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보름 정도만 지나면 민족 최대의 명절이자 가장 풍성한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에는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 친지들도 한 자리에 모여 그동안의 안부를 나누고, 풍성한 먹을거리를 주신 조상님의 은덕에 감사하며 차례를 지내게 된다.

윤이 자르르한 하얀 햅쌀밥에 각기 개성을 드러내는 송편, 사과, 배, 감 등 다양한 과일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들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고 입가에 미소를 띠게 된다. 물론 차례 상만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는 주부님들이 많으실 테지만….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은 지역마다 집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올리는 방법에는 세간에서 회자되는 몇 가지 규칙이 있는데, ‘어동육서’, ‘두동미서’, ‘좌포우혜’, ‘조율이시’, ‘홍동백서’, ‘반서갱동’ 등이 그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나, 사실 차례상을 차릴 때마다 헷갈리는 규칙일 것이다. 하지만 왜 이런 규칙이 생겼는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차례상은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의한 규칙을 따른다고 한다. 우선 차례상은 5열로 차리는데 이는 우리 조상들이 먹던 음식의 순서를 의미한다고 한다. 첫째 줄은 과일, 둘째 줄은 나물과 채소, 셋째 줄에는 전과 적을, 넷째 줄에는 탕을, 다섯째 줄에는 밥과 국을 진설(陳設)한다.

첫째 줄의 과일은 ‘홍동백서’, ‘조율이시’ 순으로 올린다. ‘홍동백서’는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둔다는 것으로 붉은 색이 동쪽의 방위를 뜻하기 때문이다. ‘조율이시’ 또는 ‘조율시이
’ 어느 쪽이 옳은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추, 밤, 배, 감의 4가지 과일은 차례상에 꼭 올려야 된다고 한다.  

대추는 꽃 하나가 피면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반드시 열매 하나를 맺고서야 떨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 우리 삶에 빗대면 이 땅에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아야 한다는 뜻으로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혼례 때의 폐백에서 부모님이 신부의 치마폭에 대추를 던져 주는 것도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밤의 경우 나무의 시작이 되는 최초의 씨앗이 땅속에서 썩어 없어지는 여느 식물과는 다르게 최초의 씨밤이 밤나무가 성장한 후에도 계속 생밤인 채로 뿌리에 달려 있다가 나무가 씨앗을 맺은 후에야 썩어 없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현재의 나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감은 감 심은 데에 감이 절대로 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감 씨를 심으면 고욤이라는 작고 떫은 열매만 열리고 감은 열리지 않는다. 고욤이 열린 나무에 기존의 감나무 가지를 접을 붙여야지만 감이 열리기 시작한다. 이는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하여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침을 받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또 다르게는 각 과일 씨앗의 수에 따라 자손의 출세와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차례상에 올린다는 해석이 있다. 대추는 열매에 비해 크기가 큰 하나의 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임금을 상징하고, 밤은 한 송이에 세 알의 밤이 들어있기 때문에 3정승을 상징한다고 한다. 감의 경우는 씨가 6개로 6판서를 의미하고, 배의 8개의 씨앗은 8방백, 즉 관찰사를 의미한다고 한다.

차례상에 올리는 생선은 ‘두동미서(頭東尾西)’,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방향으로 올린다.  동쪽은 해가 뜨는 양의 방향으로 소생과 부흥을 의미하기 때문에 머리를 두고, 서쪽은 해가 지는 방향으로 암흑과 소멸을 뜻하기 때문에 꼬리를 둔다고 한다. 

마지막 줄인 밥과 국은 ‘반서갱동(飯西羹東)’. 밥은 서쪽, 국은 동쪽에 둔다. 이는 평상시 우리가 먹는 밥상차림과는 반대인데,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가 다름을 의미한다고 한다.

올 추석에는 이러한 차례상차림의 의미를 함께 나누면서 가족들과 차례를 준비해보자.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문화를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조상의 현명함을 체험하는 산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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