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한 (2004년 친환경농업대상 장려상, 2005년 친환경농업대상 최우수상)

충청북도 청원군 오창 톨게이트에 들어서면 가수 태진아씨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오창 생명쌀’ 광고가 눈길을 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친환경농업단지로 성장한 오창에는 소문난 농협 조합장이 있다.

지역에서 가장 먼저 유기농을 시작하고, 고집스럽게 유기농의 길을 지켰으며, 농민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이고 실천해 온 청년 농부 출신의 조합장이다. 양복에 익숙해지기까지 무척 힘이 들었다고 말하는 유기농 전도사 김창한 오창농협조합장. 그의 유기농 사랑은 남다르다.

고집쟁이 유기농 청년, “너를 만나면 하루 종일 재수가 없다”

김 조합장은 젊은 시절 일찌감치 농약 중독을 경험했다. 동네에서 가장 젊은 청년농부였던 그는 더 이상 이런 농사가 아닌 새로운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친환경농업에 뛰어든 것은 20여 년 전. 당시의 젊은 농부 김창한의 모습을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 당시에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안 쓰고 농사를 짓는 유기재배에 관한 서적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지금은 복사기니 컴퓨터 같은 것도 흔하지만 그때는 타자기도 보기 힘든 때였으니까요. 농약과 화학비료가 땅과 사람을 죽이고 있는데 그냥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 오로지 사명감 하나로 무작정 친환경농법을 시도했습니다. 제가 원래 고집이 세기도 했지만 친환경농업을 하면서 더 단단해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처도 많이 받았죠. 이웃에서는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 하고, 공무원들도 ‘너를 만나면 하루 종일 재수가 없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허허허….”

그 고집쟁이는 처음엔 실패를 맛보았다. 1992년, 18명의 농민들과 함께 사명감과 의지만으로 시작한 친환경시설채소작목반은 참담한 실패를 하게 된다. 수확량은 급감했고, 채소의 모양새도 예쁘지 않아 시장에서도 제 값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물러나지 않았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끊은 땅이 되살아나는 5년여 동안, 그는 백방으로 찾아다니며 유기농법을 연구하고, 목초액 등을 활용한 액비나 퇴비를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때를 돌아보면 저는 친환경유기농의 개념도 정립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은 저농약-무농약-유기농 이렇게 구분이 되어있습니다. 최종단계인 완전 유기농에 이르기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젊은 혈기로 무작정 뛰어든 데다 마음마저 조급했던 것이죠. 그렇지만 그때의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겠죠.”

그는 실패를 통해 얻은 경험을 살려 쌀겨나 퇴비 등 유기비료를 사용하여 땅의 힘을 되살렸다. 토마토 재배기술도 개발하는 등 점점 더 진짜 농부가 되어갔다. 1998년부터 친환경농업육성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그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의 유기농법과 노하우는 완전히 정착되었고, 1999년에는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10년 동안 그의 작목반에 참여하는 농가는 총 36농가에 불과했다. 유기농에 대한 낮은 인식과 불안정한 수익구조가 만들어낸 한계였던 것이다. 일반 농산물은 시장에서 바로 판매가 되니 수매자금을 그때그때 받을 수 있었지만, 유기농은 그렇지 못했다. 중간상인들의 농간에 눈물을 쏟은 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유기농 전도사, 농협 조합장이 되다

고집쟁이 유기농 청년은 두 번째의 무모한 도전을 시도한다. 친환경농업 육성뿐 아니라 지역 농민들이 보다 안정적인 조건에서 농업을 할 수 있도록 농협 조합장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2002년 유기농 전도사는 마침내 오창농협 조합장이 된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전국 농협 최초로 친환경농업 전담팀을 운영하고 미생물·퇴비 살포기 등 농업설비 지원도 강화했다. 쌀겨와 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농법을 확산시키기 위해 예산을 확대하는 등 친환경유기농 확산에 주력했다. 특히 오창 농민들이 적극적으로 시작한 친환경유기농축제는 전국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제가 작목반장을 10년 동안 했습니다. 그때 인증농가가 36농가였습니다. 조합장 생활 7년 만에 오창의 친환경인증농가는 470여 농가로 늘어났습니다. 농민들의 참여로 친환경농업이 자리 잡으면서 오창은 친환경농업의 중심으로 떠올랐죠. 농협 또한 많이 변화하고 발전했습니다. 우리 오창의 농민들이 일궈낸 결실입니다.”

오창의 친환경농산물은 SK그룹과 1사1촌 계약재배를 통해 65억원 규모의 매출을 내고있다. 농협을 통해 1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농민들이 생산한 쌀은 전량 농협에서 책임지고 있다.

이 처럼 오창의 친환경농산물 영농시스템은 정착단계에 도달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농산물 이력추적제를 실시하여 소비자의 신뢰도를 더욱 높일 수 있게 되면서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유기농 한 길,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4500여 평의 규모, 14개동의 비닐하우스로 이루어진 김 조합장의 농장은 20년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오창 유기농의 진원지답게 2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린다. 하우스 안에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방울토마토를 비롯해 각종 쌈채소가 한창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귀농한 큰아들이 그의 유기농을 잇고 있다.

김 조합장은 곧 친환경농산물도 수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시장도 경쟁이 심화되면 지금과 같은 소득을 보장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친환경유기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제품을 개발하는 등 농가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했을 때는, 제대로 된 유기농법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 다음은 안정적인 농가수익구조를 마련하는 것이었고, 지금은 오창의 친환경농업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것입니다. 물론 그 다음에는 또 다른 목표가 생기겠죠.”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그의 모습에서, 얼핏 고집쟁이 청년농부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그가 올라서야할 고갯길이 얼마나 험할지 알 수 없지만, 그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 이다.


품 목 : 채소류
상품명 : 오창(토마토, 쌈채)
친환경농산물 인증 : 유기농산물
생 산자(단체) : 바위농장
생산지역 : 충북 오창
판매가능시기 : 토마토(4~1월), 쌈채(연중)
담당자 : 신환희(043-217-2626)
판매가격 : 전화문의
판매가능지역 : 전국
전처리가능여부 : 불가능
시상내역 : 정부산업포장(2004), 대산농촌문화상(2007), 청원군민대상(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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