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음식 버리는 것을 죄악으로 생각하였고 뿌리와 열매를 가리지 않았으며 뼈, 껍질 등 어떤 부위든 훌륭한 요리로 재탄생시키는 재주를 가졌다. 고기 중에서는 소고기를 유난히 좋아해서 농사에 요긴한 소를 모처럼 한 마리 잡으면 어느 부위도 모두 귀하게 여겨서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해 냈다. 그 중 족과 꼬리는 쓰임새가 많았다.

소의 족이나 꼬리에는 살코기보다 뼈와 힘줄, 연골 등이 많이 있어 이것을 오래 푹 끓여서 고아내면 뼈마디와 힘줄 부위의 결체조직에 많이 있는 단백질의 일종인 콜라겐(collagen)이 맑은 액으로 용해되고, 식으면 젤라틴(gelatin)화 하여 묵처럼 굳는 특성이 있다

동물성 식품의 이런 특성을 이용하여 속이 다 내비치게 만든 족편은 위에 얹은 고명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빚는 무늬와 빛깔로 인해 보기에도 아름다운 음식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파는 곳도 별로 없고, 집에서는 만들기가 번잡해서 점차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음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콜라겐이나 엘라스틴(elastin) 등의 단백질이 피부미용에 좋다 하여 여성들이 최근 족편, 족발 등의 음식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족편을 특별하게 간장으로 간을 하면 색이 갈색으로 되는데, 이런 족편을 ‘장족편(醬足片)’이라고 한다. 1670년 경 만들어진 고조리서 <음식디미방>에 ‘족편’이란 음식 이름은 등장하지 않지만 만드는 법이 족편과 비슷한 음식이 나오는데 닭과 대구를 삶아 간장으로 간을 해서 굳힌 일종의 장족편이다.

족편의 재료로는 소족이나 소머리 외에 콜라겐이 많은 소가죽· 소꼬리나 생선껍질·지느러미도 쓸 수 있다. ‘수구레족편’은 소가죽 안에서 벗겨낸 질긴 고기인 수구레만을 고아 식혀 묵처럼 엉기게 만든 것이고, 닭고기나 꿩고기를 소족과 함께 섞어 같은 방법으로 만든 것을 ‘용봉족편(龍鳳足片)’이라 한다.

이밖에 소족으로는 ‘족탕’을 만들어 먹거나, 삶아낸 족으로 ‘족 구이’나 ‘족 볶음’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고문헌에 의하면 제사에 올리는 족적(足炙)은 ‘소족을 삶아서 건져낸 후에 긴  뼈는 버리고 굽통 사이 살을 잘라 양념에 재웠다가 구웠다고 한다.

족 볶음은 쇠족과 사태를 뭉근한 불에서 오래 끓여 건져내어 무, 석이버섯, 표고버섯과 함께 볶아 밀가루를 푼 물을 넣어 끓인 음식이다. 이 족 볶음은 따뜻할 때에 먹어야 쫄깃쫄깃하고 제 맛이 나므로 고기와 무는 익혀 두었다가도 양념하여 볶는 일은 상에 올리기 바로 전에 한다. 

피편은 족편과 같은 요리이다. 어려운 살림에 쇠족은 어림도 없지만 소나 상어 껍질 등은 손쉽게 구할 수가 있어 겨울철 영양식으로 만들었다. 좀 더 구수한 맛을 내기 위해서 닭과 소 껍데기를 삶아서 넣기도 한다.

경상도에서 제사음식으로 올리는 탕국은 소고기뿐만 아니라 상어 돔배기, 오징어 등 육지와 하늘, 바다에서 건져 올린 맛있는 육수가 한꺼번에 섞여 있어 그 향취가 고풍스럽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이 경상도식 탕국 맛의 본바탕은 돔배기가 깔아주는데 돔배기 껍질이 많이 들어가면 콜라겐 성분에 의해 탕국이 걸쭉해진다.

족편은 쇠고기 진국의 덩어리이니 몸이 허할 때 보양식으로 좋고 또 그 씹는 맛이 오돌오돌하면서도 쫄깃쫄깃 고소하여 손님 오시는 날 특별식으로 제격이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시장에서 깨끗하게 손질하여 토막 낸 족편 재료를 구해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아이들에게는 반찬으로 어른들에게는 술안주로 일품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