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하여 대체 에너지 개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태양열, 풍력, 조력, 지열 등 다양하다. 음식을 가열하는 데도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기나 가스가 아닌 다른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뉴질랜드 로토루아 지역은 각종 온천과 열천이 끓어오른다. 이러한 열천 속에 계란을 넣어두면 잘 익게 된다. 따라서 달리 물을 끓여서 요리를 할 필요가 없다. ‘항이(Hangi)’는 이러한 지열을 이용해 요리를 하는 마오리족의 전통 요리법으로 각종 고기와 야채, 조개 등을 땅속에 넣어 찐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음식을 뜨거운 증기에 찌는 것으로 영양소 파괴를 줄여준다.

‘로보’는 피지 전통음식이다. 소고기, 생선,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피지 사람들이 즐기는 달로, 카사바 등과 함께 코코넛 잎으로 싸서 땅속에 파묻고 지열을 이용하여 만든 음식이 로보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재료는 돼지고기다리, 닭, 야자나무 잎, 바나나 잎, 달로(피지인의 주식), 마늘, 양파, 생강, 간장으로 단순하다. 만드는 방법은 우선 땅을 0.5m 깊이로 파고 땔감용 나무를 잔뜩 쌓은 다음, 그 위에 우리나라 냇가에서 볼 수 있는 큼지막한 돌을 올려놓고 4〜5시간 동안 돌을 달군다. 돼지고기와 닭고기에 칼집을 내고 간장과 다진 마늘, 양파, 생강을 넣어 버무린 소스를 묻힌 다음, 야자나무 잎으로 머리를 땋듯이 정성껏 싼다. 돌이 달구어지면 야자나무 잎의 심 부분을 잘게 쪼갠 것을 돌 위에 놓고, 그 위에 준비해 둔 야자나무 잎으로 감싼 돼지고기와 닭고기, 달로, 카사바 등을 올린다. 그 위에 다시 야자나무 잎의 심부분과 바나나 잎으로 덮고, 흙이 들어가지 않도록 헝겊 같은 것으로 덮은 다음, 다시 흙으로 덮는다. 음식이 익는데 한 두 시간 걸린다.

이처럼 고기를 야자나무 잎과 바나나 잎으로 싸 기름은 쫙 빠지고, 야자나무와 바나나의 향이 양념소스와 함께 어우러져 고기의 잡냄새가 없다.

몽골의 전통음식 ‘허르헉’ 또한 외부의 열을 가하지 않고 달구어진 돌로만 익힌 음식이다. 허르헉은 옛날 몽골에서 귀한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특별음식으로 큰 우유배달통처럼 생긴 압력통에 감자, 양파, 채소와 함께 장만한 양고기를 섞은 후 ‘초토’라는 탄소함유량이 높은 검은 돌을 미리 벌겋게 달구어 놓았다가 압력통에 함께 넣고 약 1시간이 지나면 요리가 완성된다.

우리나라에도 땅에서 음식을 익히는 ‘삼굿구이’라는 조리법이 남아있다. 삼굿구이는 땅에 구덩이를 판 다음 돌을 넣고 불을 지펴 돌을 뜨겁게 만든 후, 물을 부어 그 증기로 음식을 익히는 우리 선조들의 전통요리법이다. 삼굿은 삼의 껍질을 벗기기 위하여 삼을 찌는 구덩이나 솥을 뜻하는 것으로 그 삼을 익히는 전통 방식에서 유래됐다.

예전에는 큰 솥이 없어서 긴 마를 한꺼번에 삶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삼굿구이방식을 이용했다. 땅에 두 개의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한 쪽에는 마를 넣은 채 흙으로 덮고 다른 한쪽에서는 불을 지핀 뒤 그 위에 돌을 올려 흙을 수차례 덮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옆 구덩이의 마가 삶아져 있는데, 이 방법을 이용해 고구마, 감자, 계란 등을 익혀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뜨거워진 돌 위에 향을 좋게 하기 위해 여름에는 쑥, 겨울에는 솔잎을 얹어주고 헝겊을 깐 후에 토종 닭, 돼지고기, 감자, 고구마, 계란 등 다양한 재료를 넣고 흙이 들어가지 않도록 덮개를 덮어준다. 이때 수증기가 날아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몇 겹으로 덮어준다. 그 후 흙에 구멍을 내어 물을 부어주면 달궈진 돌에 수증기가 발생하여 음식이 익혀지는데 시간은 1시간 정도 걸린다. 

또 우리 조상들은 전통유과를 만들 때 기름에 튀겨내지 않고 잘 달구어진 솥뚜껑에 콩알크기 자갈이나 소금으로 유과를 일었다. 기름을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지방과다 섭취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고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또 기름에 튀긴 것보다 맛이 담백하고 기름 냄새도 나지 않을뿐더러 비교적 유통기간도 길다. 오래 보관하여도 방금 튀긴 유과처럼 신선한 바삭거림과 맛을 가진다.

이제는 ‘웰빙’을 거치고 ‘로하스시대’(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를 지나 ‘스마트 웰빙시대’로 가고 있다. 이는 소극적이고 일방적인 수요입장에서 벗어나 건강과 식품에 대한 적극적인 정보탐색을 통해 소비자가 그 질을 따져보는 경향이 두드러짐을 말한다. 스마트 웰빙시대에는 음식 재료뿐만 아니라 익히는 방법에 있어서도 건강에 얼마나 유익한 지를 꼼꼼히 따지게 될 것이다. ‘스마트’하게.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