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을 대비하여 각 가정에서는 두터운 겨울옷과 이불을 준비하고 보일러 가동 상태를 점검하는 등 월동준비가 한창일 것이다. 다양한 겨울맞이 준비 중 우리민족에겐 아무래도 가장 큰 일이 김장일 것이다. 요즘은 사시사철 채소를 구할 수 있고, 김치를 사 먹는 가정도 늘고 있지만 그래도 김장은 이맘때 집안의 가장 큰 행사라 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풍년으로 배추 등의 재료값이 하락하고, 신종 인플루엔자 등의 영향으로 인해 면역력을 높여 주는 김치를 직접 담가 먹겠다는 가정이 늘어났다고 한다.

김치는 칼슘이 많이 들어있는 편으로 칼슘과 인의 비율이 상당히 이상적이며 잘 숙성된 김치의 산도는 칼슘함량을 높여 준다.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파, 고추 등에는 비타민 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특히 겨울철 채소가 부족한 시기에 비타민 공급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또한 효소와 미생물에 의한 발효가 진행됨에 따라 열량은 유산균의 당 소모로 인하여 감소하고, 일부 비타민의 양은 다소 높아지며, 원재료에는 거의 없었던 비타민 K, B12 등이 합성된다. 비타민 K는 혈액응고와 뼈와 신장조직 형성에 관여하며, 비타민 B12는 세포의 DNA 합성, 조혈 작용 등에 관여한다.

특히 요즘 김치의 우수성이 밝혀지면서 김치의 영양생리학적 기능을 구명하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콜레스테롤 감소, 동맥경화 예방, 철분의 흡수 증진, 대장암 예방, 비만예방, 면역력 증강, 항균 및 항돌연변이 활성, 심지어 항스트레스 효과까지 다양한 김치의 건강기능성에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김치의 건강기능적 우수성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아 2006년 우리나라 식품으로는 최초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규격을 획득하였고, 미국 건강전문잡지 ‘Health’에서 김치를 세계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그렇다면 김치는 언제부터 우리 민족의 식생활과 함께 해 왔을까? 김치는 침채(沈菜)라는 한자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침채는 ‘채소를 절인다’는 의미이므로 김치라 함은 채소를 절인 음식을 통칭한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고문헌에서 채소 절임 음식을 뜻하는 말은 혜(醯), 저(菹), 지(漬), 지염(池鹽), 침채 등이 있다. 「삼국유사」에 김치, 젓갈무리인 ‘저해(저해)’에 대한 기록이 있고,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에 ‘저’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고려도경」에 의하면 혜(醯)가 신분에 관계없이 일상 찬물로 쓰이고 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우리 민족이 저채류(菹菜類)를 상용하였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아시아 최고(最古)의 조리서로 일컬어지는 「음식디미방」에 동아 담는 법, 산갓침채, 나박김치 등 7가지의 김치를 소개하고 있으며, 「산림경제」에 저채류 8가지의 만드는 법이 나와 있다. 또 18세기의 「증보산림경제」에서는 저채류 34가지에 대한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고, 19세기에 쓰인 「임원십육지」에는 62가지의 저채류 만들기가 나타나 있어 다양한 김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예로 보건데 김치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해 왔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김장에 대한 문헌 기록도 살펴보면 고려시대 이규보의 ‘채마밭에서’라는 시에 “김장 담가 겨우내 먹을 수도 있구나”라는 구절이 있으며, 조선시대 「왕조실록」 태조 7년에 “5고7궁을 두었고, 침장고(沈藏庫)를 두었다”고 기록했다.

삼봉집에는 “전조(고려)의 제도에 따라 요물고(料物庫)를 두었는데…”라고 하였다. 여기서 침장고와 요물고는 김장고를 일컫는다고 한다. 정학유의 「농가월령가」의 시월령에서는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라 하였고, 홍석모의 「동국세시기」 시월조에는 여름 장 담그기와 겨울 김치 담그기를 인가생활(人家生活)의 2대 중요행사로 기록하고 있다.

‘김장 품앗이’란 말이 있다. 김장은 겨울철 먹을거리를 준비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오랜만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이고 생활을 나누는 친목을 다지는 의미도 있다. 각 가정에서 담근 김장김치는 이웃들에게 나눠주어 솜씨를 자랑하기도 하고 서로의 비법을 궁금해 하며 정을 나누기도 한다.

이맘때면 각계각층의 단체에서 이웃사랑의 실천으로 김장 담그기 행사를 하는 것도 이러한 전통의 한 형태일 것이다. 아직 김장을 하지 않았다면 올해는 조금 넉넉히 준비하여 근처 사회복지시설과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한층 따뜻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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