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유치원을 선택하려고 집주변의 유치원을 몇 군데 기웃거리다 맘에 드는 곳을 발견하였다. 지금까지 2년째 다니고 있는 이곳의 프로그램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아이들의 텃밭 가꾸기이다. 농촌에서 자라면서 농촌에 대한 추억과 소중함을 간직하고 있는 필자는 농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입체적 학습이 어린 시절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선뜻 선택하였다.

물론, 5-7세의 아이들이 농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내용이야 농장 아저씨들의 도움으로 감자나 고구마 심고 수확하기, 고추나 가지 등의 채소를 심고 수확하기의 일부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텃밭을 나가는 것은 여러 가지 공부가 될 것이다. 텃밭 가꾸기를 통해 아이들은 식물과 계절에 대한 공부를 자연스레 하게 되고, 심어진 농작물의 간격을 보면서 공간감각(?)을 배우게 되고, 채소 과일 등의 열매가 익어가는 과정에서는 색깔의 변화를 공부하게 될 것이고, 씨앗을 심어서 자연의 도움으로 멋진 수확물이 나오는 과정에서는 햇빛이나 물의 역할 등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기다려야 열매가 맺힌다는 점에서 인내하는 마음도 배우게 될 것이다.

글로벌화의 영향으로 우리의 식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국내 생산 농산물의 비율이 점차로 줄어들고, 철에 따라 먹는 음식이 많이 달라졌다. 이러한 글로벌화의 대안으로 로컬 푸드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컬 푸드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단순한 개념뿐 아니라 생산과 소비 간의 물리적·사회적 거리의 단축을 유도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여 농민에게는 안정적인 소득구조,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로컬 푸드의 효과로는 식재료 등의 지역 의존을 강화하게 되고 지역의 숨은 향토식품 자원을 발굴하여 활용하게 되며, 장거리 운송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켜 환경 보존에 기여하고, 지역 내에서 소규모 영농과 가공을 활성화하여 고용창출을 촉진시킬 수 있다.

세계 각국은 로컬 푸드의 구축·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특히 학교급식을 통한 프로그램들에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경우 ‘농장-학교, 농장-식당(Farm to school, Farm to Cafeteria)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농산물의 학교급식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 잔디밭에 55종의 채소를 키우는 텃밭을 만들면서 안전하고 신선한 채소 섭취를 통한 건강한 식단과 농업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영국은 ‘공공부문 식품 조달(Public Sector Food Procurement Initiative)’ 정책의 일환으로 학교급식에 지역농산물 사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식육기본법’ 제정과 ‘지산지소 운동’을 통해 지역농산물의 학교급식 사용을 촉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9년까지 19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학교급식조례를 제정하여 학교급식에서 지역농산물 또는 우리농산물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제주도 지역과 전남 순천, 경북 청송 등은 로컬 푸드를 시도하여 지역 내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여 지역 내 학교에 공급하고, 지역에서 계절적으로 생산이 곤란 한 품목은 타 지역과 연계하여 대응하고 있다.

로컬 푸드의 성공을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 유통거리와 기간 단축으로 농산물의 신선도 보증, 가족농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중시하는 새로운 시장형성 등의 로컬 유통체계 개선을 통한 차별성 확보이다. 둘째로 지역간 교류를 통해 계절적으로 출하가 곤란한 시기에 연계 대응하여 로컬단위의 안정적 농산물 수급을 해야 한다. 셋째, 농가가 상품화 판매 가격을 결정하도록 하여 관심을 유도하고 소비자의 반응을 경험해야 한다. 넷째로 로컬 푸드의 새로운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로컬 푸드는 최근 농촌에서 실천하고 있는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소비자가 신뢰하는 안전농산물 만들기, 환경친화적이고 살고 싶은 농촌 만들기, 농업인들 스스로 적극 참여하는 ‘푸른농촌 희망찾기’는 ‘로컬 푸드’의 추구하는 목표와 비슷하다. 농업·농촌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는 일이고, 농업·농촌이 생산자(농업인) 뿐 아니라 소비자인 도시민에게도 중요한 관심사항이 되는 일이다.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가 주말농장, 텃밭 가꾸기, 도시농업을 찾는 이유도 농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단순히 먹을거리만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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