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소 1마리는 대학 4년 등록금, 지금은 평균 2.5마리 팔아 1년 등록금

일소에서 고기소로 바뀌면서 소에 대한 효용가치가 크게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이 소의 경제효용을 대학등록금과 비교분석해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축산과학원은 2일 “30년 전과 현재의 소 한 마리 가치를 대학등록금과 비교해본 결과, 일소에서 고기소로 바뀌면서 소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고”고 밝혔다.

30년 전 소 한 마리 가격은 58만8천원으로, 국립대학 1년간 등록금 최고가 11만3천500원 기준으로 따져도 4년간 등록금 전액을 납부하고도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등록금을 기준으로 해도 소 한 마리 가격은 5.1년간 등록금을 낼 수 있었던 셈이다.

1978년 연간 대학등록금 최저가는 5만300원 수준인데 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소 한 마리를 키우면 대학생 자녀 두셋을 둬도 걱정(?)이 없던 시기. 대학을 상징하는 ‘상아탑’에 견줘 ‘우골탑’이란 별칭을 지어줄 만했다.

반면 2008년 한우 몸무게 600킬로그램 기준 수소 평균 산지가격은 389만5천원으로, 국립대학 1년 등록금 최고가 964만9천원(최저 300만8천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1년간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소 2.5마리를 팔아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생필품 구매와 비교한 결과도 흥미롭다. 특히 쌀은 오히려 상대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과학원에 따르면 소 한 마리로 30년 전에는 쌀 80킬로그램짜리 21가마, 순금 38돈, 휘발유 16드럼 구입이 가능했고 2008년 현재 쌀 26가마, 순금 30돈, 휘발유 13드럼 구입이 가능하다.
도시근로자 평균소득과 소 한 마리 가치도 비교됐다.

1978년 도시근로자 가구당 연간소득은 173만4천원. 1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다고 가정해도 겨우 소 3마리를 살 수 있었던 반면 2008년 도시근로자가구 연간소득은 4천673만6천원으로 390만원인 소 12마리를 구입할 수 있다.

지난 30년간 주요 생필품과 소의 가격상승을 단순 비교한 결과도 나왔다. 화폐가치를 따지지 않고 가격상승만을 비교할 경우 소는 5.6배, 쌀은 4.3배 증가에 그친 반면 대학등록금은 84배, 도시근로자 소득은 26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변동 폭이 적은 순금과 휘발유가 같은 기간에 각각 7.5배, 7.4배 오른 것에 견주면 소와 쌀 같은 농축산물의 가격상승은 상당히 둔한 셈이다.
결국 주요 농축산물 가격이 전체 물가인상 폭만큼도 오르지 못함에 따라 농가와 도시근로자 소득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유추해석도 가능하다.

축산과학원 김윤호 박사는 “30년 전 소는 영화 ‘워낭소리’에서처럼 일소, 즉 ‘농기계’로도 가치가 매겨졌으나 고기소로 바뀌면서 가치가 달라졌다”며 “앞으로 고기소로서 한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안전식품, 전통문화 등과 접목한 한우연구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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