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이 되면 밭에서 콩을 수확하여 말리고 도리깨를 이용하여 콩을 털어내는 모습이 우리가 어린 시절 많이 볼 수 있었던 농촌 풍경이었다. 콩 타작이 끝나면 집안에서는 콩을 푹 삶아 메주도 만들고, 손쉽게 만들어 먹는 청국장도 만들어 구수한 콩 맛을 볼 수 있었다.

콩을 이용한 간식으로는 콩 볶음, 콩가루주먹밥, 콩엿강정 등을 만들어 먹었다. 시골에서 간식이 귀하던 시절에 단 것을 살짝 넣어 볶은 콩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먹었던 그 맛은 정말 고소했다.

또 입맛이 없을 때, 혹은 간식으로 어머니가 해주던 콩가루주먹밥은 인절미를 흉내 낸 간편 간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콩엿강정은 명절에 조청과 엿을 고아 볶은 콩과 버무려 만든 것으로 당시에는 귀한 간식 중 하나였다.

요즘도 뻥튀기 파는 곳에서 볶은 것은 아니지만 팽화시킨(뻥튀긴) 콩을 사다가 아이들을 주면 아무도 먹지 않는걸 보면, 우리 주변에 먹을거리가 정말 많음을 실감하고, 예전의 콩 음식이 이제는 추억의 음식이 되어 버린 것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 민족의 식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 콩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어 왔으며, 우리 민족에게는 ‘밭에서 나는 고기’로 일컬어질 만큼 중요한 식물성 단백질원으로 이용되어 왔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식문화에 있어서 콩은 쌀에 부족한 단백질(40%)과 지방(20%)을 보충해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단백질의 질에 있어서도 쌀과 콩은 상호 부족한 필수아미노산을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밥에 콩을 넣어 먹는다거나 반찬·간식으로 콩을 활용한 것은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습관이라 할 수 있다.

콩밥이나 잡곡밥은 식문화권이 비슷한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우리만의 고유한 특징이다.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우수한 식문화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소화가 잘되지 않는 날콩을 가공·발효하여 간장, 된장, 두부, 콩나물 등의 우수한 전통식품을 개발하여 이용하였다.

한편 콩에는 다양한 생리기능성을 가지고 있어 구미 선진국에서도 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콩의 대표적인 기능성 성분인 아이소플라본(Isoflavone)은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갱년기 증상을 개선하는 건강보조식품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미국 심장병 협회에서는 ‘하루 50g의 콩 섭취 시 심장병의 위험률이 감소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 외에 암, 골다공증, 당뇨 등과 같은 퇴행성 질환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추후 더욱 더 많은 기능성이 밝혀질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식품영양학적으로 우수하고 식문화차원에서도 중요한 콩을 젊은 세대는 많이 기피하고 있으며 어린이들은 밥이나 떡을 먹을 때 콩을 골라가며 먹는 경우가 많다. 몸에 좋은 콩 음식을 많이 먹게 하려면 다양한 제품의 개발은 물론 맛과 향, 질감 등에 관한 품질 개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이식 개발 등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콩 음식에 익숙해지도록 식습관을 유도해 나가야 하겠다.

콩죽과 콩전이 적합하다. 콩죽은 팥죽이나 녹두죽보다 양질의 단백질 함량이 많으며, 봄에는 죽이 다 끓었을 때에 어린 쑥을 조금 넣으면 쑥의 향기가 입맛을 돋아준다. 지역별로는 콩 국물에 쌀 대신 칼국수를 넣어 끓여 먹기도 한다. 물에 불린 콩을 살짝 삶아 껍질을 벗긴 뒤 물을 붓고 갈아서 쌀과 함께 죽 끓이듯 나무주걱으로 저으면서 끓이면 된다.

콩전은 흰콩을 세 시간 정도 물에 불린 후 삶은 다음 식혀서 믹서에 가는 일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간 콩에 밀가루와 돼지고기 잘게 썬 것, 삶은 숙주, 다진 김치 등을 넣은 후 참기름과 소금, 깨소금, 다진 마늘, 계란을 넣어 반죽한다. 다른 전과 마찬가지로 식용유를 두르고 부쳐 양념장을 곁들여 먹는다.

아이들 입맛에 맞는 음식, 콩의 형태가 보이지 않는 음식을 만들어 서서히 접할 수 있게 한다면 어느 순간 콩을 먹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늦가을에 수확한 햇콩으로 콩죽이나 콩전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먹여보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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