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국물을 먹으면서 한국인은 ‘아~ 시원하다’라는 말을 한다. 이 ‘시원하다’를 영어로 굳이 표현하자면 ‘It is a refreshing, revitalizing, emotional taste that invigorates the entire body. It’s the eye opening taste of spicy, hot soup; the first gulp of ice cold water on a hot day.’이다.

이처럼 영어로는 짧은 말로 결코 표현할 수 없는 말 ‘시원하다’는 한국인이 정말 좋아하는 말이며 그 쓰임새가 꽤 다양하다. 할아버지가 열탕에 들어가면서 시원하다고 하니까, 차가운 물인 줄 알고 따라 들어간 손자가 깜짝 놀라며 ‘믿을 사람 하나 없다’고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때의 ‘시원하다’는 차갑다는 의미가 아니라 몸이 탁 트이면서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을 말한다.

영하의 날씨가 일주일째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 겨울다운 추위가 찾아왔다. 유난히 국물요리를 즐기는 한국인들이 따뜻한 국물요리를 찾는 발길이 잦아졌다.

한국인이 따뜻한 국물을 먹으면서 느끼는 ‘시원한’ 맛은 어떤 것일까? 얼큰하면서 칼칼한 국물이 목구멍을 자극하면서 넘어가면 우리 몸의 세포들이 자극을 받아 움직이는 느낌이 일어난다. 곧 전신으로 퍼지는 상쾌한 느낌이 ‘시원하다’는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시원한 국물이 특징인 요리로는 해물탕, 매운탕, 감자탕, 육개장, 김치찌개, 알젓찌개, 우거지갈비탕, 순두부찌개 등 다양하며 여기에 재료를 어떤 것을 더 넣느냐에 따라 실로 다양한 종류의 요리로 재탄생한다.

해물을 넣거나 새우젓으로 간을 하면 국물 맛이 한층 진하고 시원해진다. 또 뚝배기에 끓이면 먹는 내내 따끈한 국물맛을 볼 수 있어 먹고 난 후에 속이 뜨뜻해진다.

특히 해산물이 들어간 따끈한 국물요리는 한국 사람만이 느끼는 시원함이 가득하다. 바다의 깊은 맛이 배어나는 생대구탕으로 즐기는 식사, 한 그릇에 바다를 담아내듯 그 시원함이 좋다.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면 바로 바다의 맛이다. 이 맛이 바로 시원한 맛이 아닐까? 그 시원함이 잃었던 입맛을 찾고 기운을 북돋운다. 

시원한 국물요리는 해장에도 그만인 음식이다. 술을 좋아하고 또 다양한 해장국으로 속 풀이하는 우리민족에게 따끈한 국물요리는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해장약이라 할 수 있다. 전날 과음이나 피로로 속이 답답할 때 따뜻하고 시원한 해장국을 먹으면 속이 저절로 풀리니 말이다.

연말연시 송년회, 신년회에 이어 술자리가 많아지는 요즘, 얼큰한 국물요리는 해장음식으로 애주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시원한 국물요리는 쓰린 속을 달래는 해장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훌륭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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