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 목 : 곡 류
   상 품 명 : 현미 외
   친환경농산물 인증 : 유기농산물
   생 산 자(단체) : 권승룡
   생 산 지 역 : 전북 남원
   판 매 가 능 시 기 : 연 중
   담 당 자 : 현은숙(010-6733-4880)
   판 매 가 격 : 전화문의
   판매가능지역 : 전 국

밀짚모자 챙 아래에 고집스레 빛나는 눈빛을 가진 농부를 만났다.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좀 더 깔끔한 옷을 요청하자 “농부는 들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흙도 묻고, 풀도 묻어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환하게 웃으며 화답한다. 추어마을로 불리기도 하는 남원시 보절면 도룡리의 권승룡 시골농장 대표는 이 지역에서 소문난 고집쟁이 농부다.

농서 몇 권 들고 내려와 농사를 짓겠다던 20대의 청년이 어느새 불혹을 훌쩍 넘겼다. 유기농 15년차, 오리농법, 우렁이 농법 등 친환경농법에는 도가 텄다.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꾸라지 농법을 시도하고 있다. 논의 지력을 높이는 미꾸라지 농법으로 새로운 유기농을 실천하고 있는 권승룡 대표이다.

유기농에 미친 넋 빠진 바보

권 대표는 경북 안동이 고향이다. 선친은 대구 경북능금을 일군 창립자의 한 분으로 과수원을 경영했다. 어린 시절 과수원에서 놀기를 좋아했던 그는 어느 날 혼자서 농약을 뿌리며 놀다가 농약에 중독되어 하마터면 생명을 잃을 뻔한 기억도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정도였을 때인데, 과수원의 농약 살포차를 운전하는 것에 재미를 붙여서 신나게 놀다가 점심을 먹으러 들어온 후에 쓰러졌습니다. 농약중독이었죠. 그때부터 농약이라면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기 시작했으니까 한 50년 동안 뿌린 셈이죠. 처음에는 한 줌의 비료로 감당이 되지만, 점점 더 많은 비료에 의존하게 됩니다. 농약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되면 논에서 살아가는 생명들도 점점 사라져 가고, 온 들판이 약품으로 중독되는 겁니다.”

권 대표는 1987년 겨울,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책 보따리 하나와 담요 하나를 들고 남원으로 내려왔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유기농법을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니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수확량을 높이면 농촌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농사였다. 그러나 땅은 비료와 농약에 중독되어 있었고 수확량도 증가하지 않았다.

“처음 유기농을 시작하기 위해 농약과 비료를 끊어버리니까 지력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땅이 균형을 잃었던 거죠. 이 시기가 가장 힘이 들었습니다. 수확은 나오지 않고 1년이 걸리는 농사 결과는 참담했죠. 하루는 호형호제 하던 농촌지도소의 형님이 찾아와 ‘야, 이 미친놈아, 환경농업이고 나발이고 때려치우고, 농약 팍팍 쳐서 네 곳간이나 채워라’ 하시더군요.”

인터뷰 내내 옆자리에 앉아 계시던 동네 어르신도 한 말씀 거들었다.
“내가 볼 때 정말 미친놈이었어. 나도 이제 유기농을 하는데, 그땐 저 친구를 보고 모두 바보라고 했었어. 그 놈의 고집은 또 얼마나 센지…. 하하하”

토양 아래 깔려 있던 화학비료층이 사라지고 땅이 원래의 힘을 되찾는 데만 3년이 걸렸다. 땅이 제 힘을 되찾자 권 대표는 청둥오리, 우렁이, 쌀겨를 이용한 재배법 등을 시험하면서 적극적으로 유기농을 정착시켰다. 1996년에 ‘무농약 재배인증’을 받았고, 1999년도에는 ‘유기재배인증’을 획득하여 지역에서는 남다른 고집으로 소문난 농부가 되었다.

오리와 미꾸라지가 함께 자라는 춘향골 오리쌀

권 대표의 시골농장에서는 화학비료와 농약(제초제, 살충제 등)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완숙퇴비와 볏짚, 쌀겨 등을 사용하여 토양관리를 한다. 청둥오리를 방사하여 재배하는 오리농법은 오리의 자극에 의해 벼의 생육이 좋아진다.

최근에는 기존의 청둥오리, 쌀겨 농법과 함께 미꾸라지를 방사하는 미꾸라지 농법을 시험하고 있다. 권 대표는 자택 뒤쪽에 마련된 양식장에서 미꾸라지를 자연환경 그대로 키우고 있다. 미꾸라지 농법을 실시한 논에 황금 벼들이 빼곡히 자라고 있으니 시험결과는 대만족이다. 미꾸라지가 논바닥을 파고들어 땅에 산소를 공급하게 되고, 미생물들이 활발하게 살아있는 땅은 지력이 높아진다. 이렇게 재배된 춘향골 오리쌀은 알곡이 토실토실하고, 맛도 일등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전체 논에서 미꾸라지 농법을 정착시킬 계획이다. 또 유기농 논에서 자라난 미꾸라지를 판매하여 소득을 높일 방법도 고민 중이다.

친환경 유기농 쌀은 신뢰를 먹고 산다

“아무리 친환경, 유기농이라고 해도 소비자가 믿지 않으면 끝입니다. 한때 한 동네에서 조차도 낮에는 유기농하고, 밤에는 농약 뿌린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어떻게 재배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방법 말고는 사실 확인할 방법이 없죠.”

권 대표는 무엇보다도 친환경 유기농 재배는 소비자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꾸라지 농법을 직접 확인하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무리 눈으로 보고 체험한다고 해도 믿음이라 것은 한 순간에 생기지는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직접 재배할 수 없는 유기농산물은 결국 농부들이 생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고집스레 유기농을 해온 농부들은 하나같이 신념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소비자들께서 믿어주셔야 합니다.”

내년이면 양식장의 미꾸라지들이 도룡리의 넓은 들판을 활개치고 있을 것이다. 우리 식구가 먹을 쌀이 재배되는 논도 보고, 미꾸라지 잡이도 체험할 수 있는 도룡리의 여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발가락과 손가락이 벌써부터 기분 좋게 간질거린다. 아이들보다 어른인 내가 더 기다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꾸라지가 이어줄 고향에 대한 믿음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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