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봄이 왔음을 느끼기에는 출퇴근길의 쌀쌀한 날씨가 방해가 되는 듯도 하지만 봄은 어느새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보송보송 솜털을 세우고 있는 목련나무의 꽃눈이, 이상 기후에도 불구하고 노랗게 꽃을 피운 길가의 개나리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아마도 봄 하면 생각나는 것은 쌉싸래한 봄나물이 가장 우선일 것이나, 연분홍빛 진달래로 만든 음식 또한 대표적으로 봄에 먹을 수 있는 별미일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음력 3월3일 삼짇날이면 산으로 들로 ‘화전놀이’를 나가 진달래꽃 화전과 두견주로 풍류를 즐겼다. 일반적으로 꽃은 식탁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목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으나, 인류는 예로부터 꽃을 식재료로 활용해왔다.

문헌에 나타난 꽃으로 만든 음식에 대한 기록은 약 1300년 전 중국 당나라의 여황 무측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조일(음력2월13일)에 궁녀에게 백가지 꽃을 수집하게 한 후 그 꽃으로 만든 ‘백화떡’을 신하들에게 나누어 준 이후 화찬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중국은 ‘약식동원’ 사상에 의해 꽃을 건강식품의 하나로 보아 꽃으로 만든 식품과 음식을 화찬(花饌)이라 하였다 한다. 「수당가화록(隨唐佳話錄)」에 따르면 꽃 음식은 색과 맛, 향이 아주 좋고, 병을 치료하고 몸을 보양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였으며, 여자들의 미용에 좋고 늙지 않게 한다 하여 황후나 비와 같은 궁중의 여자들뿐만 아니라 사가의 규수들도 널리 애용하였다 한다.

우리나라의 「규합총서(閨閤叢書)」에도 진달래, 참깨 꽃, 들깨 꽃을 이용한 음식의 조리법이 나와 있고,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는 부용화, 가지 꽃, 과꽃 등을 이용한 음식이 소개되고 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제철 꽃으로 만든 화채나 떡을 임금님의 점심 수라상에 올렸는데 이 때 주로 사용된 것은 진달래, 장미, 국화였다고 한다. 또한 궁중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봄에는 진달래를 이용하여 화전과 술을 빚어 먹었고, 여름에는 장미로 화전을, 가을 중양절에는 국화를 이용하여 떡을 찌거나 차로 만들거나 술을 담가 먹는 풍습이 있었다. 또한 원추리 꽃을 간장으로 무친 후 기름에 볶아 나물로 먹거나 국거리로 이용하기도 하였고 남쪽 해안 지방에서는 동백꽃잎을 기름에 튀겨 먹거나 설탕에 재워 먹기도 하였다 한다. 

세계적으로 식용 꽃의 종류는 100가지가 넘으며 또한 그를 이용한 음식도 아주 다양하다. 중국,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양의 식용 꽃 문화는 중세 유럽의 조리서에 등장하고 있는데 샐러드로 먹거나, 차, 스프, 향료 등에 이용되었고 꽃 즙으로 젤리, 잼, 아이스크림, 사탕 등을 만들어 먹었다.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바나나 꽃, 히비스커스, 야래향 등을 식재료로 이용되어 왔다고 한다.

꽃은 음식에 색과 향을 줄 뿐 아니라 아미노산, 비타민, 효소, 무기질 등의 영양소도 들어 있고, 뛰어난 항산화성분을 가진 것으로 최근 연구들에서 보고되고 있다. 장미는 레몬에 비해 비타민C가 17배나 많다 하고, 목련은 봉오리 때 말려 차로 마시면 꽃가루 알레르기에 좋고 비염이나 축농증에도 좋다 한다.

백합은 기관지염과 신경쇠약, 체질개선에 좋다 하고 금어초는 소화기능을 도와주어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진달래가 담을 없애고 가래를 삭이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해수·기관지염 감기로 인한 두통에 효과가 있고, 생리불순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이뇨작용도 있어 꽃을 말려 그 가루를 꿀에 개어 환으로 하루 서너 알씩 먹으면 오래된 기관지염을 다스릴 수 있고, 고혈압, 신경통 류머티즘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열을 내리게 하는 청열 효능이 있어 혈압강하제로 사용되기도 하며 어혈을 풀어주는 데도 좋다고 한다.

최근에는 식용 꽃을 이용한 음식을 만드는 전문 조리사, 전문 식당도 등장하여 우리를 즐겁게 한다. 꽃으로 만든 음식으로 비빔밥, 샐러드, 튀김, 술, 떡, 빵, 차 등 너무나 다양한데, 튀김에는 제비꽃, 도라지꽃, 아카시아, 칡꽃, 유채, 동백 등이 좋다. 샐러드에는 카네이션, 국화, 민들레가, 스프나 죽에는 한련화나 백합이 적합하다고 한다.  꽃으로 음식을 만들 때는 알레르기를 방지하기 위해 암술과, 수술, 꽃받침을 제거해야 한다. 또한 식용에 적합한 꽃인지 아닌지를 구별해야 하고, 식용으로 따로 재배하지 않은 것은 농약 등에 오염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삼월삼짇날이 멀지 않았다. 이번 삼짇날에는 가족들과 진달래 화전, 두견주를 놓고 즐겨봄도 좋지 않겠는가?

김양숙(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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