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친환경농업단지 우수사례-전북 고산농협


지난 2006년 광역친환경농업단지사업 주체로 선정된 전북 고산농협. 2008년 관련 시설이 완공되면서 고산농협의 친환경농업은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경축순환자원화센터를 통해 유기축분을 이용한 친환경 퇴비까지 보급하는 등 이상적인 자연순환 농업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전국적인 광역친환경농업의 우수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고산농협를 살펴본다.



◆“규모화 통한 경쟁력 확보”
“친환경 농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단지의 규모화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고산농협이 명확한 사업 주체가 돼 지자체와 지역농민들을 동참시킨 것이 성공의 요인이다.” 국영석 고산농협조합장이 밝힌 광역친환경농업단지사업의 성공 비결이다.

고산농협은 고산면과 비봉면, 동상면이 합병한 산촌형 농협이다. 산촌에 입지한 농협은 경제규모나 생산비 측면에서 일반적인 농협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1996년 흡수합병한 비봉농협의 부실채권 정리가 안된 상황에서 IMF를 맞아 농협중앙회의 경영개선권고조합으로 관리까지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고산농협은 친환경농업에서 활로를 찾았다. 국 조합장은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농업이 미래에는 가장 가치있는 농업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농산물 수입개방에 적극 대응하고, 무엇보다 농가 소득 증대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방안으로 친환경농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마침 시기도 좋았다. 정부가 광역친환경농업단지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고산농협은 광역친환경농업단지사업 대상자가 되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당시만 해도 농협이 주사업자로 선정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고산농협의 사업계획은 치밀했고, 조합의 열정은 어느 지역보다도 높았다.

그 결과 2006년 1월 광역친환경단지 사업 주체로 선정됐다. 이후 국비와 도비 등 90억원의 보조와 10억원의 자부담을 들여 광역친환경단지 조성사업에 돌입했다. 2005년까지 154ha이던 친환경인증 재배면적은 2008년에는 509ha로 늘어났다. 고산농협의 친환경농산물 취급액도 2006년도 3억원에서 2008년도 36억원으로 늘었다. 2년 사이에 12배가 성장했다. 전체 판매사업 총액 101억원에서 친환경농산물 판매액이 36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판로 걱정 없다”
농민 조합원 입장에서 친환경농산물 생산에 대한 가장 큰 부담은 판로문제다. 공들여 키운 친환경농산물이 판로가 없어 제값을 못받거나, 일반 농산물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산농협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친환경농산물은 판로걱정이 없다.

고산농협이 광역친환경농업단지사업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판매사업이다. 공들인 만큼 제값을 받고 판매해야만 지속적인 친환경농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산농협의 친환경농산물은 학교급식과 군납사업으로 납품된다. 2009년 2학기에는 완주군 전체학교와 서울시 서대문구 28개 교육시설에 학교급식을 납품했다. 특히 지난해 서울시 학교급식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올해에만 23개교가 추가 공급을 신청했다.

국 조합장은 “올해 완주군 학교급식에 160톤, 서울시 서대문구 학교급식에 176톤 등 336톤의 무농약쌀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고산농협의 쌀 생산량 440톤의 76%가 넘는 물량이다. 이밖의 물량은 생협과 이마트 등을 통해 판매된다. 고산농협은 광역친환경농업단지사업을 추진한 이후 매년 생산된 쌀 전부를 완판하고 있다.

고산농협의 친환경농산물은 해외시장 공략에도 성공했다. 광역친환경단지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은 친환경농산물산지유통센터를 통해 유통된다. 딸기의 경우 공동선별과 공동계산제가 적용된다. 유통센터를 통한 공동선별로 품질을 균일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8년에는 2톤의 딸기가 러시아로 수출됐다. 대만과 일본으로는 양배추 260톤과 배추 70톤, 양파 49톤이 수출됐다.

◆친환경 시설의 순환구조 구축

고산농협의 친환경 농업은 순환구조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친환경농업에 필요한 다양한 시설들이 광역단지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유기적인 순환구조가 가능하다.

