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구매 모범사례-당진군농협연합구매사업단

연합구매사업은 영농자재 구매에 있어 단위조합 끼리 뭉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농협중앙회가 계통구매사업을 통해 품목별 단가와 참여업체를 선정하면, 연합구매사업단은 이를 기본으로 지역의 특성에 맞춰 공급량과 단가를 유리하게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당진군농협연합구매사업단은 주관조합형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벌써 10년째다. 화려한 사무실도 간판도 없다.
그러나 취급 수수료를 줄이고, 장려금을 늘리는 등 조합원 혜택에 있어서는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을 곳이다.

◆조합별 100만원… 당진연합사업단 출범

당진군농협연합구매사업단(이하 당진연합사업단)은 관내 12개 농협이 모여 사료와 유류 등 농자재의 연합구매사업을 위해 2001년 5월 1일자로 출범했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농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함이었다.

당진연합사업단이 출범하기 전까지 영농자재 대부분은 조합별 개별구매였다. 어느 조합은 사료가 많이 필요했고, 어느 조합은 하우스용필름 수요가 높았다. 그러다 보니 각 조합별로 영농자재에 대한 품질과 단가에 대한 차이가 발생했다. 조합원들은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고, 결국 연합구매사업이 추진된 것이다.

2001년 5월 1일 당진연합사업단이 출범했다. 소속 조합별 100만원씩, 12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다. 당진연합사업단은 각 농협이 거래하던 업체들과의 실타래부터 정리했다. 12개 조합과 거래하던 모든 업체들을 모아 놓고, 품목별 입찰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잡음을 제거했고, 경쟁력 있는 업체를 선택해 양질의 영농자재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당진연합사업단은 순성농협에서 주관하고 있다. 출범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순성농협이 주관조합이 되어 연합사업단을 이끌고 있다. 순성농협의 경제상무가 당연직으로 사업단장이 되는 방식이다.

연합구매품목은 각 조합의 경제상무들이 참석하는 경제상무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일부 연합구매품목이 아닌 경우에는 개별 조합이 구매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연합구매사업에 선정된 업체에서 구매를 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사업추진현황

지난해 당진연합사업단이 취급한 배합사료는 4976톤, 금액으로는 21억7300만원이다. 당진축협사료와 대한사료공업(주)을 통해 공급받고 있으며, 1억7300만원의 판매 장려금을 받았다.

유류사업의 경우 SK에너지(주)를 통해 공급받고 있으며 지난해 2만1132 킬로리터(㎘)를 취급했다. 이에 따른 농협별 추가 장려금으로 3억원을 수령했다. SK와 농협CI를 병행한 주유소 천정 도색과 주유기(주유소 2대, 취급소 1대)를 지원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류사업의 추가장려금 수취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유류사업에 진출함에 따라 계약전환을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꽈리고추, 감자, 고구마의 농산물 포장재와 농업용필름, 농산물 PP포대 등의 공동구매로 약 15억원의 사업물량을 달성했다. 특히 년초 폭설피해농가에 대해서는 업체로부터 농업용필름을 25% 할인공급 받아 어려움에 처한 농가의 부담을 덜어냈다.

이밖에 공동육묘장, 유기질퇴비, 다목적운반용트레일러 등의 보조사업 공동구매를 통해 11억7500만원의 물량을 취급했고, 1억270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했다.
당진연합사업단은 꾸준히 성장하며 매년 250~290억원의 사업량을 기록하고 있다.

◆ 수수료 줄인 만큼
    조합원 혜택 ‘up’


이진호(순성농협 경제상무) 당진군농협연합구매사업단장은 “비료, 지자체사업을 대행할 경우 평균 6~8%의 취급 수수료가 발생한다”며 “그러나 (당진연합사업단은)현재 3% 미만의 취급 수수료만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3%의 취급 수수료 가운데서도 0.5~1%만 당진연합사업단이 가져가고, 나머지는 회원조합으로 돌려주고 있다.

연합사업을 통해 조합원들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좋은 품질의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농협중앙회와 일부 연합사업단이 질책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과다한 취급 수수료에 있다.

육묘상자 구매의 경우는 농협중앙회 계통구매가격보다 더 싼 가격으로 입찰에 성공했다. 농협중앙회의 육묘상자 계통구매 가격은 장당 1월 기준 820원, 2월 기준 835원, 3월 기준 850원이다. 일반적인 판매마진 6~8%를 감안한다면 조합원 구입가격은 장당 920원(3월 기준)이 된다.

그러나 당진연합사업단이 공급하는 육묘상자 가격은 장당 850원이다. 가격 변화 없이 지난해 12월 이후 같은 가격이다. 유류의 경우도 리터당 15원 정도를 절감했다. 연합사업을 통해 덩치를 키우면서 구입단가를 낮춘 것이다.

당진연합사업단의 사업예측을 통한 조기계약이 농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당진군은 벼 육묘장 700동을 건립하고 있다. 그러나 하우스파이프 가격이 치솟으면서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가격이 오른 것은 물론, 물건 자체가 품귀상태다.

그러나 당진연합사업단은 미소 짓고 있다. 계약 단가가 현재 시세보다 60만원(100평당) 정도 낮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조합원들의 만족도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인터뷰-이진호 당진군농협연합구매사업단장

“직원과 조합원의 이해도를 넓혀야 연합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

“조합 직원부터 시작해 조합원들까지 연합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넓혀야 한다. 어려운 사업이다. 그러나 농협이라면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사업이다. 다만, 연합구매사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전이용이 바탕 되어야 한다. 그러면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다.”

지난 2001년부터 연합구매사업을 계속하고 있는 당진군농협연합구매사업단의 이진호 단장이 밝힌 연합구매사업에 대한 평가다.

아직까지 연합사업을 모르는 조합과 조합원이 많다는 말이다. 조합 직원들조차 연합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전이용을 요구한다는 것은 주객전도다.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10년째에 접어든 당진연합사업단도 해결과제가 여럿 있다.
우선 별도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회계처리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는 구매사업에 관한 회계처리가 순성농협을 통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상태다. 법인화의 경우 직원들의 신분변화 등의 문제가 난점이다.

또한 일정 규모를 유지해야만 연합구매사업이 성과를 낼 수 있다. 현재 유류는 모든 참여농협이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일부 품목의 경우 사용규모가 작아 연합구매의 효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이 단장은 연합구매사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밝혔다. “농협중앙회의 계통구매사업을 바탕으로 연합구매사업은 또 다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중앙회는 1차로 규모화를 통해 교섭력을 높이고, 연합사업단은 2차로 가격과 품질 등에 대한 경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진연합사업단은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오는 11월 당진군 농산물산지유통센터가 완공 될 경우 연합사업단과의 통합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거점APC가 완공될 경우 연합구매사업이 거점APC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외형적인 성장은 분명하지만, 해결되어야할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어 논의가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연합구매사업의 경우 ‘갑’의 입장에서 사업이 추진되지만, 유통 판매사업은 ‘을’이 되어야 한다. 쉽지 않은 변화다. 그러나 연합구매의 성공을 발판으로 한다면 판매에서도 좋은 성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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