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에 사활을 건 농촌진흥청의 모습이 참으로 처연하다. 농진청 출입기자들 전자메일은 보도자료로 넘치기 일쑤다. 농진청이 이런 일을 하니 기사로 알려달라는 취지다. 일부 기자들은 농진청의 홍보메일이 가히 ‘스팸 수준’이라고 평한다. 하루 서너 건은 기본이다. 오죽했으면 그러랴 혜량할 만도 하다.

지난해 대통령직 인수위의 민영화방안 발표로 시끄러울 때 나온 지적 중 하나가 ‘홍보부족’이었다. 농촌진흥청은 꽤 많은 일을 하고 국가기관으로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홍보를 못해 국민들이 몰라준다는 논리다. 고칠 것은 고치되, 농진청의 존재와 업적을 제대로 알려 다시는 폐지논란에 휩싸이지 말자는 자구책이기도 하다.

존폐논란이 일단락된 후 부임한 이수화 청장은 ‘버블과 바보론’을 펼치기도 했다. 성과 없는데 홍보하는 것은 버블(거품)이고 성과 많은데 홍보 못하는 것은 바보라고 누차 말하며 적극적인 홍보를 지시했다.

이후 농진청의 ‘물량공세’가 시작됐다. 홍보기획도 없이 꺼리가 있으면 다 털어서 언론사에 밀어 넣는 형식이었다. 기자들 불만이 컸다. 일부는 스팸메일 취급했다. 메일을 열어보고 내용을 확인하는 일조차 삼갔다.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재탕 삼탕 우려먹기가 심했기 때문이었다. 기사를 검색해보면 이미 자신이 다뤘던 내용임을 확인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올해 1월 김재수 청장이 부임해 이런 홍보행태를 비판했다. 간부회의 등 공개석상에서 원색적으로 힐난했다. 언론사 데스크나 기자들의 촌평을 그대로 전하며, ‘스팸홍보’나 ‘물량공세’를 지양하고 기획홍보에 힘쓰라는 당부였다. 이후 한동안 농진청의 홍보메일은 뜸했다. 대변인도 바꿨다.

그러나 최근 병이 다시 도지기 시작했다. 산하 연구기관에서, 100개 넘는 과에서 작성해 올리는 홍보자료가 대변인실로 쏟아져 들어오고 대변인실은 이를 언론사에 전하기 바쁘다. 하루 네댓 건 이상, 많을 때는 일곱 건이 넘는다. 기사화는 하루 한 것 되기도 벅차다. 나머지 보도자료는 사장된다. 때로는 오기를 부리는 것 같아 안쓰럽다. 쓰려면 쓰고 아님 말고 식의 냉소를 기자에게 던지는 것 같아 불쾌하다.

결국 사단이 났다. 기자들은 최근 ‘오늘 보내드린 보도자료 중에서 6번과 7번은 우리청의 공식 보도자료가 아닌 한국육종학회에서 협조요청으로 보낸 자료입니다.’란 메시지를 받아야만 했다. 육종학회 창립 40주년 행사, 농우바이오의 학술지원금 지원이란 보도자료를 왜 농진청이 발표하느냐는 기자들의 항의를 받고서야 사태수습에 나선 것이다.

모 언론사 간부급 기자는 일부러 전화해 혼내줘야 한다고까지 했다. 사기업 홍보를 정부기관이 하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다, 더구나 농우바이오가 어떤 곳이냐, 불량오이 씨앗 때문에 농업인에게 최종 배상판결을 받은 기업이다, 농업인에게 피해 끼친 책임을 인정 않고 대법원 소송까지 끌고 간 기업 아닌가, 피해농가 편에서 정당한 공무활동을 한 천안농업기술센터 직원을 계속 괴롭히고 있는데 같은 농림공직자로 농진청이 넋 빠진 X들 아니냐….

기자로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게 자칫 치졸해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농진청의 ‘넋 빠진 홍보’가 비단 이번 농우 건만이 아니기에 들춰낼 수밖에 없다. 병은 자랑하고 다니라 했다. 그래야 치유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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