고산농협이 갖추고 있는 광역친환경단지 시설은 △경축자원화센터 △미생물배양시설 △왕겨팽연화시설 △농기계수리센터 △공동육묘장(원예·수도작) △유기축사시설 △시설하우스 △광역살포기 △감식초황토보관시설 △벼저온저장시스템 △산지유통시설 △천연곶감유통시설 △웰컴센터 등이다.

고산농협의 순환구조를 보면 토양관리를 위해 경축순환자원화센터의 퇴비가 공급된다. 공동육묘장에서 키운 믿을 수 있는 우량 묘가 심어지고, 미생물배양시설에서 만들어진 각종 친환경자재가 투입된다. 광역 친환경농약 살포를 농협에서 대행해 주고, 수확 후 친환경벼건조저장시설에서 수매한다. 원예농산물은 산지유통센터에서 공동선별과 정산이 이뤄진다. 벼의 정미과정에서 발생한 왕겨는 팽연화시설을 거쳐 다시 퇴비생산시설이나 축산농가에 공급된다.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축분은 퇴비생산의 원료가 된다.

또한 산지유통센터와 감식초황토보관시설, 웰컴센터를 통해서는 친환경농산물의 상품성 제고와 소비자 직판 등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이중 삼중의 순환고리가 형성되어 있다.

국 조합장은 “친환경농업은 고산 5개면의 농업경쟁력과 완주군이 국제적인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체험형 고부가가치 관광농업과 친환경농산물 유통 등으로 조합원의 소득을 높이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소득원 ‘감’

고산농협은 새로운 소득사업으로 감에 주목하고 있다. 완주지역 전통 특산물인 감을 클러스터사업으로 특화시킨 것이다.
감 클러스터사업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둔 사업이다.

고산농협의 전체적인 사업과 감 클러스터를 접목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목적이다. 이를 위해 곶감과 감식초, 감잎차의 생산방식을 개선했다. 유기농 감식초와 감 비타민, 홍시 아이스크림 등도 개발했다. 감 재배지와 주변 자연환경을 연계시켜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관광상품을 만드는 등 다양한 수익원을 발굴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인터뷰-국영석 고산농협조합장



“친환경농업의 경쟁력과 가치를 알자”

“친환경농업을 돈벌이로만 생각하고 시작했으면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졌을지 모른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경쟁력과 가치를 이해했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국영석 조합장은 친환경농업을 고산농협의 성장동력으로 삼고자 했던 초창기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산농협에서는 20여년 전부터 몇몇 농가를 중심으로 소규모 친환경농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던 것은 2006년 광역친환경농업단지사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국 조합장은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고생이 많았다”며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손으로 해야 할 일은 더욱 많아졌고, 농민 조합원들도 관행농법에만 익숙해져 있어 친환경 농법에 대한 기술이나 경험이 부족했다”고 회상했다.

첫 1~2년 동안은 생산량이 줄었다. 그나마 수확된 농산물의 상품성도 떨어졌다. 조합원들의 소득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조합원들은 “몇푼 벌지도 못하는데 그것마저도 줄었다”며 친환경농업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국 조합장은 조합원들을 붙잡고 설득했다. “조금만 더 참고 해보자고...”
친환경농업은 초기 100여 농가에서 현재는 5개면 570농가로 늘어났다.

생산이 안정되자, 이번에는 판로가 문제였다. 국 조합장은 “친환경 농산물이 도시 소비자에게 전달되면 가격이 일반 농산물보다 2배 이상 비싸진다”며 “규모화를 통한 유통구조 개선으로 산지에서 소비자까지의 단계를 축소,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농협이 나섰다”고 말했다. 고산농협은 조합원들이 생산한 친환경농산물 전량을 수매한다.

국 조합장은 “3년이 지나면서 슬슬 성과가 나타나자 농민 조합원들도 친환경농법의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며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친환경농업은 환경보호라는 부산물까지 저절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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