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뚱뚱한 나라라 하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미국을 떠올리게 된다. 2009년 OECD 통계연보에 의하면 미국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15세 이상 인구의 34.3%가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세 사람 중 한사람은 비만인 셈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비만율은 3.5%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의 연구팀에 의하면 2〜19세의 소아, 청소년의 약 17% 정도가 비만이라고 한다.

2005년 한 연구에  의하면 현대의 어린이들은 비만으로 인해 그들의 부모세대보다 수명이 2〜5년 정도 단축될 수 있다고 하였다. 비만은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병, 일부 암, 지방간, 관절염과 같은 골격계 질환 등 각 종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일컬어지는 위험요소로 미국 내 지출되는 의료비 중 전체의 약 10%가 비만 관련 질병에 의한 것으로 연간 1,47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지난 2006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유럽비만저지헌장’을 채택하면서, “비만을 지구온난화나 조류 인플루엔자(AI) 같은 수준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각국이 정치적 의제로 삼아 공동 대처하지 않으면 비만으로 인한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만 문제는 심각하며 비만은 경제와 사회발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이제 비만은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관리대상인 ‘유행병’이 되었다.

이에 지난 2월 9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아동비만 퇴치’를 선언하고 나섰다. 아동비만 퇴치를 위한 태스크 포스(Childhood Obesity Task Force) 구성에 서명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비만은 수십 년 동안 문제로 인식되어왔으나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충분하지 않았다. 현 정부는 공공과 민간 양 부문의 자원을 동원하고, 가족, 지역공동체를 포함한 효과적인 전략을 세워 한 세대 동안 포괄적 접근으로 아동 비만 해결을 위한 두 배의 노력을 들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아동비만 태스크 포스에는 내무장관, 농무장관, 보건장관, 교육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여사가 아동비만 퇴치를 위한 전국적 캠페인, ‘렛츠 무브(Let’s move)’를 주도할 것이라고 한다.

‘렛츠 무브’ 캠페인은 크게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학교에서 좀 더 건강에 좋은 식품을 공급하는 것’, ‘건강한 식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 ‘신체적 활동을 늘리는 것’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학교급식에서의 정크 푸드 추방, 지역 농산물 사용 장려, 급식시설 개선, 식품 성분 표시 라벨링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은 이전부터 질병예방통제센터에서 지원하는 포괄적 학교건강프로그램(Community Health Scholars Program, CHSP), 학교건강정책프로그램조사(School Health Policies and Programs Studies, SHPPS) 등을 통해 아동 청소년의 비만 관리를 지속 추진해오고 있다. 또한 영국에서도 건강학교프로그램(Healthy School Program), 건강학교기준(Healthy School Criteria) 등을 통해 아동 청소년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를 기반으로 한 비만관리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이웃 일본 역시 메타보 프로젝트를 통해 식생활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성인남녀의 허리둘레를 관리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자. 앞서 밝힌 바와 같이 OECD 통계연보에서는 우리나라를 가장 날씬한 국가로 이야기하고 있으나,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의 비만유병률은 30.7%로 거의 3명당 1명꼴인 셈이고, 아동·청소년 비만유병률은 10.8%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2배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남자 청소년의 비만유병률은 19.6%로 급증하고 있다. 비만에 의한 국가적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기’ 쉽지 않은 수치들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비만 및 국민 식생활 관리는 아주 미약한 수준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해 ‘식생활교육지원법’의 제정을 계기로 실제적으로 이 법안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넘어선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식생활과 체형을 모니터링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정책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거울삼아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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