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사례탐방-순천농협

1997년 10월 순천시 13개 농협이 합병하면서 전국 최대 규모의 거점농협으로 성장한 순천농협. 조합원 1만 7443명에 29개 지소 및 사업소를 운영(2008년말 기준)하고 있으며, 2009년 6월말 기준으로 예수금 1조 520억원을 돌파했다.

또한 자산의 규모화를 통한 파머스마켓과 남도김치, 농산물가공공장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경제사업의 성공모델이 되고 있다. 총자산 1조 1650억원, 경제사업 매출 1466억원, 연간 48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하고 있는 순천농협의 성공요인을 살펴본다.


◆광역합병…대규모 투자재원 확보
순천농협을 설명하면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광역합병이다. 순천농협이 전국 최대 규모의 거점농협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합병을 통한 자산의 규모화였기 때문이다. 합병당시 17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 총이익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03년 284억원에서 지난해에는 418억원으로 급증했다.

순이익 증가세도 가파르다. 1997년 8억원에서 2003년 35억원, 2008년 48억원으로 껑충 뛰면서 지역농협 평균의 7배 규모의 선도농협으로 자리매김 했다.

경제사업의 성장세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연평균 20%를 기록하고 있다. 2003년 918억원에서 지난해 1466억원으로 성장했다. 이는 농산물의 품목별 공동출하단지가 주산지 2~3개 면으로 확대되면서 시장교섭력이 강화됐기 때문. 또한 유통시설에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인 것이 큰 몫을 차지했다.

순천농협은 규모화된 자본금과 운용능력을 기반으로 경제사업 시설투자를 확대할 수 있었다. APC 44억원, RPC 69억원, 파머스마켓 90억원, 김치공장 80억원, 농산물가공공장 24억원 등 시장지향적인 유통시설에 과감한 투자가 진행됐다. 이는 정부 정책사업의 투자지원 대상자 선정에서 순천농협이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었던 배경으로도 작용했다.

강성채 조합장은 “2000년대 이후의 경제사업은 타이밍 싸움”이라며 “사업 아이템이 있으면 과감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순천농협은 축적된 자금과 빠른 결단력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지역민과 ‘동행’…지역사회협동조합

순천농협은 최근 준공된 종합센터를 중심으로 지역민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지역민을 위한 복지·서비스사업과 교양강좌, 부녀회 등을 지원하고, 지역발전운동과 결합한 사업으로 지역리더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지자체와 협력해 ‘순생순소’(순천에서 생산한 것은 순천에서 소비), 지역사랑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친환경 농축산물의 안정적인 생산·공급과 독거노인 봉사, 향토장학사업 등으로 지역민과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협동조합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규모화된 농협과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협동조합의 이미지는 신용사업의 신뢰도를 높이면서 예수금(평잔) 규모를 1997년 3310억원에서 2009년 6월 1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됐다. 또한 대형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도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가 입점했을 당시 순천농협 파머스마켓의 매출액은 순간 70%나 급감했다. 그러나 1차 상품 중심의 농식품으로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라는 농협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지역민과의 끈끈한 연대를 유지해온 덕분에 20여 일 만에 매출액을 회복하는 저력을 보였다.

◆‘남도김치’…유기가공식품인증
순천농협 경제사업의 대표주자는 파머스마켓과 남도김치다. 파머스마켓은 지역사회를 소비기반으로 연간 12억원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남도김치는 국내외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1993년 일본 그린코프 생활협동조합 수출을 시작으로, 1997년 에어프랑스, 에어차이나, 케세이퍼시픽 등 세계 항공사에 기내식 김치를 공급했다.

2000년 들어서는 일본에 냉동김치와 비빔밥용 냉동나물, 젓갈류, 고추장 등을 수출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브로코리 제품(김치, 반찬)을 수출하고 있다. 일본에서 배용준 김치로 유명한 ‘고시레 김치’를 생산하는 곳이 남도김치다.

남도김치의 경우 김치 한 가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다양한 반찬류와 젓갈을 함께 생산하면서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음하고 있다. 또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유기가공식품인증을 획득, 유기농 배추김치를 주력상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도김치를 체험할 수 있는 김치아트센터를 마련했다. 이곳을 통해 순천을 방문하는 내외국인들에게 남도김치의 우수성을 알리는 체험관광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강 조합장은 “내년 2월이면 남도김치공장의 절임배추, 반찬, 젓갈, 나물류 제조라인이 HACCP 인증될 것”이라며 “남도김치 한 매장에서 반찬, 젓갈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면서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올해도 2억원 정도의 순수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남도김치는 △1996년 전통식품 인증마크 △1997년 ISO 9001(국제표준품질시스템) 인증 △2008년 HACCP 인증을 취득했다.


인터뷰-강성채 순천농협조합장


“농업은 생명창고…행복한 동행”

“윤봉길 의사의 농민독본에는 ‘농업은 생명창고’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협동조합의 가치인 ‘1인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1인을 위해’라는 구절과 함축된 의미가 같다. 순천농협은 도시와 농촌이 행복한 동행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순천농협 표지석에 새겨진 ‘농업은 생명창고-행복한 동행을 위해’라는 구절에 대한 강성채 조합장의 설명이다.

광역합병 조합인 순천농협은 최근 조합원들의 조합방문 행사를 진행 중에 있다. 13개 농협이 합병한 만큼 타 지역조합과는 그 규모가 다르다. 그러다 보니 조합원들이 내가 속한 조합에 대해 잘 모르는 단점이 있다. 순천농협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조합의 현황을 설명하고 시설 견학을 시키고 있다.

강 조합장은 “과거 읍면단위 조합 시절에는 조합원들이 손쉽게 조합을 방문했지만, 시단위로 합병된 이후에는 거리상 조합방문이 쉽지 않다”며 “(따라서)정기적인 조합원 방문행사를 통해 내가 속한 조합을 직접 돌아보고 현황설명을 들으면서 조합에 대한 소속감과 주인의식을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합 입장에서는 출자배당보다는 이용고배당을 중심으로 경영을 개선하는데 있어서 조합원의 관심 유발이 필요하다”며 “생산된 농산물의 출하와 농자재 구입 등에 대한 조합의 신뢰를 높이고, 조합원의 관심을 유발시키기 위한 순천농협의 몸부림”이라고 설명했다. 

강 조합장은 “조합원의 주인의식이 협동조합 운영에 있어 가장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조합원이 조합을 믿고 신뢰하도록 하는 것이 집행부와 직원들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단계 더 발전시켜 ‘지역사회농업협동조합’을 강조한다. “도농복합도시인 순천의 경우 도·농이 함께하며 농업에 대한 관심 고취와 지역사회의 선도를 위해서는 지역사회농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강 조합장의 지론이다.

최근에는 취미농과 부업농이 증가하기 때문에 지역농협에만 머물러서는 변화의 추세를 따라잡을 수 없다. 따라서 지역사회를 아우를 수 있는 지역사회농협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업과 관계없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농업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농협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순천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파머스마켓은 연간 12억원의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상품구성에서 최소 85%를 1차 농수산식품이 차지하고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 공급에 강점이 있는 농협의 특성을 십분 활용. 이는 대형유통업체가 흉내낼 수 없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용고객의 80%가 넘는 도시민들을 조합경제사업(남도김치, APC 등)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강 조합장은 “파머스마켓은 먹을거리에 강점이 있다. 식품과 비식품의 상품구성이 85:15를 유지하고 있으며 85%의 식품가운데 55% 이상이 1차 농수축산물”이라며 “비식품으로는 농협의 장점을 살릴 수 없고, 대형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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