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단위 하나로마트 우수사례…예산농협

농협의 하나로마트 사업은 1970년 2월 16일 문을 연 장호원농협의 농협연쇄점이 시초다. 이후 1997년에 농협 연쇄점·농협수퍼마켓으로 불리던 이름들이 ‘하나로마트’로 명칭을 변경했다. 일반적으로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하나로클럽’과 지역농협의 ‘하나로마트’로 구분되고 있다. 하나로마트의 경우 대부분 지역농협이 운영 주체가 되지만, 최근에는 농협중앙회 계열사인 농협유통에 의해 운영되는 사례도 있는 듯 보인다.

최근의 유통상황은 대형유통업체들이 각 지역 읍단위까지 진출하면서 지역농협의 하나로마트 사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농협 하나로마트 사업소들이 적자경영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농촌형 대형마트의 최초 사업소라고 자부하고 있는 예산농협 하나로마트의 흑자경영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초의 농촌형 대형마트


예산농협 하나로마트는 1996년 7월 18일 개점했다. 예산읍 산성리 653번지 총 661㎡(약 200평) 규모로 문을 연 예산농협 하나로마트는 개점당시 최초의 농촌형 대형마트로 불렸다.

당시에는 지역내에서 읍·면단위 하나로마트로는 최대규모였다. 예산농협 관내 총인구가 3~4만 명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이 정도 규모로 하나로마트를 오픈했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으로 평가된다. 2500명 수준의 조합원만이 대상이 아닌, 지역 농식품 및 생필품 유통시장에 확고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과감한 선택이었다.

박재호 예산농협조합장(당시 조합원)은 “예산농협 하나로마트는 농촌형 대형마트, 즉 규모화된 하나로마트의 시초라고 자부한다”며 “오픈 당시만 해도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초창기 호황기를 맞았다”고 회상했다.

◆ 대형할인매장의 등장…시련의 계절

호황은 길지 않았다. 도시를 중심으로 점포를 늘려가던 대형할인매장들이 지역 시장으로 문어발식 확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도시지역 상권에 집중하던 대형할인매장들이 치열한 경쟁과 시장의 포화상태를 느끼면서 점차 지역으로 상권을 확대시키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농촌지역 하나로마트 사업은 먹구름이 들기 시작했다.

예산농협 하나로마트가 들어설 당시만 해도 주변은 논밭이 많았다. 그러나 이곳들이 개발되면서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하나로마트의 활성화가 기대됐다. 그러나 기대는 잠시. 아파트 단지와 함께 대형할인매장이 함께 들어왔다.

더 크고, 화려한 대형할인매장의 등장은 예산농협 하나로마트에게는 크나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아파트 주민들의 유입은 분명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젊은 층인 30~40대가 주로 유입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초라한 하나로마트보다는 대형할인매장을 선호했다. 기존 조합원에게는 꾸준한 호응을 얻어냈지만, 신규로 유입된 주민들에게 예산농협 하나로마트는 동네 수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고객 편의와 친밀감으로 승부

대형할인매장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예산농협 하나로마트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전단지를 통한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으로 고객 뺏기가 본격화 됐다. 자로 잰 듯 반듯하고 깔끔한 도시적인 이미지로 소비자를 확보해 나갔다.

예산농협 하나로마트는 대형할인매장의 냉철한 마케팅 전략에 맞서 감성으로 다가갔다. 조합원들과의 유대관계를 더욱 끈끈히 했다. 직원과 고객의 소통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했다. 지역 정서를 감안한 차별화도 시도했다.

예산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되는 쇠고기는 100% 한우 암소만을 취급하는 것이다.
또한 대형할인매장과 달리 예산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부위를 그 자리에서 직접 썰어서 판매한다. 미리 포장된 고기를 판매하기 보다는 고객이 직접 보고, 원하는 부위를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40대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 고객의 정서를 감안한 서비스다. 대부분의 지역 고객들은 과거 고기를 귀하게 여기며 식육점에서 썰어주던 모습에 대한 향수를 짙게 가지고 있었다.

최일권 예산농협 하나로마트 점장은 “대부분 60대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조합원들과 유대관계를 지속하면서 부모님을 대하는 마음으로 고객을 대했다”며 “지역 정서에는 아직도 정육점에서 직접 고기 부위를 고르고 썰어서 포장하는 옛 모습을 선호했다”고 밝혔다.
고객 편의를 위한 아이디어도 한 몫했다.

하나로마트 한쪽에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농협지소를 설치했다. 대부분 하나로마트를 찾는 고객들은 가사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 고객이다. 또한 여성 고객들은 집안 경제의 지출을 담당하기 때문에 금융업무가 많다. 따라서 금융업무와 쇼핑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인근에 있는 고속버스터미널과의 연계를 위해서도 금융사업소의 설치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최일권 점장은 “2008년에 금융점포를 개설하면서 고객들의 반응이 더욱 좋아졌다”며 “세금 등의 공과금 납부와 통장 정리 등 가정내 금융업무와 쇼핑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농협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예산농협 하나로마트의 매출액은 2008년 62억4000만원(매출이익 9억6000만원)에서 2009년 72억원(11억원)으로 15% 성장했다. 이 같은 하나로마트의 영업성과는 2009년 기준 예산농협 전체 경제사업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뷰-박재호 예산농협 조합장


“대형화로 흑자경영 가속화 시킬 것”

“단체 관광을 와서 쇠고기를 사갈 정도로 예산농협 하나로마트의 쇠고기는 인기가 좋다. 예전 한 번은 서울 손님 한 분이 5000만원 어치를 사간 적도 있다. 이날 이후 택배를 통해 쇠고기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박재호 조합장의 자랑이다.

예산농협 하나로마트가 판매하는 쇠고기에 대해 박 조합장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조합원이 직접 키운 한우만을 판매한다. 조합이 직접 구매하고, 도축한 후 하나로마트를 통해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100% 한우다. 수소는 취급하지 않는다. 암소만 판다. 이렇게 판매하니 고기가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가격도 다른 매장에 비해 저렴하다. 이러니 소비자가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조합원과 직원들의 친밀감도 자랑이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직원들에게 최고라는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그 결과 명절 대목이면 본소와 지점의 모든 직원이 하나로마트로 출동한다. 상품배송을 돕고 주차지도에 나서는 등 하나가 된다.

박 조합장은 “쉬는 날 임에도 직원들이 모두 나와 마트에서 봉사하는 모습을 본 조합원들이 조합을 더 신뢰하고,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결해야할 과제도 남아있다.

인근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완공되면서 입주가 진행되고 있다. 흑자경영을 가속화할 수 있는 외부요인이 무르익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시설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박 조합장은 “대형화 사업을 꼭 할 것이다”며 “350평 정도의 매장 운영을 염두해, 금융점포가 포함된 3층 건물로의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조합장에 따르면 3층 건물에 금융점포를 확대하고, 병원과 학원 등 편의시설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이럴 경우 경영 개선은 물론, 쇼핑과 금융, 의료, 교육 등이 망라될 수 있다. 이를 고객유치와 연계시켜 흑자경영을 가속화하겠다는 설명이다.

박 조합장은 “예산농협 하나로마트는 가격경쟁보다는 상품경쟁으로, 값 싼 것 보다는 상품의 질로 승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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