를 인력풀로 운영한 바 있다. 그러나 실패했다. 비용부담이 문제였다. 

지역조합과 조합원들도 돈이 되지 않는다면 축소시키고 있다. 현재 조합의 영농지도요원들은 다른 쪽에서 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군이나 도단위에서 품목별로 영농지도사업을 진행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에 대한 비용을 누가 책임지느냐다. 비용을 책임질 수 있는 구조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신용사업으로 메우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대식 - 최근 블루베리가 인기다. 그러나 조금 있으면 미국산 블루베리 생과가 수입된다고 한다. 미국의 블루베리협동조합은 인건비와 운영경비를 제외한 모든 것은 조합원들에게 환원한다. 우리의 농협과 다르다.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김창수 - 중앙회는 단일 유통창구로 전산상으로 이뤄지는 견본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견본거래가 가능할 정도의 균일한 품질의 농산물 생산이 필요하다. 이 시스템이 작동되면 유통업체도 산지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또한 소비지 생활협동조합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생협과의 연대를 통해 직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핵가족, 맞벌이로 시장갈 시간이 없는 소비자들의 생활패턴 변화로 택배사업 등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의 기본은 균질화된 농산물이다. 균질화, 규격화, 이력제 등의 소비자 요구를 농협과 농민이 어떻게 받쳐줄 수 있느냐, 산지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김기태 - 중요한 문제다. 사실 농협이 제공하는 서비스 만큼 조합원들은 수익자부담원칙을 지켜야 한다. 조합원들은 운영의 민주화 내지는 참여에 대한 문제에서 소외감을 말한다. 현장에서 농협개혁에 대한 문제는 사업을 못한다는 것보다는 비리문제다. 조합원의 요구가 묵살되는 것이 현실이다. 조합원들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유한기 - 농협이 발전하려면 전국적으로 인사교류가 돼야 한다. 인사교류가 없으면 긴장감이 없다. 한번 농협에 들어오면 정년까지 보장된다. 발전성이 없다. 중앙회 차원에서 인사교류가 이뤄져야 발전할 수 있다.

김진범 - 신경분리는 15~16년 동안 농민들이 꾸준히 주장해온 것이다. 농업의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우리 농업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일본이나 대만 등 다른 나라의 사례만을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정부와 국회, 농민과 소비자까지 아우른 협의체가 필요하다.

정부안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다.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는 말이다. 협동조합의 취지를 살려서, 누가 보더라도 조합적인 활동이 강조되는 농협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중앙회가 좋은 일도 많이하고, 농업에 기여한 바도 크다. 농협의 성과가 묻혀버린 원인이 어디에 있는 가를 파악해야 한다.

김기태 - EU(유럽연합)에는 협동조합부가 있다. 우리는 국(局)도 없다. 그나마 농림부 시절에는 협동조합과가 있었는데, 지난번 조직개편에서 없어졌다. 지금 협동조합은 농업금융정책과가 관리하고 있다. 농협이 금융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말 그대로 금융이 조합을 관리하는 모양세다. 최소한 농협중앙회라는 덩어리에 맞게 협동조합과 내지는 협동조합국이 있어야 한다.

정재돈 - 교육을 통해 조합원들이 조합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넓혀야 한다. 협동조합은 항상 남 탓이 아닌 내 탓을 해야 한다. 국민에게 존경받는 농협이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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