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영양소로 자연계에 가장 많이 있는 유기물질로 쉽게 구할 수 있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포도당을 합성한 후 녹말과 섬유소의 형태로 탄수화물을 함유하고 있고, 동물은 당과 글리코겐의 형태로 함유하고 있다. 특히 두뇌, 신경세포, 적혈구 등은 탄수화물의 가장 작은 형태인 포도당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우리 몸은 단백질에서 포도당을 합성하고 지방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생성해 낸다.

이와 같이 우리 삶에서 중요한 탄수화물이 최근 알코올, 마약, 게임, 도박 등에 보통 쓰이는  ‘중독(addiction)’이라는 단어와 연결되어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탄수화물 중독이란 필요이상으로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이를 분해하기 위하여 우리 몸에서는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여 결국은 저혈당이 되고, 그러면 혈당을 올리기 위해 계속 허기가 느껴지게 되어 또 탄수화물을 섭취하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 보면 몸에서 분해되지 못하고 남은 포도당들은 결국 체내에 지방으로 저장되어 비만을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탄수화물 식품들이 중독증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탄수화물 중독은 주로 정제된 탄수화물을 섭취했을 때 발생하기 쉬운 것으로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삼백(三白)식품, 백미, 밀가루, 백설탕이다. 그래서 요즘 가정에서는 흰쌀밥 보다는 현미나 잡곡을 섞은 밥을 먹는 곳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럼 밀가루에 대해 생각해 보자. 잠시만 둘러봐도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많은 밀가루 음식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빵, 라면을 비롯하여 과자, 파스타, 자장면, 케이크, 피자, 햄버거, 도넛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 음식은 특별한 조리과정 없이 손쉽게 섭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간식으로서 뿐만 아니라 끼니 대신으로 먹는 경우도 많이 있다. 게다가 이러한 밀가루 음식들은 대체로 백설탕과 버터와 같은 지방을 넣어 만들게 되는데, 한번쯤 직접 빵을 구워 본 사람은 빵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버터와 설탕의 양에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결국 삼백식품의 두 가지를 한꺼번에 섭취하게 되는데다 지방까지 더해 주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밀가루의 대부분은 수입밀가루라는 점도 또 하나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1993년 미국, 호주 등에서 수입된 밀가루에서 허용치의 132배에 달하는 농약이 검출된 사건이후 현재까지 수입 밀가루의 농약 잔류 수준은 항상 기준치 이하로 나오고 있으나 마음 한 구석의 찜찜함은 남는다. 또한 이들은 장기간 바다를 건너온 묵은 밀가루라는 점이다.

미국의 영양학자인 퀴글리 박사는 그의 저서 <국가적인 영양실조>에서 제분과 제빵에 대한 규칙으로 ‘어느 빵집이든 빵을 굽는 그날 아침에 바로 그 빵집에서 밀가루를 빻아야 한다. 집에서 쓰려고 한다면 신선한 밀가루를 우유처럼 날마다 배달시켜 사용해야 할 것이다’라고 하며 신선한 밀가루의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도 밀가루는 위장을 튼튼히 하고 기력을 왕성하게 하여 몸을 건강히 한다고 하였으나, 묵은 밀가루에 대해서는 열, 독, 풍을 동(動)하게 한다하며 경고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의 주요 탄수화물 급원은 쌀이었다. 한식의 기본이라 하면 누구나 밥, 국, 반찬을 일컬을 정도로 밥 즉, 쌀은 우리 식생활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떠한가? 주곡으로서의 쌀의 위치가 점점 위태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 국민들의 1일 평균 쌀 섭취량이 171.3g으로 1공기가 조금 넘는 양이었다. 나머지 끼니는 굶거나 과자, 빵과 같은 간편한 밀가루 음식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한편 체중을 줄이기 위한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밥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쌀은 의외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미국 듀크대 의대에서 보고된 적이 있다. 500여명의 남녀에게 4주간 하루 800〜1,500kcal로 쌀 다이어트를 시행한 결과 여성은 평균 8.6kg, 남성은 13.6kg의 체중 감소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도 미국 내에서 쌀을 섭취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영양섭취 수준을 비교한 결과 쌀을 섭취하는 사람이 지방과 포화지방에서 섭취하는 에너지 비율이 낮고 철과 칼륨 등 무기질의 섭취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또한 식이섬유와 채소의 섭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한 시사주간지에서 ‘밀가루 끊고 살아보기’라는 재밌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밀가루 음식을 끊음과 동시에 자극적인 음식을 줄이는 등 식생활도 건강하게 바꾼 결과 날씬함과 건강함을 동시에 얻었다고 한다. 완전히 끊지는 못 하더라도 조금씩 줄여가며 이 실천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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