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경기도 이천지역 양돈농가 13명이 모여 설립한 ‘이천양돈조합’. 설립 당시 농협중앙회 회원조합으로 가입조차 못할 만큼 열악했지만, 지금의 모습은 눈부시다. 현재는 680명의 조합원과 전국 돼지사육두수의 13.5%를 차지하고 있는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이 됐다. 생산 뿐만 아니라 도축, 가공, 판매사업을 포함한 돼지고기 계열화 사업으로 조합원의 실익향상에 노력하는 ‘경제사업’ 중심의 기업형 조합,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을 살펴본다.

◆기업형 협동조합 ‘도드람’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은 기업형 협동조합을 표방한다. 조합과 투자회사(도드람푸드, 도드람LPC, 도드람환경연구소, 디에스, 도드람유전자연구소 등)는 조합원이 소유하고, 각 사업은 전문 경영인에게 담당케해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실현된 이익은 조합원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이천양돈조합의 출범 때부터 역할분담 체계를 추진했다. 당시에는 조합은 사료공동구매와 사양관리 지도에만 집중하고, 외부 협력회사가 사료의 제조, 판매 등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사료의 제조 및 판매를 담당하던 협력회사와 마찰이 생겼다. 가격결정과 수익배분 등에 있어서 조합과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이에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은 협력회사와의 결별을 선택했다. 이 같은 선택은 조합의 경영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모험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영규 도드람양돈협동조합장은 “우리 조합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조합원 중심의 의사결정과 투명한 운영의 공개에 있다”며 “사료가격 또한 이러한 원칙에서 원가를 공개하고, 최소의 운영비만으로 공급하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에 협력회사가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은 결별과 함께 OEM사료 생산체계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힘이 됐다. 전환 3개월만에 월 2만톤까지 사료 이용량이 늘어나면서 조합은 정상을 되찾았다. 월 2만톤 규모는 일반적인 사료공장 2곳에서 생산되는 양이다. 2002년 12월에는 도드람조합사료 생산량이 연간 34만톤을 넘어섰다.

그 사이 2000년에 농협중앙회 회원조합으로 정식 가입했다. 2003년에는 경영이 어려워진 ‘전북양돈농협’과 ‘광주전남양돈농협’을 동시에 흡수합병했다. 이 같은 합병은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우선 전국단위 농협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를 기반으로 신용사업을 통한 자본력이 확대됐다.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의 규모화는 2004년 ‘도드람푸드’와 ‘바른터’의 인수를 가능케 했다. 또 안성시가 공기업형태로 운영하던 ‘안성LPC(현 도드람LPC)’를 인수하면서 명실공히 ‘사료-도축-가공-유통’의 계열화 체계가 완성됐다.

◆조합원 중심의 ‘도드람’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은 양돈농가 스스로 필요에 의해서 협동조합을 만들고 단계적인 발전을 일궈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사료회사와의 결별과정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조합원의 신뢰가 손꼽히고 있다. 이는 그 동안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이 조합원을 위한 조합의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과거의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2002년 당시까지 신용사업도 없이 사료수입 하나에만 의지하면서 20명이나 되는 지도인력을 가동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조직이었다”고 말한다. 일반적인 조합의 입장에서 볼 때 돈 안되는 사업에만 집중했다는 말이다.

도드람양돈영농조합의 지도사업은 ‘초음파진단기’를 도입하면서 큰 호응을 받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돼지에 초음파진단기를 도입한 것. 수정 후 어미돼지의 임신여부 확인은 생산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당시까지 ‘기다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나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이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하던 양돈농가들은 직접 임신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라며 폭발적으로 호응했다. 이때부터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의 지도사업은 모범사례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사료시장에서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은 업체들의 공적(?)이다.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은 일반 사료회사들의 폭리를 바로잡기 위해 제조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제조원가가 공개되자 업체들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를 통해 사료값의 전반적인 인하가 가능케 됐고, 양돈농가와 양돈산업이 얻은 경제적 효과는 숫자 이상이다.

도드람양돈협동조합에는 양돈업에 종사하지 않는 허수조합원이 없다. 조합원으로는 상시사육 500두와 200좌 100만원 이상을 출자해야 가입이 가능하다. 또한 조합사업을 전이용하지 않으면 패널티가 주어지는 등 정예조합원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월드베스트포크…‘도드람포크’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은 1993년부터 전산화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농가의 사양관리 지도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농가의 사양관리가 전산화되면서 돼기고기 브랜드 ‘도드람’이 탄생했다.

이 조합장은 “‘도드람포크’는 기본적으로 B2B 시장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라고 설명한다. 즉, 마켓의 바이어들이 좋아한다는 뜻이다. 이는 안정적인 물량공급과 적정한 공급시기, 안정된 품질 등이 군소 브랜드와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돼기고기 브랜드 ‘도드람’은 1994년 일본에 첫 수출됐다. 깐깐한 일본인들도 “월드 베스트 포크”라고 극찬, 1997년에는 위생안전성을 인정받아 일본 후생성의 검역면제를 획득했다. 1998년에는 일본시장으로 지육수출에 성공했다.

하루 돼지 2000두와 소 200두를 처리할 수 있는 도드람LPC는 국내 최초로 자체적인 돈육 항생제 잔류검사를 실시했고, 경기지역 최초로 HACCP 인증을 획득했다. 가공공장 역시 HACCP 인증을 획득했다.

도드람포크는 2004년 전국 브랜드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시작으로 소비자시민모임이 주관한 ‘우수축산물브랜드’에 꾸준히 선정(2005~2009년)되는 등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인터뷰-이영규 도드람양돈협동조합장


“고객·조합원·직원에게 가장 가치있는 조합”

“우리 조합에서는 ‘조합원의,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을 위한 경영’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사료가격 공개다. 사료판매이익을 포기하고서라도 원칙을 준수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조합의 가치와 정신이 살고, 조합원들이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드람양돈협동조합에 있어 조합원이 갖는 의미에 대한 이영규 조합장의 설명이다.

이 조합장은 “도드람의 비전은 ‘고객·조합원·직원에게 가장 가치있는 조합’” 이라고 밝혔다. 이 말은 고객에게는 믿을 수 있고, 맛있는 돼지고기를 공급하는 것이 최상의 가치다. 조합원에게는 지속적으로 양돈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큰 가치. 직원에게는 열정적으로 도전하여 그에 따른 성취를 기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가치라는 설명이다. 각 구성원들의 가치 충족 속에서 조합이 성장할 수 있다는 지론이다.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의 내년 사업목표는 1조원이다. 중기적으로 2015년까지 지금 경제사업 규모의 2배 달성이 목표다. 이 조합장은 “도드람 휘하 계열 전체의 사업량이 1조에 육박한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지난 시절의 내핍을 극복했다는 의미보다 새로운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은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공판사업과 홍보에 중점을 둔 테마사업을 시작했다. 조합이 역점을 두고 있는 공판사업은 시작 1년도 안돼 일 평균 소 20두, 돼지 350두를 달성했다. 올해는 일평균 소 50두, 돼지 500두는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도드람포크’도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도드람포크’를 찾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업계 최초로 입소문마케팅을 진행하고, 브랜드 카페 등 인터넷 공간에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조합장은 “언젠가 돼지고기도 닭고기처럼 소비자의 브랜드 인지와 신뢰에 의해 구매가 결정될 시기가 올 것으로 믿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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